2020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인 우완 투수 셰인 비버(29·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토미 존 수술로 2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다. 요즘 웬만한 투수라면 피할 수 없는 토미 존 수술인데 하필 FA 시즌에 왔다. 12이닝 20탈삼진 위력투로 부활하는가 싶었지만 갑작스런 토미 존 수술로 FA 대박의 꿈이 물건너갈 듯하다.
클리블랜드 구단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비버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버는 키스 마이스터 박사와 조율해 수술 시기를 결정한다.
크리스 안토네티 클리블랜드 야구운영사장은 “안타까운 일이다. 팀에 기여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선수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임 첫 해부터 에이스를 잃은 스티븐 보그트 클리블랜드 감독도 “지난 몇 년간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느끼는 감정과 고통이 내게도 전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에도 팔꿈치 통증 탓에 21경기(128이닝) 6승6패 평균자책점 3.80 탈삼진 107개로 아쉬움을 남겼던 비버는 올해 시작이 좋았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3일 시애틀 매리너스전도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또 승리했다. 2경기 12이닝 무실점 행진에 삼진만 무려 20개를 잡아내며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사이영상 시절 포스를 찾았다. 그해 비버는 12경기(77⅓이닝) 8승1패 평균자책점 1.63 탈삼진 122개로 AL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올랐다.
FA 시즌이라 어느 때보다 동기 부여도 컸는데 2경기 만에 부상으로 끝났다. 개막전 선발등판을 마친 뒤 팔꿈치에 평소보다 더 큰 근육통을 느낀 비버는 회복도 더뎠지만 예정된 등판 일정을 고수했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워낙 좋은 컨디션을 보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애틀전에서 잘 던지긴 했지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개막전 92.3마일(148.5km)에서 91.6마일(147.4km)로 조금 떨어졌다. 팔꿈치 상태에 이상을 느낀 비버는 다음날 팀 닥터를 만나 정밀 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팔꿈치 인대 손상이 발견됐다. 마이스터 박사, 이어 닐 엘라트라체 박사 등 토미 존 수술의 권위자들에게 2차 소견을 받은 뒤 수술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MLB.com은 ‘모든 투수에게 힘든 상황이겠지만 비버에게는 더욱 힘들다. FA 자격을 앞두고 마운드에 복귀하기 위한 긴 여정에 직면했다’며 ‘2024년 이후에도 비버가 클리블랜드에 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다른 구단이 토미 존 수술에서 돌아올 비버를 영입하지 않는다면 클리블랜드는 비버와 저렴한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토미 존 수술은 복귀까지 대개 12~14개월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빠르면 내년 4월 복귀가 가능하지만 100% 장담할 순 없다. 복귀하더라도 예후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선뜻 올 시즌 종료 후 비버에게 장기 계약을 줄 팀이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