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팀이 빈손으로 귀국했다. 이물질 투척 사태는 없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12시께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어두운 분위기 속 한국 땅을 밟았다.
전날(26일) 황선홍호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연장 혈투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이영준(김천)의 퇴장 악재 속 고군분투했지만 웃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전 ‘충격패’로 한국은 오는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을 겸해 열리는 이번 대회는 최종 성적 상위 3팀에 파리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펼쳐 이겨야 본선으로 향한다.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대회 전까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9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랐었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이날 황선홍호가 입국하는 공항 게이트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삼엄한 경호가 있었다. 다행히 ‘클린스만 감독 엿 사태’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올해 2월 AFC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해 결승 진출 실패 굴욕을 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인터뷰 중 날아오는 엿과 마주했다. 앞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땐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선수단 앞에 달걀이 투척되기도 했다.
이번엔 이러한 일은 없었다. 오히려 황선홍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팬만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 인터뷰를 마친 황선홍 감독은 공항을 빠져나가려 걸어가던 중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는 팬을 만났고, 이에 응했다.
한편 이날 황선홍 감독은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 책임 통감한다. 우리 선수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줬다. 비난보단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라며 “핑계 같을 수 있지만, 지금 연령대 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가 2년 여 정도 이 팀을 맡으면서 느낀 점은 이 시스템이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작심발언도 했다.
26일 대한축구협회(KAF)는 공개 사과했다. KFA는 입장문을 통해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 패배로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해 축구팬, 축구인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축구 대표팀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저희 KFA에 총괄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향후 선수와 지도자 육성, 대표팀 운영 체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내 더 이상 오늘과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당면 과제인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잘 마무리 짓고, 계속 이어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좋은 경기로 국민 여러분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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