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NC 다이노스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와 함께했다. 에릭 페디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20승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로 트리플크라운은 달성하면서 정규시즌 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다.
NC는 지난해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의지(두산), 노진혁(롯데), 원종현(키움) 등 핵심 FA 선수들을 붙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페디는 어깨 피로 문제로 포스트시즌에서 1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1경기), 준플레이오프(3경기), 플레이오프(2경기) 등 가을야구 7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KT를 상대로 2승을 선점하고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지만 NC의 가을 기적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페디의 활약상에 빅리그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라는, KBO리그에서 유턴하는 선수로는 최고액 수준의 대우를 받고 미국으로 다시 건너갔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핵심 전력을 잃은 NC였다.
올해 NC를 향한 예상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하위권으로 예상했다. 페디의 존재가 그만큼 컸다. 그러나 NC는 보기 좋게 예상을 뒤엎고 있다. 지난 5~7일 주말 SSG 랜더스와의 3연전을 스윕하면서 9승4패, 단독 1위로 올라섰다. KIA가 주말 삼성과의 시리즈에서 1승2패 루징시리즈를 당하는 동안, 순위 역전에 성공했다.
현재 NC의 1위 비결은 탄탄한 마운드다. 팀 평균자책점 3.12로 1위다. 특히 선발진 평균자책점을 따지면 2.40으로 현격하게 낮아진다. 페디가 떠났지만 페디의 공백을 나눠서 채울 카일 하트와 다니엘 카스타노, 좌완 외국인 투수들이 기대만큼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
지난해 NC는 페디만 제 몫을 했을 뿐 파트너 외국인 선수였던 테일러 와이드너 허리 부상으로 뒤늦게 1군에 합류했고 또 기대 이하의 피칭을 거듭했다. 와이드너는 11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4.52의 기록을 남긴 채 방출됐다. 이후 삼성에 둥지를 다시 틀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와이드너의 대체 선수였던 태너는 11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2.92로 정규시즌 안정감을 보였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서 위압감 있는 피칭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재계약을 포기했다.
페디 하나의 존재를 채우는 것도 버거운데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새얼굴로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현재 NC의 선두 질주 원동력은 하트와 카스타노, 두 명의 외국인 투수 존재 덕분이다. 하트는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카스타노는 총액 85만 달러(계약금 13만 달러, 연봉 52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카스타노에 대해서 구단은 “오랜 시간 관찰한 선수”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무대 성공에 강한 기대를 표출했다. 카스타노가 좀 더 압도적인 구위를 바탕으로 하는 선수라면 하트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강점이었다. 구단은 “마운드에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로 타자와의 심리전에 능하고 효율적인 피칭을 하는 스타일의 선수”라고 하트를 설명한 바 있다.
반신반의했지만 뚜껑을 열자 NC는 두 명의 대박 외국인 투수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초 1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카스타노가 시범경기 기간 몸살로 컨디션을 조절하게 되면서 하트에게 1선발 역할이 넘어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트는 개막전부터 꾸준히 선발 투수의 본분을 다해주고 있다. 지난달 23일 두산과의 개막전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피칭을 펼쳤다. 이후 인후염으로 컨디션 이상이 생기며 등판 일정이 미뤄졌다. 인후염 직후 등판이었던 2일 LG전에서는 5이닝 7피안타 5볼넷 4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그래도 탈삼진 10개를 뽑아내며 위력을 떨쳤고 타선의 도움으로 첫 승을 거뒀다. 7일 SSG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역투로 2승 째를 수확했다. 시즌 평균자책점 3.00(18이닝 6자책점).
카스타노는 당초 1선발 역할을 기대했던대로 완벽투를 이어나가고 있다. 3경기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0.93을 기록 중이다. 현재 평균자책점 2위다.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펼쳤다. 3경기 19⅓이닝을 소화하며 18개의 탈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1개에 불과하다. 완벽한 제구력으로 한국 무대를 압도해나가고 있다.
하트와 카스타노 모두 상대 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투사의 면모를 갖고 있는데, 제구까지 완벽에 가깝다. 두 외국인 선수가 등판한 6경기에서 5이닝 미만을 던진 경기는 한 번도 없었기에 NC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가 던진 6경기에서 팀은 모두 승리를 챙겼다.
현재 기량, 페이스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두 선수가 이대로만 해준다면 페디의 20승 공백은 수월하게 채울 수 있을 전망. 20승 에이스의 공백을 15승 씩을 수확하는 에이스 원투펀치로 채우게 되는 셈이다.
하트와 카스타노의 뒤를 잇는 토종 에이스 신민혁도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56(17⅓이닝 3자책점)을 기록하면서 NC의 1위 질주를 최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현재 필승조인 류진욱의 난조(ERA 7.94), 5선발 김시훈의 부침(2경기 ERA 6.14) 등이 다소 걸리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하차한 좌완 김영규의 복귀가 임박했다. 선발 준비를 했지만 다시 필승조 자리로 돌아가 뒷문을 책임질 전망이다. 타선은 화력이 막강하지는 않지만 박민우 손아섭 박건우 데이비슨의 상위타선, 김성욱 서호철 김형준의 하위타선의 짜임새가 돋보인다.
일단 외국인 원투펀치가 지금처럼 팀을 이끌어준다면 다른 변수를 모두 묻어두고 정규시즌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확신과 믿음은 있었지만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었던 결단. NC의 선택과 결단은 결국 옳았고 30승 원투펀치로 보상 받을 기대에 부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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