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은 흥미롭다. 힘, 재주, 기량 따위가 서로 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맞수끼리 겨루는 한판이야말로 팬들을 열광케 한다. 긴장감을 자아내며 펼쳐지는 격돌의 일전은 속력, 지구력, 기능 등을 다투는 스포츠의 생리에 그대로 들어맞기 때문일 듯싶다. 승부 의식을 불태우며 온 힘을 다해 상대를 밀어붙이려는 두 팀의 뜨거운 격돌은 라이벌전의 묘미를 더욱 돋운다.
물론, 축구도 마찬가지다. 흔히 ‘더비 매치’로 일컬어지며 팬들의 흥취를 한결 불러일으킨다. 그라운드에서 불꽃을 튀기는 열전으로,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라이벌전이 펼쳐지는 운동경기가 축구다.
대표적으로, 축구의 본향인 유럽 무대가 손꼽힌다. 각 나라 리그별로 유명세를 치르는 라이벌전이 존재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더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와 북런던 더비(토트넘 홋스퍼-아스널), 스페인 라리가의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은 팬들마저 승패의 향방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魔力)을 지닌 ‘더비 중 더비’다.
더비는 지리적 근접성에 연원을 뒀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외연이 넓혀져 왔다. 국가 간 더비가 대표적이다. 아시아의 ‘숙명의 대결’로 불리는 한국-일본전을 비롯해 남미의 셀레스테 더비(아르헨티나-우루과이)와 유럽의 바스크 더비(스페인-프랑스)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 맥락에서, 각 리그에서 가려 뽑힌 팀끼리 자웅을 겨루는 대륙 클럽 선수권 대회도 흥미 만점의 라이벌전이 당연히 존재한다. 특히, 세계 최고의 클럽 간 격돌이 벌어지는 유럽 마당에선, 그만큼 팬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인기 높은 라이벌전의 향연이 펼쳐진다.
“끝장을 보자”… 스물여섯 번 맞붙어 단 한 걸음 차의 팽팽한 라이벌 구도 형성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은 이 시대 세계 클럽 축구계의 총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서고 싶은 열망을 불사르는 경연장이다. 내로라하는 월드 스타들마저도 우승의 야망을 부풀리는 ‘꿈의 무대’다.
2023-2024 UCL 우승의 향방은 4강 격돌로 좁혀졌다. 바이에른 뮌헨-레알 마드리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파리 생제르맹(PSG)가 빅 이어의 주인공을 다툴 최종 결승 마당으로 나갈 각축전을 오늘(30일·이하 현지 일자) 밤부터 펼친다. 2연전의 승자가 오는 6월 1일(한국 시각 6월 2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자웅을 가르는 단판 대결을 벌인다.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는 준결승전을 앞두고 재미있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유럽 마당에서 열린 클럽 대회를 바탕으로, 가장 인기 높은 라이벌전을 정리해 내놓았다. 빈번히 맞붙어 승패를 겨룸으로써 자연스럽게 라이벌 의식이 형성된 두 팀 간 대회전을 소개했다. 힘의 우열을 다툰 경기 수를 기준으로, 순위까지 매긴 라이벌전 목록을 선보였다(표 참조).
맨 위에 손꼽은 라이벌전의 두 주역은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였다. 양강은 모두 스물여섯 번씩이나 승패를 다퉜다. 그것도 UCL에서만이었다. 새 옷인 UCL로 갈아입기 전 유러피언컵 시절(1955~1992년)까지 포함해 두 팀은 완벽한 균형에 가까운, 그야말로 라이벌전에 꼭 들어맞는 승부를 펼쳐 왔다. 바이에른 뮌헨이 딱 한 걸음 앞섰다. 12승 3무 11패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 1승을 더 거뒀다.
결론적으로, 이번 시즌 UCL에서 다시 맞닥뜨린 양웅의 대회전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두 번의 맞겨룸에서, 우열의 지속 여부가 판가름된다. 바이에른 뮌헨이 우세를 이어 나갈지, 레알 마드리드가 반전의 묘미를 연출할지, 아니면 백중세를 이룰지 이래저래 눈길이 집중될 대결이다.
두 팀의 첫 격돌은 1975-1976 유러피언컵에서 이뤄졌다. 준결승전에서 두 차례 맞붙어, 바이에른 뮌헨이 1승(2-0) 1무(1-1)로 우세를 점했다. 이 대회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프랑스의 AS 생테티엔을 1-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바이에른 뮌헨엔 기분 좋은 첫 만남이었다.
마지막 격돌은 2017-2018 UCL에서 이뤄졌다. 이번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됐다. 역시 준결승전에서 맞닥뜨려, 레알 마드리드가 1승(2-1) 1무(2-2)로 우위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레알 마드리드도 기세를 몰아 정상을 밟았다.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3-1로 물리치고 빅 이어를 안았다. 열세 번째 우승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탈리아 세리에 A팀들과도 라이벌전을 펼쳤다. 횟수로 두, 세 번째 라이벌전으로 꼽힌 유벤투스전과 AC 밀란전이었다. 모두 우세를 점했다. 21회 맞붙은 유벤투스엔 11승 2무 8패로, 19회 맞붙은 AC 밀란엔 8승 6무 5패로 각각 앞섰다.
바이에른 뮌헨은 라리가 팀을 만나면 신났다. 레알 마드리드와 더불어 라리가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에 절대적 우위의 모양새를 그렸다. 모두 15회 맞겨뤄 11승 2무 2패로 압도했다. 라이벌전이라고 말하기가 이상할 정도의 판세를 연출했다.
우위를 이어 가려는 바이에른 뮌헨, 역전극의 열망에 불타는 레알 마드리드의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회전’은 오늘 밤 벌어진다(한국 시각 5월 1일 오전 4시). 누가 기선을 제압할지,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은 벌써 두근거린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