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이그룹 데뷔도 안했는데 30배 보상?” 민희진 반박 타당한가 [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4.05.05 11: 03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했고 민 대표가 이에 기자회견으로 반격했다. 이어 최근에는 민 대표 측이 재반박에 나서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을 아홉 가지 쟁점으로 정리해 거듭 입장 표명에 나섰다. 가요계를 넘어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민 대표의 주요 주장들에 대한 팩트 체크 역시 필요한 시점. 현재까지 나온 양측의 정보, 주장을 중심으로 사실 관계를 짚어봤다.
#. 경영권 찬탈 근거는 사담인가 아닌가
민 대표 측 주장인 "경영권 찬탈의 근거는 ‘상상’과 ‘사담’에 불과하다"는 하이브와 대립되는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상상은 머릿속의 생각이며 사담(私談)은 개인 간 사적 대화를 말한다. 대표와 경영진이 나눈 경영권찬탈 모의를 과연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상상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감사에서 파악된 문건은 말이 아닌 생각이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선 역시 크다. 실제 하이브 측이 수개월간의 계획과 실행을 입증하는 근거들이 대화록과 문서에서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사실 관계는 수사과정과 법정에서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민 대표 측은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L 씨와 관련해 “해당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인 부대표 L 씨는 피고발인에서 제외됐음을 확인했다. 하이브는 대화가 오고 간 내용의 앞뒤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애초의 목적이 경영권 탈취인 것처럼 악의적으로 짜깁기했으며 의도적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 대표 측 주장과 달리 L 씨는 등기임원이 아니라 하이브에서 고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 측은 경영권 탈취 행위를 계획 및 실행한 의혹을 사고 있는 어도어의 등기임원(민희진 대표, 신동훈 VP)을 고발했다. L 씨는 등기임원이 아니며, 추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 
더불어 민 대표는 하이브가 발언을 짜깁기해 경영권 탈취가 목적인 것처럼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하이브는 이번 사안과 동떨어진 내용의 SNS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대화록 중간을 삭제한 상태로 선택적으로 공개했고 하이브가 제시한 증거에 대해서 축소하고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내부 고발 및 감사의 과정 어땠나 
민 대표는 내부고발, 감사의 과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과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여러 차례 내부고발 관련 답변과 감사 과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 "4월 22일 오전 10시 박지원 대표가 어도어의 내부고발 이메일이 회신했다고 한다. 동시에 하이브는 부대표 노트북을 압수하는 등 감사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동시에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고, 몇 시간 뒤 어도어 경영진에 전격 감사권을 발동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라며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편집해 실시간 중계처럼 보도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이브는 민 대표가 주장한 의혹제기 이메일에 A4지 6장 분량의 답변서를 4월 22일 회신 완료했으며 민 대표는 약 2시간 뒤 해당 답변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즉각적인 감사 조치가 행해진 것은 이미 민 대표가 하이브를 비방하는 여론전을 계획(5월 여론전 문서)을 사전 포착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감사는 비위 사실 확인 즉시 착수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하이브 감사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 왜 뉴진스는 하이브의 '첫 걸그룹'이 되지 못했나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뉴진스를 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민 대표가 지분을 포기하며 어도어 설립을 요청해 뉴진스 멤버들을 이전시켜 데뷔시킬 수 있었다'란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이브 측 입장은 다르다. 하이브에 따르면 뉴진스가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하지 못한 것은 민 대표가 쏘스뮤직이 아닌 본인의 별도 레이블에서 데뷔시키겠다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인 설립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고, 걸그룹 인원들을 쏘스뮤직에서 육성한 만큼 양수도를 위해 경영진의 동의 등 절차가 필요했다고. 이는 민 대표가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또 민 대표는 하이브로 인해 뉴진스 홍보에 제약이 있었다는 주장도 펼친 바. 민 대표 측은 "하이브는 사쿠라가 소스뮤직에 합류한다는 사실과 뉴진스 멤버 구성에 대한 정보도 함께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라며 “당시 하이브는 시장에 르세라핌이 민희진 걸그룹일 수도 있다는 혼선을 주고 싶어 했으며, 그에 따라 어도어에 뉴진스 홍보를 하지 말아 달라고 박지원 대표가 전화와 SNS를 통해 노골적으로 부탁해 온 사실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하이브는 이에 대해 뉴진스와 르세라핌 두 팀의 뉴스 밸류를 모두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는 설명을 전한 바다.
