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일명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의 내년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지난주 FOX 스포츠의 프로그램 ‘더 카튼 쇼(The Carton Show)’에 출연해 여러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관련된 불법 도박 조사와 판정 자동화 문제에 대한 대화가 이뤄졌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우리는 볼 판정 시스템에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자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완성도를 이뤘다”며 “실제로 100분의 1인치까지 정확하게 판별해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스트라이크 존의 기하학적 구조가 어떤 형태라도 구현해 낼 수 있다. 타원형이든, 직사각형이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FOX 스포츠는 이런 내용을 보도하며 “이날 얘기는 커미셔너가 이전에 목표로 했던 2025년 시행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맨프레드는 지난해 10월에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2024년은 (판정 자동화 시스템의) 조정의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 존의 윤곽을 정하는데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지만, 2025년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KBO 리그가 올 시즌부터 시행하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리즈 개막전 때 방한한 맨프레드와 MLB 사무국 관계자들은 한국의 전격적인 ABS 도입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관련한 분석 자료나 개선점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공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 따라 MLB는 시행 초기의 시스템 안정화와 선수들의 적응 문제를 체크하는 한편, 팬들의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ABS 도입을 테스트했다. 독립 리그, 마이너리그 등을 통해 시범 운영했고,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시행을 망설이고 있었다.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전통적인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해석의 문제였다. 규칙상은 직사각형 모양이지만, 이제까지 실제 적용된 것은 타원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모서리 4곳의 판정은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었다.
맨프레드는 “아무도 이런 공을 던지거나, 치도록 훈련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행할 경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수년간의 마이너리그 테스트 결과, 구장마다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는 선수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했다.
게다가 포수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프레이밍(미트질)에 특화된 선수들이 입게 될 불이익에 대한 고려다. 맨프레드는 “변화를 추구하면서 특정 유형의 선수, 그것도 다수가 배제되는 방식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점진적인 도입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오타니와 그의 예전 통역(미즈하라 잇페이)이 관련된 불법 도박 문제도 언급됐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오타니가 공개적으로 얘기한 부분은 투명하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점을 사람들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이 우리(리그 사무국)의 의무”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단계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결론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원칙적이지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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