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이 안 떨어진다" 류현진 승리 지킨 157km, 한화 필승조로 우뚝…한승혁 트레이드 재평가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4.12 08: 4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괴물 투수’ 류현진(37)이 복귀 첫 승을 거둔 날, 이 투수의 공 하나가 경기장을 술렁이게 했다. 우완 투수 한승혁(31)이 최고 157km 강속구를 뿌리며 류현진의 첫 승을 도왔다. 
한승혁은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8회말 구원등판,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막고 한화의 3-0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시즌 3홀드째. 한화의 5연패 탈출과 함께 류현진도 4216일 만에 KBO리그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에게 포커스가 집중된 경기였지만 8회말의 주인공은 한승혁이었다. 첫 타자 김기연을 4구 만에 중견수 뜬공 처리한 한승혁은 다음 타자 김대한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5구째 직구가 높게 들어가는 볼이 됐다. 

8회말 한화 한승혁이 역투하고 있다. 2024.04.11 / soul1014@osen.co.kr

한화 한승혁.  2024.04.09 / soul1014@osen.co.kr

그런데 그 순간 잠실구장이 크게 술렁였다. 전광판 구속으로 ‘157’이라는 숫자가 표기된 것이다. KBO 공식 PTS 기준으로는 155km로 측정됐지만 엄청난 속도의 구속에 관중들도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6구째 직구로 김대한도 중견수 뜬공 아웃시킨 한승혁은 김태근을 5구째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투구수 15개 중 직구만 11개나 될 만큼 공격적인 투구로 이닝을 빠르게 정리했다. 
한승혁에겐 다소 부담스런 경기였다. 직전 등판이었던 9일 두산전에서 3-2로 앞선 7회 올라온 한승혁은 첫 타자 정수빈을 뜬공 아웃시킨 뒤 허경민과 양의지에게 연속 볼넷을 주고 1사 1,2루에서 강판됐다. 김범수가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아 팀이 역전패했고, 한승혁은 패전을 떠안았다. 
앞선 경기에서 안 좋은 기억이 남아있었고, 팀이 5연패 중이라는 점도 꽤나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6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친 류현진의 승리 요건을 지켜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한승혁은 아주 깔끔하게 막았다. 필승조로서 안정감을 보여주며 신뢰도를 높인 경기였다. 
한승혁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2패가 있지만 홀드 3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 중이다. 7⅔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줬지만 삼진 6개를 잡았고, 피안타율은 1할8푼5리에 불과하다. PTS 기준 직구 평균 구속이 150.4km로 리그 전체 1위 투수답게 구위는 최고다. KIA 타이거즈 시절 1~2년차 한승혁을 봤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도 “구속이 떨어질 나이가 됐는데도 안 떨어진다”며 30대에도 여전한 강속구에 놀라워했다. 
한화 한승혁. 2024.03.11 / dreamer@osen.co.kr
한화 한승혁. 2024.04.07 / rumi@osen.co.kr
그러나 늘 제구 불안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가 한승혁의 약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높은 공들이 잘 잡히면서 제구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ABS는 구속이나 구위가 좋은 투수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높은 커브 같은 것도 스트라이크로 잡히다 보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볼카운트가 유리하게 전개되면 조금 더 자신 있는 볼을 던질 수 있다”며 ABS 효과를 언급했다. 
한승혁도 “나에 대해 제구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심판 분들이 눈으로 보고 판정할 때는 스트라이크로 잡아줄 것도 잡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보니 그런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없어졌다. 존에 대해 확신을 갖고 들어갈 수 있다”고 달라진 점을 말했다. 올해도 9이닝당 볼넷은 5.9개로 많은 편이지만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줄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피해가지 않고 강속구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2022년 시즌 후 거포 유망주 변우혁의 반대급부로 또 다른 투수 장지수와 함께 KIA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한승혁은 지난해 부진했다. 21경기(7선발·36⅓이닝) 3패1홀드 평균자책점 6.44. KIA로 간 변우혁이 83경기 타율 2할2푼5리(200타수 45안타)에 그쳤지만 7홈런 24타점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줘 한화가 실패한 트레이드로 평가됐다. 하지만 올해 변우혁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뒤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한승혁이 한화 필승조로 떠오르며 트레이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waw@osen.co.kr
한화 한승혁.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한승혁. /한화 이글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