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드디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공격 선봉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리드오프 윤동희(21)도 비로소 웃었다.
윤동희는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0-2로 끌려가던 7회 1사 만루 기회에서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자 개인 첫 만루홈런이라는 감격의 순간.
롯데는 7회 1사 후 이학주의 우전안타, 대타 유강남의 사구, 그리고 최항의 좌전안타로 1사 만루 밥상을 차렸다. 1회 1사 만루 상황에서 이정훈의 병살타로 기회가 무산됐던 기억이 있던 상황.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윤동희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윤동희의 스타성은 이때 발휘됐다. 두산 필승조 역할을 맡고 있는 최지강을 상대로 2볼넷 3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148km 투심을 걷어올려 좌측 사직몬스터를 넘겼다. 4-2로 역전하며 사직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타석에서 윤동희는 타이밍이 늦었고 양질의 타구를 생산해내지 못했다. 윤동희가 고민하고 자책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요새 좀 페이스가 좋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걱정도 많았다. 제가 잘해줘야 팀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팀 성적이 저조한 게 제 탓인 것 같아서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오늘 좀 일조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이어 "중요한 순간에 또 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 쳐야지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윤동희는 지난해 만루 상황에서 1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18타석에 들어섰고 볼넷 3개, 희생플라이 2개 등으로 9타점을 올렸지만 '만루의 해결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만루에서 19타석, 14타수 만에 개인 첫 안타를, 그것도 만루홈런으로 기록했다.
만루홈런에 가까웠던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6월3일 사직 KIA전 9회말 5-5로 맞선 무사 만루 기회에서 장현식을 상대로 큼지막한 파울 홈런을 친 바 있다. 이날 홈런과 같은 좌측 방향으로 향했지만 타구는 파울 폴 바깥으로 흘러나가며 끝내기 만루 홈런 기회를 놓친 바 있다. 결국 윤동희는 삼진을 당했다. 이날 경기는 뒤이어 등장한 노진혁의 끝내기로 롯데가 6-5로 승리했다.
윤동희는 "저도 이제 환호를 받고 나서 혼자 생각해보니까 작년 생각이 나더라. 작년에 정말 아쉬웠는데 올해는 작년에 못했던 것을 해낸 것 같아서 작년보다는 제가 좀 더 발전했구나, 이렇게 되돌아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는 갑작스럽게 1군에 콜업됐고 이후 별다른 준비 없이 풀타임을 뛰었지만 올해는 시즌 시작부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중견수와 1번 타자라는 부담가는 자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체력적인 부분은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라면서 "처음 뛰는 풀타임이고 1번 타자 자리를 맡게 돼서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늘은 그래도 좀 내려놓고 하다보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다. 앞으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해야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개막 이후 침체기를 딛고 시즌 첫 연승, 첫 위닝시리즈를 동시에 가져왔다. 그것도 극적이었다. 리드오프로서 팀의 분위기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그만큼 준비를 잘했고 결실을 맺었다"라면서 "일주일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지만 마지막 뒤에는 또 처음이 있지 않나. 오늘의 분위기를 다음주 첫 경기까지 가져가는 게 중요할 것 같고 또 좋게 작용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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