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부의 연이은 파경 속에서도 개그계는 끄떡 없다. 이혼 부부가 ‘1호’도 없는 것을 강조하듯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프로그램까지 나올 정도. 각종 사건·사고 속에서도 굳건한 개그맨 커플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이혼 건수는 9만 2000건. 감소세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들을 포함한다면 실질적인 이혼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는 파경의 연속이었다. 그 시작은 배우 황정음이었고, 황정음에 이어 벤, 서인영, 허동원, 이범수·이윤진 부부가 부부 생활을 정리했거나 정리하고 있는 상황을 알렸다. 한달새 많은 부부가 ‘님’에서 ‘남’이 된 가운데 4월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우은숙과 유영재가 이혼했고, 배우 오승현도 결혼 7년 만에 이혼한 사실을 전하며 2024년 상반기 키워드가 ‘이혼’이 될 판이다.
배우, 가수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혼 폭풍이 몰아친 가운데 고요하고 잠잠하고 평화로운 곳이 있다. 바로 개그계다. 1988년 10월 1일 최양락과 팽현숙이 ‘1호’ 개그맨 부부로 결혼식을 올리고, 지난달 9일 ‘20호 부부’ 정호철과 이혜지가 결혼하기까지, 개그맨끼리 결혼해 이혼한 사례는 전혀 없다.
“금슬이 좋아서가 아니라 모두 다 자신들이 1호가 되길 주저하기 때문”이라는 박미선의 농담 섞인 말은 궁금증을 높이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2019년 당시 이혼 건수가 11만 831건, 2020년 이혼 건수가 10만 7000여건이었지만 ‘1호’조차 없는 개그맨 부부에게 관심이 쏠렸고 이는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순 없어’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지고 볶는 결혼 생활은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었다. “서로 1호가 되기 싫어서 안 하는 거 아니냐”며 특유의 너스레로 비결을 설명하기도 하는 개그맨 커플들. 그들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면 투닥거리기도, 티격태격대기도, 때로는 정색하며 “갈라서!”, “이혼하자”고도 한다.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이지만 개그맨 커플들 답게 유쾌하게 화해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개그 코너를 위해 오랜 시간 호흡하고 합을 맞춰왔고, 무명 시절도 서로를 의지하며 견뎌왔던 이들인 만큼 이해의 깊이와 폭도 남다르다. 동료 의식과 연대감에서 오는 개그맨 부부들만의 끈끈함은 ‘1호’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폭풍처럼 이혼이 몰아치는 요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