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상민이 완전한 빚 청산을 선언했다.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빚쟁이' 이미지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이상민은 지난 7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20년 만에 69억 원가량의 빚을 청산했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채권자와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채권자에게 홍삼 세트와 신발을 선물한 이상민은 "다 마무리 됐으니까 각자의 길로"라고 후련한 마음을 전했다.
채권자는 이상민에게 두부를 건넸고, 이상민은 "2005년부터 시작해서 2024년 1월 말까지 장장 20년이 걸렸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걸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돈 몇 만 원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일도 못 하고"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수북하게 쌓여있던 채무증서를 찢었다.
다만 이번에도 완전한 청산은 아니었다. 이상민은 "(빚이) 이제 한 200만 원 남았다"며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꼬여서 압류를 다 해지를 해야 하는데 그것만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도 "저작권 다 팔지 않았냐"는 질문에 "뭘 파냐. 못 받는 것"이라고 여전히 저작권료가 압류에 걸려 있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상민의 '빚쟁이' 캐릭터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는 사업 실패로 69억 8천만 원의 빚을 떠안았다. 이후 이상민은 '69억 빚'을 아이덴티티 삼아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학 개그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많은 이들이 성실히 방송 활동을 하며 빚 청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상민에게 응원의 뜻을 보냈다. 파산신청조차 하지 않고 빚을 갚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도 당연지사.
하지만 그러길 10년째, 대중들은 서서히 그의 빚타령에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일각에서는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생겨났다. 이상민은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 동안 수십 개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일반적인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생각한다면, 이미 빚을 모두 청산했어야 했다.
실제 이상민은 2012년 MBC 에브리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강의'에서 빚이 거의 청산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아직 2년 더 갚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7년 tvN '명단공개 2017'에서는 빚의 90%를 갚았으며 "올해 안에 남은 빚을 모두 청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2019년 SBS라디오 '김영철의 파워 FM'에서는 "빚을 더 갚아야 하는데, 모든 은행에서 압류는 해제됐다"라고 말을 바꿨다. 2021년 '심야신당'에서는 또 "아직 다 못 갚았다"며 "오늘 아침에도 더 받아야겠다는 채권자의 전화를 받았다. 아직도 갚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도 이상민은 방송에서 월세 200만 원짜리 집을 공개하는가 하면, 2022년에는 2층집으로 이사 간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빚쟁이 코스프레 의혹'까지 불거졌고, 이상민은 자신의 빚이 악성 채무이며 9억까지 줄어들었던 빚이 다시 16억까지 늘었다고 해명했다.
자신을 향한 의심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까, 이상민은 이제 '빚쟁이'가 아닌 '빚 청산'을 내세우며 이미지 셀링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고생했다 진짜", "올 가을에서 겨울 사이 이상민의 뉴라이프가 시작된다"며 이상민이 올해 빚을 다 청산하게 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로도 이상민은 몇 번이나 더 '빚'을 예능소재로 우려먹은 뒤 올해 4월이 돼서야 '진짜' 청산을 알렸다. "올해 빚을 갚는다"라고 처음 말을 꺼낸 것이 2017년, 그리고 2023년 3월에 또 한 번. 하지만 실제 채무증서를 찢은 것은 2024년 4월이었다. 이 마저도 아직 200만 원이 남았다는 뒷말이 붙었다. 이쯤 되니 '빚'이 없으면 방송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합당하게 느껴진다. 이번에야 정말 빚쟁이 이미지와 질긴 인연을 끊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대목이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OSEN DB,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