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치면 그냥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은 13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에서 광주를 2-1로 꺾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올 시즌 첫 승리였다. 전북은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서 포항을 꺾긴 했으나 K리그에서는 3무 3패에 그치고 있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도 지난 제주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휘청이던 전북은 안방에서 광주를 잡아내며 7경기 만에 승리를 신고했다. 승점 6점으로 9위까지 점프하며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동시에 광주 상대 전주성 10연승을 질주하며 기분 좋은 기록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돌아온 안현범도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5일 울산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이후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중이었다. 안현범은 이번 경기에서 후반 20분 교체 투입되면서 추가시간까지 30분가량 소화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안현범은 "제가 얼마나 쉬었죠?"라고 되물은 뒤 "한 5주를 쉰 것 같다. 한 달 동안 종아리가 4cm 정도 찢어져서 복귀를 못했다. 팀이 계속 승리가 없어서 쉬고 있는데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라며 "단 페트레스쿠 감독님께서도 계속 언제 복귀하냐고 하셨는데 잘 안 됐다. 종아리가 회복이 잘 안 되더라. 급하게 복귀했다가 재발하기도 했다. 실제로 2주 정도 됐을 때 다시 운동을 해봤는데 또 찢어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안현범은 "그래서 시간이 이렇게 길어졌다. 사실 오늘 경기를 딱 3일 준비했다. 오늘이 팀과 같이 훈련한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박원재 코치님도 걱정이 되게 많았다. 또 다칠까 봐 못 뛰게 하겠다고 하시면서 나를 많이 배려해 주셨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다치면 그냥 은퇴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부담을 덜어드렸다"라고 고백했다.
안현범 본인에게도 놀라운 복귀였다. 그는 "솔직히 안 될 줄 알았다. 사실 한 달 쉬고 3일 만에 경기를 뛰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또 (문)선민이 형이 교체를 준비하면서 자기도 조커로 경기를 많이 뛰어봤지만, 몸이 아니라 정신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몸 힘든 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라며 "또 막상 뛰어보니까 뛰어지더라. 그런 조언들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어쨌든 내가 들어왔는데 경기에 이겼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무조건 결과가 중요한 시기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안현범은 제 포지션이 아닌 왼쪽 윙어와 왼쪽 수비수를 오가며 뛰었다. 그는 "거의 그냥 수비만 했다. 한 번 기회가 있긴 했는데 처음 맡는 왼쪽 수비수 자리였다. 그냥 열심히 뛰었다"라며 "정확히 내 포지션이 뭔지는 모르겠다. 훈련할 때도 4자리 정도는 본다. 오늘도 왼쪽 수비수는 처음 봤다. 나는 그냥 그런 존재"라고 미소를 지었다.
6경기 무승은 경기장 밖에서 지켜보는 안현범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는 "종아리 근육이 4cm 정도 찢어졌었다. 수원FC 원정 경기를 앞두고 전날 운동을 하다가 스프린트를 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수원FC 원정에 가지 못했고, 이후로 쭉 쉬었다. 잠깐 복귀했다가 또 찢어져서 계속 헬스장에서 헬스만 했다. B팀 훈련을 하다가 다시 찢어졌다"라고 전했다.
또한 안현범은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 솔직히 팀이 1승도 못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빠져도 선수들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 별로 걱정하지 않고 빨리 치료하자는 생각이었다"라며 "그런데 한 경기 두 경기를 하다 보니 출근하는 것 자체가 눈치가 보이더라. 팀이 힘들 때 다 같이 도와야 하는데 나만 그냥 누워있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재활했다. 그 덕분에 오늘 30분이라도 뛰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다행히 전북은 안현범의 복귀와 동시에 첫 승을 올렸다. 그는 "사실 결과론적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내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내가 나간 뒤로부터 계속 지는 상황이 이어져서 미안했다. 팀원들에게도 팬분들에게도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제 다음 경기는 FC서울 원정이다. 안현범은 "서울도 선수단이 좋고 쉽지 않은 팀이다. 그래도 이렇게 한 경기로 인해서 우리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또 주장인 (김) 진수 형도 돌아온다. 우리 팀이 더 단단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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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