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감독이 작품 비하인드를 전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천 5백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부산행’(2016), ‘반도’(2020)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기생수'는 지난 5일 공개 이후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1위는 물론, 미국 2위, '삼체'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과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연 감독은 "저도 발표되고 나서 X에 올라오는 해외 리뷰 등을 확인해 봤다. 전에 한 작품과는 다르게 규모가 확실히 있는 기분이라, ‘괜찮으려나?’하는 기대를 첫날 해보기는 했다. 잘 시작한 것 같다"라며 "('삼체'와 경쟁하게 된 것이) 사실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지옥’을 했을 땐 같은 날 ‘카우보이 비밥’이 론칭을 했는데는데, 이번에는 워낙에 제가 좋아하는 작품인 ‘삼체’가 훌륭한 완성도로 공개했다.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는데,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얼마큼 되어야 잘 되는지 잘 모르겠더라. 전반적으로는 해외 쪽의 평이 좋고, 우려를 했던 국가는 일본이었다. 아무래도 일본 원작이다 보니, 우려를 좀 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연 감독이 살핀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연 감독은 "아무래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공존’, ‘공생’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원작과 '기생수: 더 그레이'가 이야기하는 방식은 좀 다르긴 하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6부작이고, 속도감 있게 가고자 해서 초반에 액션과 스릴 중심으로 진행했다. 그와 동시에 수인과 하이디의 공존을 인정하는 과정이 극적으로 발생하길 바랐다. 처음 계획했던 콘셉트도 그랬다. 예를 들어, (원작의) 신이치는 초반부터미기와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는데, 수인과 하이디는 직접적으로 소통이 안 된다. 그러나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이 이야기의 전체 내용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강호나, 철민, 준경이까지, 인물이 이 과정에 들어오는 게 하이라이트다. 이것이 이루어지면서 끝나는 걸로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 공개 후 이런 부분을 이해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일본 원작 팬들 역시 호평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에 연 감독은 "워낙 일본에서 ‘기생수’가 유명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2천만 부 정도가 팔린 작품이다 보니, ‘메이저’ 만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을 좀 했다. 사실 이게 완전한 원작이 아니라, 스핀오프의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원작의 세계관도 인정하고 있는 거라, 그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며 "(원작과)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지만, 나오는 요소는 원작 만화에서 눈곱만큼이라도 나왔던 것만으로 만들려 했다. 수인과 하이디의 설정은 신이치와 미기가 만화 중반에 갖는 설정을 극대화했다고 보시면 된다. 일본판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만화에만 있었던 날개 달린 생명체도 이번 시리즈에서 가져온 거다. 원작에 있던 여러 요소를 가져와 설정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원작자 이와아키 히토시의 피드백은 없었을까. 연 감독은 "처음에는 기생수 판권을 가진 제작자 고단샤와 한차례 미팅을 가졌고, 그때 전체적으로 설명을 했었다. ‘이런 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브리핑을 한번 하고, 이후 제작사에서 원작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기생수: 더 그레이'의 제작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어 "제 생각엔, 이와아키 히토시께서 굉장히 열려 계신 분 같다. 왜냐면, ‘기생수'가 의외로 스핀오프가 굉장히 많은 작품이다. 옴니버스 만화도 있고, 스핀오프 만화도 있다. 그래서 좀 (각색에) 열려 계신 분이라 생각했다"라며 "대본 작업을 하면서는 매번 한화 시놉시스가 완성될 때마다 고단샤 쪽에 번역 후 보내서 피드백을 받았다. 사실 그게 피드백양이 많지는 않았다. 작가님이 완성 버전을 보시고 수기로 피드백을 적어 주시더라. 인상깊게 본 장면 같은 것도 적어주셨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과 '기생수: 더 그레이'의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이 다른데, 두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기 때문에 (설정도) 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수인과 하이디의 ‘이해’가 목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기와 신이치는 직접 소통이 가능하지만, 이들의 화해가 극적 이러면 소통이 좀 어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공존’을 위해서는 전달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강우가 그런 인물이다. 메신저 역할을 하며 이들과 함께하게 되는 것도 ‘공존’의 메시지와 맞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원작의 내용을 한국화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한국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라며 "제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것들을 발견하는가,였다. 그 속에서, 이번 시즌1에서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조직’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강우는 조직폭력 설정이 되어 있고, 기생생물은 종교단체라고 하는 형식의 조직을 가지고 있고, ‘더 그레이’ 조직 아닌가.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배경은 가상 위인의 전쟁 기념관인데, 권영주 목사의 기생생물은 인간 사회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라고 생각했다.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맞추어 연출했고, 최종적으로는 주제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필요했다. 절대 종교 단체에만 집중하려 했던 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여러 조직이 등장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원작 만화는 연재물 아닌가. 일본 만화의 대부분은 ‘소년지’에서 연재된다. 대부분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경우가 많다. 소년 만화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히어로 적인 구성도 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저희가 소년지가 아니다 보니 그런 형식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기생수: 더 그레이'의 중심은 수사물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옥’ 때도 그랬지만, 시리즈의 오프닝이, 넷플릭스에서는 오프닝도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음악 감독한테도 이야기한 게, 나는 어쨌든 수사극의 베이스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예를 들어 ‘수사반장’이나, ‘미션 임파서블’의 티비 시리즈처럼 브라스가 들어간 음악이 들어가고, 그림도 수사극 같은 몽타주를 떠올렸다"라고 부연했다.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은 '기생수'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낸 연상호 감독의 독창적인 시선과 상상력은 물론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신선한 라인업으로 주목받았다.
