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살해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를 받아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전 프로풋볼 선수 O.J. 심슨이 11일(현지시간) 전립선암 투병 중 사망했다. 향년 76세.
고인의 유족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심슨이 자녀, 손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라며 남은 가족들의 사생활 보호를 요청했다.
그의 사후 미국 현지 주요 언론들은 격렬한 논란으로 점철된 그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던 고인은 은퇴 뒤에도 방송인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1994년 그의 전처 살해 사건이 벌어졌다. 그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렌트우드 주택가에서 심슨의 백인 전처인 니콜 브라운과 그의 남성 친구 론 골드먼이 흉기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 것. 경찰은 심슨의 집에서 피 묻은 장갑 등을 발견,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심슨은 "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는 메모를 남긴 뒤 도주했다.
심슨의 차량과 경찰이 LA 고속도로에서 벌이는 추격전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왼쪽 장갑에서 심슨의 DNA가 검출됐고, 심슨의 양말에서 브라운의 DNA가 나오는 등 증거는 충분하다고 판단, LA 검찰은 심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심슨은 재력을 바탕으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심슨의 변호인단은 흑인 남편의 백인 아내 살해 혐의를 '인종차별'로 몰고 갔고 배심원단은 이에 심슨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심슨이 범인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차고 넘쳤음에도 불구하고 무죄 평결을 받은 이 사건은 이후 미국 사법체계 역사의 치명적 오점으로 남았다.
그러나 민사 법원에서는 심슨에게 죄가 있다고 판결, 유족에게 배상금 3350만 달러(약 463억 9,750만 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심슨은 판결 후 플로리다로 이주했고 2008년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강도를 저지른 혐의로 징역 33년을 선고받아 9년 복역 뒤 석방됐다.
그는 또한 2007년 ‘만일 내가 그랬다면:살인자의 고백’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피플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책은 현재 아마존의 '부자 및 유명인 전기'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오디오북 버전은 '범죄학' 부문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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