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았다. 5-0으로 꽤 넉넉한 리드에 주자도 없는 상황, 투구수도 77구로 적당했지만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빼앗았다. 시카고 컵스 신인 우완 투수 벤 브라운(24)이 첫 승을 눈앞에 두고 다음을 기약했다.
브라운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4⅔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컵스의 5-1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컵스는 전날(9일) 샌디에이고에 8-0으로 앞서다 8-9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터라 이날 경기 초반 분위기가 중요했다. 브라운은 1회 샌디에이고 1번 잰더 보가츠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중견수 뜬공 아웃 때 코디 벨린저가 정확한 3루 송구로 보가츠를 잡아내 더블 플레이로 한숨 돌렸다.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너클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1회를 잘 넘긴 브라운은 2회에도 선두 매니 마차도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주릭슨 프로파를 2루 땅볼 유도하며 4-6-3 병살로 연결했다. 이어 김하성을 97.5마일(156.9km)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3구 삼진 돌려세우며 기세를 올린 브라운은 3~4회에도 볼넷과 2루타로 주자를 1명씩 내보냈지만 실점 없이 막았다.
5회초 컵스 타선이 크리스토퍼 모렐의 만루 홈런을 포함해 5득점을 폭발하며 브라운에게 첫 승 기회가 왔다. 선발승이 걸린 5회말 브라운은 선두타자 김하성을 7구 승부 끝에 몸쪽 낮은 96.6마일(155.5km)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루이스 캄푸사노의 잘 맞은 타구도 중견수 뜬공 처리됐다.
첫 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 남은 상황이었지마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 마운드에 올라와 투수 교체를 알렸다. 2015~2023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9년간 3번의 지구 우승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은 카운셀 감독은 지난해 11월 컵스와 5년 40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빅리그 감독 최고 대우를 받은 인물이다.
브라운의 투구수는 77개밖에 되지 않았고, 주자가 나간 위기 상황도 아니었다. 5점차 리드 상황에서 선발승을 눈앞에 둔 무실점 선발을 칼같이 교체한 것이다. 당초 투구수를 80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토미 존 수술 경력이 있고, 지난해에도 광배근 부상으로 내구성이 약한 투수라 나름 보호를 위한 교체로 풀이된다.
나아가 카운셀 감독 입장에선 전날 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충격이 워낙 컸으니 일말의 불안감이라도 지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투수 드류 스마일리가 6회 1점을 내주긴 했지만 1⅓이닝을 던지며 구원승을 올렸고, 뒤이어 3명의 구원투수가 실점 없이 막으면서 5-1 승리를 완성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컵스는 7승4패(승률 .636)로 순항 중이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카운셀 감독은 “브라운의 패스트볼이 돋보였다”며 “이 리그는 힘든 곳이고, 잘못을 허락하지 않는다. 무너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브라운은 첫 등판에서 무너졌지만 자신감을 갖고 투구했다”고 칭찬했다.
에이스 저스틴 스틸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브라운은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3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7회 구원으로 나와 1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하지만 4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2회 롱릴리프로 투입, 4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