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에서 내보낸 신인 걸그룹 아일릿을 "뉴진스 아류"라고 칭하며 편가르기에 나섰다. 뉴진스의 콘셉트에 대해 '민희진 풍', '민희진 류'로 이름 붙이며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고 있는 것. 하지만 정작 뉴진스 멤버들은 하이브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하이브 연습생 출신이라는 점이 그의 '선긋기'에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A씨가 직위를 이용해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기는 등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을 발견해 증거 수집에 나선 것. 지난 22일에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과 함께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에 민희진 대표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출연 등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의 성공을 이끌었을 뿐만아니라 멤버들과 대표 그 이상의 유대감을 형성하며 '뉴진스의 엄마'로 불려왔다. 본인 역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멤버들과 함께 출연해 "하니 부모님은 호주에 계시는데 이번에 한국에 오셨었다. 하니랑 하니 여동생이랑 엄마랑 입는 잠옷이 있는데 저한테 똑같이 선물을 해주셨다. 멤버들한테도 다 똑같은 잠옷을 주셨다. 제가 한국 엄마라고"라며 "출산한 기분이 든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개인 SNS를 통해 뉴진스 멤버들과의 일상을 공유하며 민희진 대표는 스스로에게 '뉴진스의 엄마'라는 수식어를 달게 했다. 이전에도 그가 뉴진스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낳고 기른, 본인 소유의 자식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그만큼 큰 애정의 표현이라고 넘길 만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가 아일릿을 비롯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고유 자산을 베꼈는 주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같은 민희진 대표의 '하이브 선긋기'와 뉴진스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 씨네21 등과의 인터뷰에서 '뉴진스가 하이브 자본으로 성공했다'는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하이브와는 무관한 독자적 레이블"임을 강조했다. 또 뉴진스의 흥행을 이끈 곡들에 대해서도 작곡가보다 "내 선택과 결정의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은 대다수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어도어는 하이브가 지난 2021년 자본금 161억원을 출자해 세운 연예 기획사다. 하이브는 당시 신규 레이블 어도어 설립 소식을 전하며 "하이브 멀티 레이블 체제 하의 독립 레이블로서 기존 레이블에서 시도되지 않은 차별화된 사업들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 등의 소속사를 인수하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하이브는 어도어를 통해 공동설립이나 인수가 아닌, 독자 레이블을 설립한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아무리 독자 레이블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 하에 있는 만큼 하이브와의 온전한 분리는 어렵다. 더군다나 민희진이 그토록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는 뉴진스 멤버들마저도 실상은 하이브와 쏘스뮤직이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손수 선발한 인재들이었다. 멤버 민지는 2017년 쏘스뮤직에 입사했고, 하니는 민지를 내세워 2019년 개최한 빅히트-쏘스뮤직의 글로벌 오디션으로 선발돼 쏘스뮤직의 연습생이 됐다. 다니엘과 해린 역시 이듬해 쏘스뮤직에 입사해 연습생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어도어 설립 이후 민희진 대표가 처음부터 직접 뽑은 연습생은 다섯 멤버 중 혜인이 유일한 셈이다. 그마저도 과연 '하이브 레이블'이라는 토대 없이 가능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그 많던 쏘스뮤직 소속 연습생 중 몇 명을 추려 뉴진스라는 그룹으로 결성시킨 데에 민희진 대표의 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빅히트와 쏘스뮤직의 이름을 보고 오디션에 지원해 뽑힌 멤버들을 데려와 놓고 하이브와 전혀 무관하다며 갈라치기 하는 행태는 의아함을 자아낸다. 애초에 어도어는 하이브 레이블인데, 그 안에서 탄생한 뉴진스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일군 창작물이라 단언할수 있을까. 그럼에도 도리어 다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까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베낀 '아류'라 폄하하는 모습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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