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험난한 오라클 파크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이정후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샌디에이고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6일 짜릿한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정후는 1회말 볼넷을 골라냈고 마이클 콘포토의 1타점 2루타에 1루부터 홈까지 질주하는 빠른 발을 과시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7일에는 샌프란시스코의 0-4 패배의 빌미가 되는 실수를 했다. 1회초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의 높이 뜬 타구가 햇빛에 가리면서 중견수 이정후가 타구를 잃어버려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된 것이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이정후의 아쉬운 수비가 나왔고 이 수비가 결국 쥬릭슨 프로파의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미국매체들은 패배의 원인으로 이정후를 지목했다. 경기 후 감독 인터뷰에서도 이정후의 수비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서부해안에서 오후 5~6시에 열리는 경기는 꽤나 힘든 시간이다. 선수들이 타석에서 공이 잘 보이지 않거나 외야에서 햇빛에 타구가 가린다”라고 이정후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다만 그렇다고 해서 핑계가 되지는 않는다. 반드시 잡았어야 하는 타구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정후는 8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타자가 치는 순간 공을 잃어버렸다. 나중에 공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보이더라. 타자가 스윙하는 순간 공이 사라졌는데 내가 잘 못본거라고 생각한다. 홈쪽은 그늘이 져있고 내가 있는데만 딱 햇빛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여서 선글라스를 껴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 타구가 정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한 번 경험을 했으니까 두 번 실수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한 경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한 경기가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팀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내가 준비를 잘 해야할 것 같다”라고 더 좋은 플레이를 다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8일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다시 한 번 이정후의 수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1회 이정후는 담장에 맞은 타구를 아깝게 놓친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봤나”라며 1회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1타점 2루타를 이정후가 잡았어야 하지 않았냐는 질문이다.
샌디에이고는 1회 1사 1루 상황에서 크로넨워스가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 로건 웹의 4구째 시속 88.5마일(142.4km)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잘맞은 타구는 중앙담장쪽으로 날아갔고 중견수 이정후가 몸을 날렸지만 펜스에 부딪히며 타구를 잡지 못했다. 크로넨워스의 타구는 중앙담장 상단을 직격했다. 타구속도 104.9마일(168.8km), 비거리 400피트(122m), 기대타율 9할5푼을 기록한 사실상 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타구다.
멜빈 감독은 “담장 꼭대기에 맞은 타구 말인가? 이정후는 전력으로 질주했다. 만약 그 타구를 잡았다면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됐을 것이다. 그건 잡기 어려운 타구였다”라고 답했다.
“생각보다 더 뻗어나가서 처음에는 홈런인줄 알았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형이 넥스트 플레이를 해줘서 다행이다. 아직 좀 더 적응을 해야할 것 같다. 타구도 확실히 더 뻗는 느낌이다. 거기까지 날라갈 줄 몰랐다. 확실히 힘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정후가 잡기는 어려운 타구였지만 점프 타이밍이 조금 늦은 것도 사실이다. 이정후가 점프를 하자마자 펜스에 몸이 부딪히고 말았다. “점프를 딱 뛰려고 했는데 그 때 펜스에 부딪혔다”라며 웃은 이정후는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정확히 점프를 했으면 충분히 잡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담장에 바로 부딪히고 말았다. 다음에는 잘해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9억원)에 계약한 이정후는 지난달 29일 샌디에이고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처음 출발은 좋았지만 최근에는 공수에서 다소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4경기 만에 안타를 때려내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호된 메이저리그 신고식을 치른 이정후가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