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 겸직 독 됐나?'.. 일 벌인 KFA는 숨는데 황선홍 감독 "큰 영향 없었다. 책임은 나에게"[오!쎈 현장]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04.27 15: 21

"A대표팀 겸직 영향이 (8강 탈락에) 큰 영향 미치지 않았다."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려 있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직전 A대표팀 임시 감독을 맡았던 황선홍 감독이 한 말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12시께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어두운 분위기 속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겸직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는 시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 황선홍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전날(26일) 황선홍호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연장 혈투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이영준(김천)의 퇴장 악재 속 고군분투했지만 웃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전 ‘충격패’로 한국은 오는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을 겸해 열리는 이번 대회는 최종 성적 상위 3팀에 파리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펼쳐 이겨야 본선으로 향한다.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대회 전까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9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랐었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3월 A대표팀 겸직으로 이번 대회를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황선홍 감독이다.
그는 A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고 3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치렀다. 
지난 2월 16일 경질된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의 뒤를 이을 ‘소방수’로 KFA가 황선홍 감독을 낙점했고, 어려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던 황선홍 감독은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수락했다.
무리한 결정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당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다른 나라 협회에서도 필요한 경우 A대표팀 감독이 U-23 대표팀을 동시 맡기도 한다"라며 황선홍 감독 선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황선홍 감독은 급한 불을 잘 껐다. 한국과 태국의 3월 A매치 2연전을 1승1무로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U-23 아시안컵에선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이날 귀국 인터뷰에서 “작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끝나고 곧바로 올해 4월 이번 대회에 집중해야 했는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짧았다. 몇 개월 밖에 안 됐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을 KFA는 황선홍 감독에게 ‘겸직’이란 무거운 직책을 맡기며 한곳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사진] 황선홍 / 노진주 기자.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겸직’을 후회하진 않는다.
‘A대표팀 감독을 겸직한 것이 결과적으론 독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그 부분이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단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라고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았다.
반면 대한축구협회(KFA)는 '겸직'이 악수가 된 것에 눈을 감고 있다. 원론적인 사과만 할 뿐이다. KFA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 패배로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해 축구팬, 축구인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축구 대표팀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저희 KFA에 총괄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향후 선수와 지도자 육성, 대표팀 운영 체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내 더 이상 오늘과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당면 과제인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잘 마무리 짓고, 계속 이어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좋은 경기로 국민 여러분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KFA 관계자는 “입장문을 쓴 주체적인 인물이 있다기보단 협회 차원에서 사과문을 게재했다”라고 밝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임원진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비롯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지난 2021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의 한국 축구대표팀이 일본 원정에서 0-3으로 대패했을 때 정몽규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40년 만에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없는 ‘한일전 패배보다 더한’ 처참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정몽규 회장은 말 한마디 없이 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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