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부터 필승조를 풀가동했다. 타선도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점수를 뽑았다. 그런데 믿었던 마운드가 무너졌다. 그냥 무너진 게 아니라 아예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신인’ 전미르의 위기 탈출 탈삼진 퍼레이드만 남겨졌다.
롯데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7-10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롯데는 1회 레이예스의 선제 투런포, 2회 최항과 3회 레이예스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면서 4-0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4회 김재혁에게 적시 3루타를 맞으면서 추격을 당했다. 하지만 선발 애런 윌커슨이 5회까지 1실점만 하며 삼성 타선을 틀어막고 있었다. 투구수도 5회까지 68개로 적절했다.
그런데 6회 윌커슨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구자욱과 2볼 2스트라이크 승부에서 7구째 131km 슬라이더가 한복판에 몰리면서 우월 투런포로 연결됐다. 4-3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롯데는 윌커슨의 공이 정타로 맞아나가자 곧바로 교체를 단행했다. 전날(9일) 선발 나균안의 교체를 망설이다가 6회 김지찬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으며 승기를 내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경기를 복기하면서 실수를 자책했다. 그는 “어제는 내가 조금 빨리 바꿔줬어야 했다. 내가 실수한 것 같다”라면서 “투수교체 할 때 이 상황을 막는다는 그런 계산을 안한다. 교체 해야할 때는 바로 교체를 들어가는데 타이밍이 늦었다”라고 했다.
이어 “강민호 타석 때 요즘 타격감이 좋지 않으니까 맞아도 장타보다는 단타로 나간다고 봤다. 뒤에 하위타선에서 이것 하나만 막아주면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투수교체에 ‘막아주면’이라는 만약은 없다. 내가 한 템포 움직였어야 하는데 내 실수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신인 전미르의 패기를 믿고 다시 한 번 1점 차 승부처 상황에 투입했다. 그런데 전미르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했다. 전미르는 선두타자 맥키넌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ABS존과 실제 생각한 스트라이크 존이 달랐다.
첫 타자를 내보냈지만 김재혁을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다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김영웅에게 우선상 2루타를 얻어 맞고 1사 2,3루의 역전 위기에 몰렸다.
전미르에게 다시 한 번 시험대가 만들어졌다. 전미르는 대타 김재성을 상대했다. 위기에서 더 씩씩해진 전미르였다. 김재성을 상대로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5구 연속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는 배포를 보여줬다.
2사 2,3루가 됐고 전미르는 다시 한 번 대타 김현준을 맞이했다. 김현준을 상대로도 초구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패스트볼과 커브 조합으로 김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역전 위기를 극복하고 전미르는 환호했다. 사직의 만원관중도 열광했다.
전미르가 분위기를 뒤바꿨고 이어진 6회말, 최항의 적시타와 윤동희의 땅볼, 김민석의 적시타를 묶어 3점을 더 뽑아내며 7-3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전미르는 첫 타자 김호진까지 삼진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1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 원맨쇼.
이렇게 롯데의 승리가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보면 롯데의 필승조는 사실상 전미르 혼자였다.
7회부터 임준섭(0이닝 1볼넷 1실점), 최준용(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김상수(0이닝 1피안타 1볼넷 1사구 2실점), 박진형(⅔이닝 1피안타 1실점)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상황을 좀처럼 억제하지 못했다.
7회 이미 1점을 더 내주며 7-4로 맞이한 상황, 8회에는 김상수가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내려갔다. 무사 만루를 이어받은 박진형은 김호진을 병살타로 솎아내며 1실점만 하고 2사 3루를 만들었지만 김지찬에게 다시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7-6이 됐다.롯데는 결국 마무리 김원중을 조기에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김원중은 첫 타자 김헌곤에게 내야안타를 맞아 2사 1,3루 위기에 몰렸고 구자욱에게 7-7 동점 적시타를 내줬다. 김원중의 블론세이브. 9회까지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갔지만 이미 분위기가 넘어갔다.
롯데는 이제 믿고 투입할만한 투수가 없었다. 신예 박진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휘청거리는 분위기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박진은 10회 3실점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박진에게는 가혹한 이닝이었다.
결국 이날 롯데 마운드에는 전미르의 탈삼진 원맨쇼만 남았다. 필승조라고 불렸던 불펜진들은 방화만 저지른 채 사직 마운드에 잿더미만 남겼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