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물어 보시면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로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을 위한 A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내주며 했던 말이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던 황 감독은 혼란스러운 A대표팀을 맡아 태국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1승1무를 기록한 뒤 본업으로 돌아왔다. 태국을 상대로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의 합작골이 나왔다는 것에 시선이 집중되며 결과는 크게 조명받지 않았다.
문제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 8강 인도네시아전에서 2-2로 정규시간을 마친 후 연장전을 그대로 끝낸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지며 8강 탈락했다.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가던 한국은 전반 15분 인도네시아가 장거리 슈팅 때린 것이 수비 맞고 나오자 박스 바로 밖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라파엘 스트라이크가 때린 오른발 감아차는 슈팅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실점 후에도 인도네시아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며 위험했던 한국은 전반 45분 오른쪽에서 크로스때 공격수 엄지성이 문전에서 다이빙 헤딩 패스를 한 것이 수비 맞고 굴절돼 자책골로 연결되는 행운의 동점골을 얻었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3분뒤인 전반 추가시간 3분 평범한 롱볼에 한국의 이강희가 골키퍼에게 공을 미루며 공격수만 막다가 공이 애매하게 튀었고 박스안에서 스트라이크가 왼발슈팅으로 다시 인도네시아가 앞서가며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 25분 한국의 핵심 공격수 이영준이 상대 발을 밟아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한국은 후반 39분 역습 기회에서 홍윤상이 드리블 후 내준 패스를 이어받은 정상빈이 박스 안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침착하게 반대편 골망을 보고 오른발 낮은 슈팅으로 극적인 2-2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연장전을 실점없이 버틴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2번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끝내 12번 키커 이강희가 막히며 10-11로 패하며 8강에서 탈락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던 한국은 결국 올림픽 행보를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당연한 결과다. 올림픽 진출권을 위해 최종 리허설을 감독 없이 펼치게 만든 KFA가 큰 책임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해성 위원장은 일언반구 없이 감독 선임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급하게 선임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선임하겠다는 이야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정해성 위원장은 더이상 행보를 이어가서는 안된다. 30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한다. 또 감독 선임을 할 예정이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감독 후보군 중 국내 감독에게 무게를 뒀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감독 선임이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감독 선임을 통해 분위기 환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를 망친 장본인인 정해성 위원장은 더이상 감독 선임을 이어갈 자격이 없다. 본인이 던진 이야기를 지켜야 한다. 물론 전력강화위원회는 후보군을 추려 최종 결정자인 KFA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 위원장의 발언이라면 현재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권리와 이유가 전혀 없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