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LA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메이저리그 첫 승을 축하하는 식사 자리가 9일(한국시간) 원정지 시카고에서 마련됐다. 외식 안 하기로 유명한 오타니 쇼헤이도 후배를 위한 모임은 마다하지 않았다.
메뉴는 한식이었다. 일본인들이 야키니쿠(焼き肉)라고 부르는 고기구이 집을 찾았다. 일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들른 곳은 한인 업소들이 몰려 있는 시내에 위치한 ‘시카고 갈비(Chicago Kalbi) BBQ’라는 상호의 음식점이다.
야마모토의 한식 사랑은 꽤 알려졌다. 다저스에 처음 합류한 지난 2월에도 LA에서 첫 끼를 한인타운에서 비빔밥으로 해결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아마도 그런 취향을 존중해 메뉴를 정한 것 같다.
참석 인원은 6명이었다. 주인공 야마모토와 그의 통역 소노다 요시히로, 오타니와 통역 윌 아이어튼, 그리고 다저스의 일본인 구단 직원 2명이 동행했다. “음식이 전부 맛있었다. 오랜만에 모두가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야마모토가 설명하는 당시 분위기다.
그렇게 식사가 끝날 무렵이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식대를 지불하려고 계산서를 받아 들었고, 당연히(?) 오타니가 지갑을 꺼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막아선다. “아니야. 오늘은 내가 낸다.” 트레이너 나카지마 요스케였다.
좌석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서로가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지갑 속의 신용카드를 흔쾌히 꺼내 들었다. (식대는 팁을 포함해 500~10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 돈으로 70만~135만 원가량이다.)
다시 이날의 주인공 야마모토의 설명이다. “사실 그 자리는 내 승리와는 상관없었다. 나카지마 씨가 ‘시카고에 괜찮은 곳이 있으니 소개도 시켜줄 겸 함께 가자’고 미리 약속을 정했다.” 아마도 그래서 계산을 본인이 했던 것 같다는 게 주변의 짐작이다.
나카지마 트레이너는 올해 53세다. 이날 참석자 중에 가장 연장자였다. 1996년 미국으로 유학하러 가서, 롱비치 주립대에서 스포츠 의학을 전공했다. 다저스에 입사한 것은 2003년이다. 근속 기간이 벌써 20년을 넘겼다. 물론 류현진과도 친분이 두텁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너는 일종의 전문직이다. 연봉은 10만~3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나카지마의 경우 명문 구단의 베테랑 스태프다. 비교적 높은 보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놀랄 일이다. 미국도 사람 사는 곳 아닌가. “선수들이 같이 식사하면, 밥값은 무조건 연봉 많이 받는 사람이 낸다. 그게 관례다. 난 그래서 늘 매니 마차도 옆자리에 앉는다. 그래야 와인도 비싼 걸 마실 수 있다.” 김하성이 tvN ‘유퀴즈…’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다.
오타니가 (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는 (12년) 3억 2500만 달러짜리 선수다. 둘이 합하면 몸값은 10억 달러를 훌쩍 넘긴다. 우리 돈으로 하면 1조 4000억 원에 가깝다. 그런 거물들을 제치고, 선뜻 지갑을 연 것이다. 나카지마 씨의 결기와 배포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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