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를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그의 활약이 아닌 김기동 FC서울 감독의 말이었다."
영국 'BBC'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느린 출발 보인 제시 린가드,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린가드의 K리그 도전을 조명했다.
FC서울은 지난 2월 8일 오전 린가드의 영입 소식을 공식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한 린가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한국에 왔다. 인생 새로운 장이 열린다. 서울에 있는 팬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입단소감을 전했다.
린가드는 1992년생 미드필더로 지난 2000년 맨유 유스팀에 입단했다. 조금씩 성장한 그는 2011년 맨유와 프로 계약을 맺었다. 이후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등으로 임대 생활을 경험했다.
린가드가 맨유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15-2016시즌. 당시 맨유를 이끌던 루이 반 할 감독은 유스 출신인 린가드를 자주 기용했다. 해당 시즌 그는 공식전 40경기(선발 32경기)에 출전, 6골 4도움을 올렸다.
린가드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9-2020시즌이다. 당시 맨유 사령탑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린가드를 다른 감독과 마찬가지로 종종 기용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플레이메이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영입했고 포지션 경쟁자 린가드의 출전 시간은 점차 줄어갔다.
결국 그는 2020-2021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데이빗 모예스 감독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임대를 떠났다.
최고의 선택처럼 보였다. 6개월간의 짧은 임대였지만, 린가드는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고 리그 16경기에 나서 9골과 5도움을 기록했다. 사실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웨스트햄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행을 지휘했다.
자신감을 찾은 린가드는 임대 종료 후 웨스트햄 완전이적 대신 맨유로 복귀를 택했다. 다시 한 번 주전 자리를 위한 경쟁에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도 솔샤르 감독은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택했다. 결국 린가드는 2022년 7월 자라고 성장한 맨유를 떠나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린가드의 하향 곡선은 이어졌다. 팀 내 최고 급여 수령자로 이름 올렸지만, 경기장 안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23년 6월 노팅엄에서 방출해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린가드는 지난해 8월 중 미국 MLS의 인터 마이애미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엔 웨스트햄 이적설이 다시 나오기도 했다.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 리그의 알 에티파크에서 훈련한다는 발표와 함께 이적도 성사되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FC 바르셀로나, 에버튼 등과 연결되던 그의 차기 행선지는 맨유 이적시장에 정통한 사이먼 스톤 기자의 보도처럼 FC 서울이었다.
개막 이후 린가드는 1라운드 광주FC(0-2 패),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0-0 무), 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2-0 승)와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했다.
뒤로는 다시 조용하다. 무릎 부상과 수술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BBC는 "린가드는 부상으로 지난 4경기에서 연달아 결장했다. 린가드를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그의 활약이 아닌 김기동 FC서울 감독의 말"이라고 전했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 16일 제주전 후 "린가드를 뺄까 고민했다. 경기를 설렁설렁하면 안 된다. 이름값으로만 하면 은퇴한 유명 선수 데려다 뛰게 하면 된다"라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BBC는 "영어로만 직역하면 공격적인 비판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김기동 감독의 의도는 달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동 감독 역시 "해당 부분은 과장됐다.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한 건 그가 주연을 맡아야 할 특별한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도 매체는 "잉글랜드 선수가 타지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폴 개스코인은 중국에서 짧은 조커로만 활약했고 제이 보스로이드는 일본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게리 리네커는 나고야에서 부상으로 신음했다. 앤디 쿡은 부산에서 끝내 성공하지 못했고 조던 머치는 두 자릿수 출전에 실패했다"라고 전했다.
BBC는 "K리그는 기준이 높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무대와 함께 아시아 3대 리그 중 하나이며 아시아 대륙 대항전 부문에서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리그"라고 강조했다.
과연 린가드가 부상, 적응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K리그 간판스타로 도약할 수 있을까.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