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의혹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민희진 대표의 ‘무례한’ 입장문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하이브가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 A씨 등의 경영권 탈취 의혹으로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민희진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히며 본격적인 대립을 예고했다. 그렇지만 민희진 대표의 입장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하이브가 제기한 의문에 대한 해명은 전혀 없었고, 다른 아티스트를 공격하는 듯한 발언으로 이슈를 돌리고 있었다.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를 통해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어도어는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 음악 산업과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다”라고 알렸다.
민희진 대표는 이번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가 어도어 및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를 가장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지난 3월 하이브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그룹 아일릿에 대해 언급했다.
민희진 대표는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습니다.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습니다.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라며,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하였습니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희진 대표는 ‘아류의 등장’으로 오는 5월 컴백을 앞두고 있는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됐고,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들어 갔다며, “하이브, 빌리프랩을 포함해 그 어느 누구에게도 뉴진스의 성과를 카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뉴진스와 아일릿이 연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민희진 대표는 이번 카피 사태와 하이브가 뉴진스에 대해 취해온 일련의 행태에 관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고, 이후 ‘경영권 탈취 의혹’이라는 언론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희진 대표의 입장문은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게 됐다. 하이브에서 제기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타 아티스트를 공격하는 감정적인 내용이었기 때문. 다른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은 없이 자신이 이룬 성과만을 내세우며 무례한 발언까지 서슴없이 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내면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아일릿을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아류의 등장’이라고 표현하며 저격했다. 카피 사태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공개적으로 아일릿에게 ‘뉴진스의 아류’라는 프레임을 씌운 셈이다. 공식입장문에서 ‘아류’라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쓴 것 자체가 해당 아티스트를 대하는 민희진 대표의 태도, 무례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민희진 대표의 ‘뉴진스 카피’ 주장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확실히 뉴진스는 데뷔 당시 신선한 마케팅과 콘셉트, 음악, Y2K 감성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렇지만 뉴진스의 콘셉트와 음악이 전에 없던 100%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요계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 뉴진스의 대표적인 색깔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지 리스닝과 Y2K 감성은 이전에도 있었다.
더욱이 민희진 대표는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해명은 전혀 없이 자극적인 표현으로 아일릿을 총알받이로 썼다는 비판이다. 어도어 경영진들이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 등의 비밀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이나 매각 구조를 검토받은 정황, 아티스트 부모들에 대한 회유 작업, 하이브 압박을 위해 아티스트에 대한 부정 여론을 형성했다는 의혹 등에는 침묵했다. 다만 아일릿에 ‘아류’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아티스트들을 앞세워 이슈메이킹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슈 메이킹은 아일릿뿐만 아니라 컴백을 앞두고 있는 뉴진스에서 적지 않은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설사 민희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사태’로 하이브와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하더라고, 과연 이 문제가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충분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앞서 지난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민희진 대표 등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 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증거 수집에 나선 것. 감사팀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 대면 진술 확보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가 직위를 이용해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 하이브 아티스트에 대한 부정여론 형성 작업과 아티스트 부모들에 대한 회유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 하이브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는 A씨 등이 경영권을 탈취해 독자 행보에 나서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 온 정황을 제보받았고, 이에 즉각 대응에 나선 것.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를 소집,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했으며 확보한 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에게 보낸 감사 질의서의 답변 시한은 오는 2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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