먼저 연 감독은 '정수인' 역을 맡은 배우 전소니에 대해 "사실 처음에 전소니 배우가 자기가 하이디 역을 하는지 모르고 왔더라. 신이치와 미기처럼, 하이디 역이 따로 있는 줄 알았나보다. 첫 미팅 때 그 소식을 듣고 두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좀 한 거 같더라"라고 웃으며 "결과적으로 저도 깜짝 놀란 건, 철민과의 병원 장면에서 자신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정말 진짜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수인이라는 캐릭터가 어찌 보면 불행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걸 드러내는 캐릭터는 아니다. 강우랑 이야기할 때도 툭툭 던지지, 시종일관 우울한 느낌은 아니다. 그런 게 수인이가 가진 불행을 진짜처럼 보여준 거 같다. 오히려 저는 후반부에 하이디에게 몰입이 되더라. 어찌 보면 건조하고, 무표정하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하이디가 점점 수인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전소니 배우가 표현을 잘 해준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반도'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구교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 감독은 '설강우' 역을 맡아 분한 구교환 배우에 대해 "원작의 신이치와 미기를 생각해 보면, 미기는 호기심 있고 재미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하이디는 굉장히 진지하고, 수인이는 우울하다. 제가 봤을 때 둘 사이의 메신저인 강우 캐릭터는 마찬가지로 무거운 느낌이면 안 되겠더라"라며 "워낙에 구교환 배우가 그런 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강우라는 역이 연기하게 굉장히 어렵기도 한 거 같다. 껄렁대기도 하고, 아주 진지하지 않은 않고, 그가 겪은 일들을 보면 어둠이 있다. 구교환 배우가 그런 것들을 적재적소에서 잘 해준 거 같다. '반도' 때도 그랬지만, 본인이 영화를 연출하기도 해서,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는 계획 같은 것들이 꽤 디테일하게 있는 편인 것 같더라. 구교환 배우가 안 했다면, 누가 이걸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우와 구교환 배우는 찰떡"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6부작이 모두 공개된 가운데, 마지막 회 엔딩신에는 원작 '기생수'의 이즈미 신이치 역을 맡았던 일본 배우 스다 마사키가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 감독은 "스다 마사키 배우가, 소년미가 있다. 제가. 찾던 이미지와 굉장히 맞아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 ‘기생수’ 세계관에서 독자적인 신이치라는 인물이 필요했다. (스다 상이) 워낙에 인기 있는 배우라고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걱정 반으로 제안해 드렸는데 흔쾌히 해주시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또한 "제가 스다 마사키 배우를 보고, ‘넷플릭스 기생수에 어울리겠다’고 한 영화는 ‘아, 황야’라는 영화다. 저는 양익준 배우와 친하다 보니, 당시 ‘아, 양화’라는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에서 스다 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때 양익준 배우를 통해 촬영 비하인드도 좀 듣다가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스다 마사키에게 시선이 많이 가더라. ‘되게 좋은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다른 출연작도 많이 찾아봤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반도'를 포함한 '지옥' 등 줄곧 매력적인 세계관의 작품으로 시선을 모아왔다. 그 결과 연상호와 유니버스를 합친 '연니버스'라는 말까지 탄생했다. 이번 '기생수'를 통해 다시 한번 '연니버스'의 명성을 빛낸 그는 "애초에 성격 자체가 제가 대중성과 거리가 먼 사람인 거 같다. 그래서 대중성과는 부딪히는 부분이 항상 있는 거 같다. 그건 그냥, 어쨌든 제가 해결을 해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쪽 일이라는 게, 돈을 안 주면 못하지 않나. 그 시기가 되면, 대중성을 완벽히 내려놓고, 혼자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자유롭게 해야겠다, 싶다. 전공이 서양화다 보니, 나중에 그냥 그림이나 그릴까, 생각도 하는데. 지금은 일을 하는 때니까"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태생적으로 대중적이지도 않은 사람이 대중성과 부딪히다 보니,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고, 오류가 나기도 하는 거 같다. 저는 그걸 '투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라며 "현재 '기생수: 더 그레이'는, 플릭스페트롤 순위만큼 대중성과 잘 타협한 거 같다"라고 웃으며 "결과를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거로 생각해서, 저도 결과를 보고 ‘이번엔 이렇게 대중과 소통했구나’ 싶다. 날 때부터 대중 친화적인 사람이면 이 일을 하는 게 편하고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항상 애를 먹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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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