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실하고 순수한 청년의 모습에 고무줄 같은 몸무게도 만들어내는 집념이 있다. '수사반장 1958'에서 활약한 배우 최우성의 이야기다.
최우성은 지난 18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조경환 역으로 활약했다. '수사반장 1958'은 과거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18년의 시간 동안 방송된 전설적인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 작품이다.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이제훈 분)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가운데, 최우성은 '수사반장'에서 고(故) 조경환이 연기한 인물의 청년 시절을 소화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기라성 같던 선배 연기자 조경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 최우성은 우선 조경환의 필모그래피부터 섭렵했다. 워낙 '호랑이 선생님'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조경환인 만큼 남다른 풍채와 호탕한 기세 등을 중점적으로 참고했단다.
'수사반장 1958'에서는 '수사반장'의 원조 '박 반장'인 배우 최불암이 특별출연하기도 했는데, 직접적인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최우성은 "최불암 선생님과 촬영이 겹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촬영 전에 만났을 때 조경환 선생님에 대해 많이 들었다.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분이셨고, 힘이 세지만 그걸 과시하지 않고 항상 겸손하다가도 범죄자들을 만나면 자비 없이 과감해지는 친구였다고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생전 조경환 선생님이 연기하시는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워낙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그 작품에서 많은 표정과 습관 같은 제스처들을 볼 수 있었다. 18년 동안 '수사반장' 880부작을 하셨다는 건 캐릭터로 살아왔다기 보다 배우가 캐릭터가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경환 선생님 자체가 형사 같았겠다는 생각으로 자세히 찾아봤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우성은 "원래 제가 70kg 초중반 정도의 몸이었다. 그런데 대본을 받고 제가 보기에도 호리호리한 몸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사반장'에서 조경환 선생님 풍채를 봐도 건장하신 체격이었다. 아무리 청년 시절이라 해도 덩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키우기로 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김성훈 감독님 장난식으로 항상 하신 말씀이 '100kg가 돼야 한다'였다. 그래서 그걸 목표로 몸을 키웠다. 처음엔 근육도 같이 키우면서 살도 찌우려고 했는데 90kg 넘어서부터는 정말 쉽지 않아서 말 그대로 '살크업'이 됐다. 결국 100kg을 찍었다. 한 달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수사반장 1958'과 새 드라마 '런닝메이트'의 촬영 시기가 겹쳤던 상황. '수사반장 1958' 촬영이 끝나자 마자 '런닝메이트' 촬영 전까지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는 강도 높은 체형 유지가 관건이었다. 촬영을 마친 뒤 최우성은 곧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요즘 80kg 초반까지 내려왔다"라고 밝힌 그는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야 베우로서 제 정체성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다잡았다.
더불어 최우성은 외적인 '피지컬' 뿐만 아니라 '감성' 부분도 응당 신경 써야 했다. 그는 "극 중에서 제가 짝사랑하는 금옥(김서안 분)이와 사귀는 거로 그려졌다. 다 담기진 않았지만 그런 이유로 박영한 형사에게 '여자들은 무조건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라고 조언한 것도 있었다. 결국 박영한은 그만의 방식대로 갔지만 '수사반장 1958'에서 몇 안 되는 로맨스 감정선을 가져가야 했다"라며 웃었다.
