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예스는 현재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조용히 거듭났다. 올해 롯데와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처음 밟은 레이예스는 15경기 타율 3할9푼7리(58타수 23안타) 3홈런 11타점 OPS 1.039의 성적으로 맹활약 중이다.
시즌 초반에는 한화 호세 페라자의 화려하면서 파괴력 넘치는 퍼포먼스가 더 주목을 받았고 실제로도 타율 1위의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레이예스가 페라자를 넘어섰다. 언제든지 타율 1위의 자리를 내줄 수 있지만 1위라는 성적과 별개로 레이예스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한국 무대 연착륙에 성공했다.
레이예스는 김태형 감독이 원했던 거포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라인드라이브 유형의 중장거리 타자 유형이다. 홈런 3개를 때려내고 있지만 현재 2루타 이상의 장타 숫자는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한국 투수들의 공에 무작정 헛스윙 하지 않고 쫓아가면서 컨택을 하고 또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중장거리의 타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레이예스의 이런 활약에도 롯데는 그리 많이 웃을 수 없다는 것. 리그 최정상급 타자가 라인업에 포진해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게 힘들다.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 롯데는 현재 팀 타율 2할4푼8리로 전체 9위를 마크 중이다. 팀 OPS는 .651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7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당 평균 득점도 3.6득점에 불과하다. 독보적인 리그 꼴찌의 수치다.
현재 가장 잘 치고 있는 레이예스 앞에 주자들이 출루하면서 기회를 창출해 내야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레이예스의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은 4할1푼7리, 득점권 타율도 4할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매사에 열심히 뛰는 레이예스가 있기에 김태형 감독은 그나마 웃을 수 있다. 지난 10일 사직 삼성전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레이예스는 삼성 김재윤과 9구 끈질긴 승부를 펼치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승부 과정에서 좌측 파울라인 근처에 떨어지는 타구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2루까지 전력질주를 했다. 모두 파울 판정이 났지만 끝까지 플레이를 해야 할 정도로 애매한 타구였다. 파울 여부 때문에 천천히 뛸 수도 있지만 레이예스는 두 번의 타구 모두 전력 질주했고 2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했다.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시기 양쪽 햄스트링 부상을 모두 당한 바 있기에 조심스러운 관리가 필요한데, 레이예스는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결국 레이예스의 역량을 극대화 시키는 묘안이 나와야 하는 상황. 현재 롯데 입장에서는 역대급으로 빠르게 적응한 외국인 타자의 등장만으로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