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The 8 Show)'의 발랄한 '명랑캐', 배우 이열음이 쇼를 마친 소회들을 밝혔다.
이열음은 29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OSEN과 만나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웹툰 '머니 게임'과 '파이 게임'을 원작 삼아 시리즈로 각색됐다.
특히 '더 에이트 쇼'는 영화 '관상', '더 킹' 등으로 호평받은 한재림 감독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리즈물로 기획 단계부 기대를 모았다. 이열음은 영화 '더 킹'과 '비상선언'에 출연하며 한재림 감독과 인연을 맺은 데 이어 '더 에이트 쇼'에서 4층을 맡아 출연했다.
"'더 킹'이 제 첫 영화 현장이었다"라고 밝힌 이열음은 "다 신기하고 스무살에 너무 신기하게 봤다. 그러고 한참 뒤에 '비상선언' 전에 감독님과 마주쳤다. 친구랑 밥 먹다가 누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는 감독님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인사했는데 '비상선언'도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돼서 그 때부터 친해졌다"라고 한재림 감독과의 인연을 밝혔다.
이어 "'비상선언' 때 선배님들과 친해져서 식사를 하는데 어느 순간에 식사하는데 '머니 게임'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 전에는 유튜브 '머니게임'을 봤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할 거냐"라고 밥 먹는데 물어보시더라. 끝까지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않냐. '머니 게임'은 누가 죽거나 다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 두루두루 잘 보이면서 오래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억울한데 돈이라도 가져가야죠라고.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머니 게임' 이야기를 해주셔서 '파이게임'도 봤다. 감독님이 대본이랑 캐릭터를 알려주시면서 비슷한 아이인 것 같다고 해주시더라. '너라면 이럴 것 같다'고. 그래서 너무 재미있게 대본을 보고 하게 됐다"라고 '더 에이트 쇼'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원작 웹툰을 모두 다 본 그는 "충격적이었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어 "'그래 사람이라면 저런 모습이 있지'라는 걸 웹툰을 통해서 이렇게까지 실감할 줄 몰랐다. 내가 주변에서 삶을 사는게 노골적이고 현실적이라 생각했다"라며 거듭 감탄했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도 서로 이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일 텐데 감추는 거 없이 노골적으로 다 마주하게 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면서 '이렇게 보여도 될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해졌다. 얼마나 내려놓고 인간적으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들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해주는 '더 에이트 쇼'의 감상은 최근 '도파민'으로 대표되는 직접적이고 직선적인 자극을 중시하는 콘텐츠 트렌드 경향과는 다소 다른 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열음은 '더 에이트 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재미"를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재미와 생각, 교훈, 주제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더 앞으로 나올 수 있겠다는 흥미가 생겼다. 이런 작품의 매력들도 사람들이 더 다양하게 향유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계속 시대가 변하면서 작품의 추구하는 색깔들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나. 배우들도 선과 악의 캐릭터들이 있다면 선을 했을 때 악을 갈망하게 되는 심리가 있는데 사람들도 똑같이 직선적인 작품을 즐겼다면 다음엔 다른 결의 작품도 보고 싶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아가 그는 "'더 에이트 쇼'에 너무 많은 상황들과 힘들고 지친 상황들이 많았다. 극적인 상황도 있고, 쉬운 날도 있고, 어려운 날도 있었다. 이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 안에서 뭔가 사람들의 여유, 4층이 잡히면 힘빼고 볼 수 있고, '쟤 또 뭐하려고?'라는 호기심에 긴장 풀고 볼 수 있는 아이가 됐으면 했다"라며 웃었다.
이 밖에도 '더 에이트 쇼'에는 쇼의 주최자를 중심으로 타인에게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 1층부터 8층까지 참가자들의 고민이 자세히 담긴다. 이는 실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열음 역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라는 점에서 그와 같은 고민을 해봤을까.
