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그러나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분명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지금 황선홍호에는 혼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도 배준호(21, 스토크 시티)도 없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1-0으로 꺾었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해 펼쳐지는 대회다. 최소 4위 안에 들어야 2024 파리 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다. 3위 안에 들면 본선에 직행할 수 있고, 4위가 되면 아프리카 지역 4위 팀과 플레이오프 싸움을 펼쳐야 한다.
B조에 속한 한국은 UAE, 중국, 일본과 8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황선홍 감독도 직접 '죽음의 조'라고 인정하며 각오를 다졌다.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 황선홍 갑독이 대회 직전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으며 자리를 비웠던 데다가 해외파 차출까지 연달아 불발됐기 때문. 윙어 양현준(셀틱)을 시작으로 핵심 센터백 김지수(브렌트포드), '공격의 에이스' 배준호까지 모두 합류가 무산됐다.
주축 공백이 큰 상황 속에서 황선홍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호잇후-안재준-엄지성, 강상윤-이강희-백상훈, 조현택-변준수-서명관-황재원, 김정훈이 선발로 나섰다.
한국은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양 풀백이 적극적으로 전진해 공격에 가담했고, 전체적인 라인 자체를 높이 끌어올렸다. 필드 플레이어 10명 모두 중앙선을 넘어가는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날카로운 장면도 있었다. 전반 14분 이강희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18분엔 황재원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왔고, 이후 안재준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다만 대부분 공격이 측면에서 이뤄졌고, 높은 크로스 위주였다. 특히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안재준, 홍시후 대신 이영준, 강성진을 투입하면서 공중볼 의존도가 더 커졌다. 중앙을 거쳐가는 플레이가 부족했다.
단조로운 크로스가 계속되니 UAE도 마음 먹고 잠그기에 나섰다. 창의적인 킬패스 한 방을 찔러넣을 수 있는 이강인이나 배준호가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UAE의 밀집 수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패턴 플레이나 번뜩이는 시도 자체가 거의 없었다. 후반 42분 강성진의 헤더 득점도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행히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결실을 얻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이태석이 올린 코너킥을 이영준이 머리로 마무리하며 답답한 흐름을 깨뜨렸다. 전반부터 날카로운 세트피스가 천금 결승골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그대로 남은 시간 리드를 지켜내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어찌 됐건 승점 3점을 따내며 조별리그 통과 청신호를 밝혔다.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운 셈.
하지만 숙제도 분명했다. AFC 통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은 추가시간 포함 약 105분 동안 무려 43개의 크로스를 올렸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크로스 일변도를 고집한 것.
그 결과 중앙을 걸어잠근 UAE 수비에 막혀 유효 슈팅 3회, 1득점에 그쳤다.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두 번이나 취소되는 불운도 있었지만, 패턴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황선홍호가 조별리그 통과를 넘어 더 높은 무대까지 오르기 위해선 더 많은 선택지를 들고 나와야 한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일본을 비롯해 카타르, 호주 등 UAE보다 강한 팀을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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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