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에 있는 배우 황정음이 남편에 대한 폭로전과 동시에 본업에 충실한 두 얼굴로 응원과 질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혼 소송으로 인한 갈등상황에도 배우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응원이 쏟아지면서도, 과도한 폭로로 전혀 무관한 이들에게까지 피해를 미친 것에 대해서는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2월 22일, 황정음의 이혼 소식이 전해졌다. 소속사 와이원엔터테인먼트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황정음 씨는 많은 심사숙고 끝에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하고 이혼 소송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황정음은 2016년 프로 골퍼 출신 사업가 이영돈과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다. 이들은 결혼 4년 만인 2020년 한 차례 법원에 이혼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조정 중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부부의 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재결합 직후 둘째 소식까지 전하며 갈등을 봉합한 듯 보였던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재결합 3년 만에 '남남'이 됐다.
이혼 발표 직전, 황정음은 자신의 소셜 계정에 돌연 남편의 사진과 함께 의미심장한 글을 게시해 의문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남편의 불륜설도 불거졌지만, 소속사 측은 "이혼 사유 등의 세부 사항은 개인의 사생활이라 밝힐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황정음은 "난 영돈이 형 이해한다. 솔직히 능력 있고 돈 많으면 여자 하나로 성에 안 찬다. 돈 많은 남자 바람피우는 거 이해 못 할 거면 만나지 말아야지"라는 누리꾼의 댓글에 "바람피우는 놈인지 알고 만나냐. 모르니까 만났나. 그게 인생", "난 한 번은 참았다. 태어나서 처음 참아본 것"이라며 "돈은 내가 1000배 더 많다. 내가 돈 더 잘 벌고, 내가 더 잘났으니 내가 바람피우는 게 맞지 않나. 네 생각대로면"이라고 반박해 남편의 외도를 시사했다.
이 같은 폭로전으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당사자인 황정음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된 SBS '7인의 부활' 포스터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며 유유히 본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황정음은 웹예능 '짠한형'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 출연을 예고하는 '파격 행보'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SBS '7인의 부활' 제작발표회에도 정상 참석했다. 이혼 이슈로 쏟아지는 관심에도 정면돌파를 택한 것. 당시 그는 "2년 정도 열정을 쏟아부은 드라마의 방송을 앞두고 개인적인 일로 피해가 가지 않을까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면서도 "연기는 연기이고, 개인적인 일은 개인적인 일이지 않나. 배우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접어두고 본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본업에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이후 공개된 '짠한형'과 'SNL 코리아' 본편에서도 황정음은 화끈함 그 자체였다. 이혼 이슈를 솔직하게 터놓으며 오히려 '웃음 코드'로 활용한 것. 그는 'SNL 코리아' 오프닝부터 "제가 생각해도 작품 보는 눈은 있는데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것 같다", "탈출해서 부활하려고요. 응원 많이 해주세요", "이혼준비 됐습니다!"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그동안 너무 자상하고 아름다웠던 내 남편. 그동안 너무 바빴을 텐데 이제 편하게 즐겨요", "돈은 제가 1000배 더 많이 벌거든요?" 등 남편 저격에 사용해 화제가 됐던 멘트를 그대로 구사해 폭소를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말미 그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짠한형'에서도 황정음은 "동엽 오빠 보는데 눈물이 났다. 지금도 슬프다. 나 때문에 피해가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진행하는 것 자체가"라고 미안함에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도 황정음은 "내 일만 열심히 하고 남한테 관심 없다. 남편한테도 관심 없어서 9년 동안 몰랐다", "(전 남편이) 자기네 집에 있을 때 나보고 '내 집이니 나가라'라고 해서 이태원 집을 대출받아서 샀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마지막까지 눈물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응원을 이끌어 냈다.
다만, 전 남편을 향한 분노까지 웃으며 넘기기엔 벅찼던 듯했다. 황정음은 지난 4일 "추녀야. 영돈이(전 남편)랑 제발 결혼해 줘. 이혼만 해주고 방콕 가면 안 돼?"라는 저격글을 올리며 한 여성의 사진을 박제했다. 해당 여성이 적은 "이영돈 고마워"라는 글을 보고 남편의 외도 상대라고 오해한 것.
결국 자신의 잘못으로 일반인 여성이 '상간녀'라는 누명을 쓰고 개인정보가 커뮤니티에 확산되는 피해를 낳자 황정음은 "개인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무관한 분을 남편의 불륜 상대로 오해하고 일반분의 게시글을 제 계정에 그대로 옮기고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용어들을 작성했다. 모욕적인 내용을 담아 게시글을 올리고 오해받을 수 있는 내용을 작성한 것. 그로 인해 악플을 받고 당사자와 그 주변 분들까지 추측성 내용으로 큰 피해를 받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피해에 대한 책임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라고 고개 숙였다.
한 번의 헛발질로 황정음을 응원하는 여론도 단숨에 뒤집혔다. 많은 이들이 실망을 표하고 등을 돌린 것. 가정이 무너져 뼈를 찌르는 고통에 놓인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무고한 피해자가 생겨난 상황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황정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고, 또 그 심경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개인사를 숨길 필요는 없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사는 개인사로 접어두고 본업에 열중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는 말을 실천했던, '짠한 형'이나 'SNL 코리아'에서의 모습처럼 말이다. 더 이상의 SNS 폭로전이나 박제는 도리어 독만 될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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