또한 그는 "조경환 선생님 자체가 힘이 세고 체겨이 크시고 남자다운 성격이라 행동이나 목소리 크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있어서 가감없이 어떨 땐 욱해보일 수도 있고 과감해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기존 '수사반장'에서 조경환 선생님은 베테랑적인 형사였다면 저는 조경환 형사가 되기 전부터 베테랑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라 어떤 생각으로 형사가 됐고, 어떤 딜레마가 있었고 어떠한 역경들이 있었기 떄문에 지금의 조경환 형사가 있었는지를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때로는 의욕이 앞서고 감정을 주체 못할 때도 있고 과감없이 표현하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액션스쿨까지 다니며 8개월을 꼬박 쏟은 '수사반장 1958' 최우성은 "촬영할 때는 꽉 찬 10부작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기간도 짧지 않고 8개월 정도였고. 알차고, 에피소드도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니 짧게 끝난 것 같아 아쉽더라. '더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최불암 선생님이 그 시작과 끝을 채워주신 걸 보고 꽉 찬 장편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가족들 반응은 어땠을까. 최우성은 "부모님도 어린 시절에 '수사반장'을 보셨다고 들었다. 아버지는 학업에 집중하실 때였고, 어머니는 가족들이 챙겨볼 때 같이 보시는 정도였다고 들었다. 할머니가 정말 많이 기억하고 계셨는데 '수사반장 1958'에 나오는 '수사반장'의 화질 좋은 풍경을 정말 좋아하셨다. 실제 당시 풍경이랑 똑같다고 해주신 게 많았다. '수사반장'에 출연한다고 할 때부터 '그 인기 드라마를 네가 다시 하냐'고 좋아해주셨다"라며 웃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매회 등장하는 주연으로 활약한 것은 가족들에게도 남다른 추억으로 남았다. 최우성은 "할머니가 본방송부터 재방송까지 매회 4~5번 이상은 계속 보신 것 같다. 보시면서 제가 나올 때마다 전화를 해주셨다. 나중에는 '왜 이렇게 자주 보시냐'고 할 정도였다"라며 웃었고, "부모님 지인 분들께서도 먼저 알아보고 얘기를 해주셨다고 하더라. 특히 어머니가 좋아하신 건 매회 제가 등장하는 거였는데 '언제 나올까?'하고 기다렸다가 보시는 게 아니라 그냥 틀면 나오고 있다는 걸 많이 좋아해주셨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더불어 최우성은 "시대상을 살려야 하니까 평소 제 모습과 다르게 분장도 했다. 피부도 조금 더 톤다운 하고, 머리 스타일도 가발을 쓰기도 하고. 실제 저와 다른 모습을 다들 재미있게 봐주시더라"라며 웃었다. 또한 "촬영 기간이 겹쳤던 '런닝메이트'에서는 제가 평범한 갈색 머리 고등학생으로 나온다. 그런데 '수사반장 1958'에서는 그런 머리를 할 수 없지 않나. 촬영 때마다 흑채랑 스프레이를 다 뿌렸다. 머리 색 바꾸는 데에만 매번 1시간은 쏟았던 것 같다. 나중에 '런닝메이트' 촬영이 먼저 끝났는데 그러자마자 곧바로 머리부터 검은색으로 염색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수사반장 1958'에 서호정 역으로 등장한 배우 윤현수는 최우성과 '런닝메이트'까지 함께 출연한 동료다. 두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함께 하며 유독 친해졌다고. 더불어 최우성은 이제훈, 이동휘 등 함께 출연한 선배 연기자들에 대해 "어릴 때부터 작품을 봐온 선배님들과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러우면서도 긴장이 많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 선배님들께 제가 누가 되면 어떡하나. 네 명이서 같이 다녀야할 텐데 내가 잘 못 쫓아가면 어떡할지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라며 "그런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다들 촬영장에서 너무 잘 챙겨주셨다. 이제훈 선배님 항상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인사해주시고, 이동휘 선배님은 워낙 말재주가 있으셔서 그런지 항상 재미있게 해주시더라. 저랑 현수는 그냥 선배님들만 잘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수사반장 1958'. 다만 최우성은 아직 목말랐다. 그는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첫 도전인 살이 찐 덩치 큰 역할도 해봤으니 다음엔 조금 더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진 전문직 역할도 해보고 싶다. 로맨스도 아직 안 해봤는데 정통 로맨스나 로코를 해보고 싶다"라며 "다양한 올라운더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최우성이라는 배우가 하면 믿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좀 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제 최종 목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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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M엔터테인먼트,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