#. 주주간계약의 실체는?
민 대표는 하이브와의 주주간계약으로 인해 평생 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입장문에서 그는 “경업금지조항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며 "다만 경업금지의 대상사업과 기간이 합리적이어야하는데, 현재 주주간계약은 그렇지 않다"라고 주주간계약상 경업금지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하이브 측에 따르면 겸업금지는 누군가를 옭아매려는 목적보다는 함께 회사를 성공시키자는 취지다. 1~2천억 원대 막대한 보상을 받는 레이블의 대표에 대해 일정한 경업금지는 계약관례상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민 대표는 멀티플 30배, 추가 지분 5%에 대한 풋옵션 적용 등 보상액을 늘리려는 추가 조건을 요구했던 것을 알려졌는데, 그렇게 된다면 지분 가치가 수천억 원대로 불어난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보상에 경업금지 같은 제약이 없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그런가 하면 3월에야 경업금지와 관련한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을 제안 받았다는 민 대표 측의 주장에 하이브는 어도어 설립당시 지분의 15% 수준으로 약속했던 보상(당시 스톡옵션)을 세금 부담이 크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구주매매 방식으로 변경했으며, 13배 멀티플로 풋백옵션까지 제공. 심지어 주식 매입 자금까지 빌려줬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추가보상을 요구해 5%(시장가 우선매입조건)를 제공, 주주간협상 과정에서 추가 5%에 대해서도 풋옵션을 부여하겠다는 제안(하이브에 되팔수 있음)을 이미 건넸다고. '5%를 안사주면 족쇄, 올무라는 지적'에 하이브는 '계약상 우선매수가 앞서는 조항이라 문제가 없고, 그마저도 우려되면 별지 조항으로 정리해 명확히 해주겠다'라는 의사를 지난해 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직 데뷔도 안 한 보이그룹에 30배 권리 보상?
또 민 대표 측은 주주간계약 관련 후속 보도에 대해 "하이브는 풋옵션(주식이나 다른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과 관련해 민 대표가 30배수를 주장하였다며, 마치 현재의 갈등이 금전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30배수는 차후 보이그룹 제작 가치를 반영한 내용으로, 여러 가지 불합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던 주주간계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의 제안 중 하나일 뿐이며 협상 우선순위에 있는 항목도 아니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즉 알려진 30배수 보상은 보이그룹 제작 가치를 반영했다는 것.
그러나 '30배'가 보이그룹 제작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지만,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아 성과 측정조차 불가능한 이벤트를 보상의 근거로 삼을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 실현되지 않은 가정을 기초로 얻을 보상을 늘리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이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 "무속인=단순 지인" 친분인가 개입인가
민 대표 측은 화제를 모은 하이브가 주장한 ‘주술 경영’ 관련 주장에 대해 '어도어의 성공을 폄하하고 부정하기 위한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 "지인이 무속인일 뿐"이라는 입장이었으며, 2일 밝힌 입장문에서는 "뉴진스의 성공과 어도어가 단시간 내 이룬 놀라운 실적은 합리적인 경영 의사 결정에 기반한 것이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성공을 폄하하고 부정하기 위한 이러한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하이브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민 대표의 지인이 무속인이라 점이 아닌, 해당 지인(무속인)이 경영 전반에 세세히 개입한 '행위'였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인사, 채용 등 중요한 회사 경영 상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왔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하이브 측이 공개한 대화록(포렌식을 통해 확보)에 따르면 무속인은 2021년 민희진 대표에게 “3년 만에 회사를 가져오라”라고 조언했으며, 민 대표는 하이브 주식의 매도 시점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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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이브,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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