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에이스→꿈 망친 역적행' 바르사 DF, 결국 공개 사과..."기쁨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4.18 16: 31

한순간에 수비진 기둥에서 역적으로 전락했다. 로날드 아라우호(25, 바르셀로나)가 사과문까지 올렸다.
바르셀로나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에스타디 올림픽 루이스 콤파니스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PSG에 1-4로 충격패했다.
지난 1차전 3-2 승리를 날려버리는 대패였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무승부만 거뒀어도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홈에서 무너지면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과 치르는 마지막 UCL 무대에서 탈락했다.

특히 3년 전 아픔이 오버랩됐다. 당시에도 바르셀로나는 PSG를 상대로 안방에서 1-4로 무릎 꿇으며 16강에서 미끄러졌다.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다짐했으나 각오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출발은 좋았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12분 하피냐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12분 라민 야말이 단독 드리블로 박스 오른쪽을 완벽히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하피냐가 달려들며 정확히 마무리했다.
합계 점수 4-2로 격차를 벌린 바르셀로나. 마음이 급한 쪽은 두 골 이상 필요한 PSG였다. 바르셀로나로선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면 되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양 팀의 운명을 바꾸는 대형 변수가 터졌다. 바로 아라우호가 전반 29분 무리한 수비로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은 것.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며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을 뻔했다. 아라우호가 이를 막으려다가 뒤에서 밀어 넘어뜨렸고, 주심은 완벽한 득점 기회를 저지했다고 판단해 곧장 퇴장을 선언했다.
아라우호를 비롯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격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사비 감독은 근처 기물을 향해 발길질을 하다가 함께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후 경기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10명이 된 바르셀로나는 수적 열세를 버텨내지 못했다. 전반 40분 우스만 뎀벨레, 후반 9분 비티냐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리드를 잃었다. 그리고 킬리안 음바페에게 멀티골을 얻어맞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안방에서 그것도 '배신자' 뎀벨레에게 당한 충격패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뎀벨레는 지난 1차전에서 동점골을 기록했고, 이날 경기에서도 추격골을 터트리며 역전의 신호탄을 쐈다. 게다가 음바페의 역전골로 이어진 귀중한 페널티킥까지 얻어내며 UEFA 선정 공식 POTM(Player of the match)으로 선정됐다
뎀벨레는 바르셀로나와 악연이다. 그는 지난 2017년 무려 옵션 포함 1억 6500만 유로(약 2441억 원)의 이적료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심각한 줄부상과 기복 심한 모습으로 '최악의 먹튀'로 불렸다. 2022년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맺을 때도 오래 시간을 끌며 그냥 나가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결국 뎀벨레는 지난해 여름 PSG로 이적하며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하지만 악연은 계속됐다. 그는 앞선 1차전에서도 동점골을 터트린 뒤 마음껏 셀러브레이션을 펼치며 바르셀로나 팬들을 분노케 했다. 친정팀에 대한 예우나 존중은 없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바르셀로나 팬들은 2차전에서도 경기 내내 뎀벨레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럼에도 뎀벨레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르셀로나 수비를 무너뜨리며 탈락을 선물했다. 후반 추가시간 승리를 확신한 그는 벤치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고, 바르셀로나 팬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아라우호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어리석은 퇴장으로 모든 걸 망쳤다는 쓴소리였다. 만약 그대로 바르콜라에게 한 골을 내줬더라도 바르셀로나가 유리한 상황이었다는 것.
팀 동료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카이 귄도안은 "이건 챔피언스리그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면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매우 실망했다. 레드카드가 나오기 전엔 우리가 경기를 통제할 수 있다고 느꼈다"라며 "반칙이라면 레드카드가 맞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말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엔 공을 다시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해야만 한다. 아라우호가 공을 건드렸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을 따내지 못했다면 놔뒀어야 한다"라며 "난 실점하거나 일대일 기회를 허용하길 선호한다. 골키퍼에게 우리를 구하거나 골을 내줄 기회를 맡길 수도 있었다. 경기 초반에 퇴장으로 10명이 되는 건 팀을 죽인다"라고 덧붙였다.
사비 감독은 주심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주심이 정말 나빴다. 경기 후 그를 찾아가서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심판에 대해 말하길 좋아하진 않지만, 우리의 시즌에 분명한 영향을 줬기 때문에 말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아라우호 퇴장이 경기 결과를 결정했기 때문에 매우 화가 난다. 이런 경기에서 퇴장은 지나쳤다"라고 분노했다.
장본인 아라우호도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내게 그토록 많은 기쁨을 줬던 축구가 이제 나에게 큰 충격을 준다. 무조건 내 옆에 있어준 모든 분들, 경기장에서 모든 걸 바친 팀원들, 끝까지 이 팀을 믿어준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또한 아라우호는 "기쁨을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다시 일어나겠다. 파이팅 바르셀로나, 영원하라!"라며 성경 구절을 인용해 "하나님의 뜻대로"라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 구단 공식 계정과 세르지 로베르토는 "우리는 함께야"라는 격려의 댓글을 남겼다. 우루과이 대표팀 동료인 다르윈 누녜스(리버풀)도 "다시 일어나 형제여. 너는 엄청난 선수야"라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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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날드 아라우호·UCL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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