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 일주일이었다. 심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었지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이번 주 내내 구설에 오르내렸다 오르내렸다.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논란이 생겼고 벤치클리어링 사건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서 파울타구를 치고 느리게 복귀했다는 이유로 LG 선발 케이시 켈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켈리는 황성빈을 향해 욕설을 했고 이후 벤치클리어링으로 확전됐다.
유쾌하지 못한 사건들로 이번 주를 시작했다. 황성빈의 플레이 스타일을 두고 타 팀 팬들은 ‘밉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황성빈의 플레이는 역설적으로 롯데에는 활력을 불어 넣었고 롯데는 8연패에서 탈출했다. 벤치클리어링 논란에도 불구하고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황성빈은 자신을 더욱 부각시켰다. 경기 외적이 논란이 아니라 실력과 결과로 증명했다. 19일 사직 KT전에서는 적시 3루타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21일 더블헤더. 황성빈은 더블헤더의 주인공이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1회와 5회 각각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개인 첫 멀티 홈런 경기를 완성했다. 3회에는 유격수 땅볼로 타점을 올렸고 7회 타석에서는 안타를 추가했다. 3안타(2홈런) 3타점 경기를 펼치며 팀의 9-9 무승부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황성빈은 매섭게 몰아쳤다. 1회 무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로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3-2로 추격을 당하던 5회말 엄상백을 상대로 달아나는 투런포까지 쏘아 올렸다. 더블헤더 2경기에서 3홈런 경기를 펼쳤다.
이전까지 프로 통산 홈런 1개,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아마추어 시절에도 1개의 홈런 밖에 때려내지 못했던, 발 빠른 전형적인 쌕쌕이 유형의 선수가 만든 기적 같은 하루였다.
황성빈은 홈런 상황에 대해 “첫 번째 홈런과 두 번째 홈런 모두 담장을 넘어갔다는 것을 느끼기에 오래 걸렸다. 3번째 타구는 맞자마자 넘어갔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만난 황성빈은 울컥한듯 눈시울이 불거져 있었다. 그는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 보면서 “이번 한 주가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내일 많은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라면서 “마음이 불편했고 심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상대팀 선수분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제 행동에 불편한 게 있었고 이제는 그런 행동을 상황을 만들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 의도가 없더라도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제 기억으로 사직에서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팬 분들이 제 응원가를 불러주시는 게 너무 울컥하더라. 그래서 눈물을 참았다”고 했다.
이날 더블헤더에서 황성빈은 9타수 5안타(3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8연패 탈출 이후 치른 4경기에서 17타수 9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3승1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제가 노력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가끔 의심할 때도 있다. 노력한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인지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틀린 방향으로 가지 않고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제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잡아주신 김주찬 코치님, 임훈 코치님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라면서 “저에게 투자해주신 시간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답하는 날인 것 같아서 제자로서, 그리고 선수로서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웃었다.
황성빈은 오늘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 일주일 간의 사건과 논란들을 돌아보며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부분들이 저를 조금 더 과감하고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오늘 경기에 임했던 제 태도를 오래 기억하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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