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은 기본값, 육두문자가 남발한 기자회견. 변호사는 이마를 짚었고, 발언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전하고 싶은 팩트,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심된다.
민희진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 A씨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은 지난 22일 알려졌다. 하이브는 A씨 등이 경영권을 탈취해 독자 행보에 나서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 온 정황을 제보 받아 감사에 착수했고, 중간 감사 결과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이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 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식입장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한 민희진 대표지만, 직접 해당 사안에 대해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진 뒤 취재 기자는 물론, 사진 기자들도 현장에 몰렸고 플래시가 터지자 민희진 대표는 놀란 듯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
진정이 된 민희진 대표는 “난 이미 마녀가 되어있다. 이 프레임을 벗겨내는 게 첫 번째 숙제다. 두 번째는 진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 내가 보는 앵글과 하이브가 보는 앵글이 굉장히 다른 것 같다”며 “내 개인적인 메시지까지 사찰해서 날 죽이려고 할 거라는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말씀드린다. 이렇게 의혹이 많은데 이야기 안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서 부득이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구체적으로 나열된 것들은 내 입장에서는 다 허위 사실이다. 나를 이상한 형상으로 만들어 놓고 ‘그러니까 쟤는 뉴진스를 키울 자격이 없는거야’ 라는 식으로 날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거 같다. 난 월급 사장이다 .월급 사장이 왜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해서 화살을 맞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민희진 대표는 자신이 SM엔터테인먼트를 퇴사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방시혁 의장, 박지원 하이브 CEO 등과 나눈 모바일 메시지를 공개하며 점점 목소리가 격앙되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이 아닌 사담을 나누는 장소로 착각이 들 정도로 반말은 기본값이었고, 공격적이었다. 육두문자도 서슴없이 내뱉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기자회견은 기자단을 초청해 주장과 근거를 밝히는 행사.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밝히고, 질의응답을 통해 의문점을 해소해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자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성과 육두문자가 오갔다. “상대가 개싸움을 한다고 해서 제가 개싸움을 해야 되나요”라고 말한 민희진 대표지만, 맞불을 놓으면서 개싸움으로 끌고 갔다. 민희진 대표의 폭주에 변호사들은 이마를 짚기도 했고, 마이크를 들고 끼어들면서 만류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민희진 대표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자신이 말을 하려다 변호사가 막자 민망한 듯 웃기도 했다.
뉴진스가 컴백을 위한 콘텐츠 공개를 앞두고 있고, 자신이 해명하지 않으면 안될 거 같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민희진 대표이지만 이 긴급 기자회견이 민희진 대표, 그리고 뉴진스에게 득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민희진 대표의 폭주가 그가 말하고자 했던 팩트, 그리고 기자회견 내내 강조했던 ‘진정성’을 훼손시킨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