이열음은 "내 캐릭터를 그런 니즈에 맞춰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에게 보여주는 게 아닌 제가 즐기는 연기 자체가 '재미' 중 일부라고 생각했다"라며 "연기라는 걸 꼭 누군가에게 소비되기 위한 감정이 아니라, 제가 이 캐릭터를 직접 이해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즐거운 모습도 재미가 될 거라 생각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원초적인 재미는 이열음에게 2순위였다. 다만 그는 "4층은 '돈'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습, 욕심있을 때의 모습.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모습이 본능적이고 반응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제일 현실적인게 3층 진수(류준열 분)였다. 우리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른 속마음이 내레이션으로 나오면서 '저게 인간이지'라는 느낌을 제일 많이 받았다"라며 '더 에이트 쇼'가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인간성의 순간들에 대해 강조했다.
실제 이열음은 어떨까. 그는 "저는 도전적인 편"이라고 자신하며 "'죽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던 만큼 해볼 것 같다. 또 4층은 워낙 힘들게 살았으니까 밖에서도 죽으려고 했는데 안에서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쇼 안에 참가하면 현재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완전 다른 사람처럼 살아볼 수도 있을 것 같고. 꼭 인간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 안에서만 보고 말 사이니까"라고 밝혔다.
또한 "당연히 돈을 알고 뽑는다면 8층을 뽑고 싶을 것 같고, 몰랐다면 좋아하는 숫자인 4나 7을 고를 것 같다. 4는 제가 외동이라 우리 가족이 4명이길 바래서 좋아했던 숫자다. 7은 그냥 숫자가 예쁘게 생겼다고 좋아한다"라고 웃으며 "가장 닮은 성향의 캐릭터는 '3층'"이라고도 밝혔다. 더불어 그는 "감독님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얘기를 하실 때 실제로 공부할 때 명언들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둔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더 에이트 쇼'에서도 4층이 그렇게 하더라"라며 신기해 했다.
다른 성향의 캐릭터들이지만 1층부터 8층까지 이를 소화한 배우들은 한없이 가까워졌다. 이열음은 "하루 종일 연기 얘기를 하면서 10개월 가까이 붙어서 촬영했다. 이렇게 정든 촬영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가족이 새로 생긴 것처럼 대했다"라며 "얼굴만 봐도 웃기는 순간도 있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중에서도 '5층'을 연기한 선배 연기자 문정희에게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이열음은 "정희 선배님 목소리가 주는 힘이 정말 크더라. 정신적으로 지쳐서 헛것을 보는 연기를 하실 때 선배님 톤이 묘하게 싸늘해질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선배님 연기 너무 팬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상황에 대한 슬픔을 너무 절묘하게 표현하시는 걸 보고 감탄했다"라며 눈을 빛냈다.
그런 선배들의 연기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이열음도 작품의 디테일에 신경 썼다. 특히 그는 뇌전증 환자인 4층의 상황을 연기한 것에 대해 "병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발작으로 끌려갈 때 기절해 있다고 쓰여있었는데 실제로는 기절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질병에 대해 정확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끌려가는 순간 손이나 눈을 까딱거리는 식으로 디테일을 더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연기적인 욕심보다는 실제 그 병을 앓고 계실 수 있는 환자 분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로 일상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많이 참고했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 작품이 '블랙 코미디' 장르이지 않나. 그렇지만 4층이 발작하는 순간은 결코 우습지 않고 웃겨서도 안 되는, 오히려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고군분투한 결과 '더 에이트 쇼'의 주최자는 누구일까. 이열음은 "배우로서 작품을 찍으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입장이었고, 등장인물들 또한 쇼를 주최자에게 보여주는 입장으로 비슷하게 살아가는 접점이 있었다. 배우로서 그런 고군분투하는 고민이 담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라고 자평했다.
나아가 그는 "무조건 단순하게 긍정적인 희열만 느끼는 게 자극과 재미의 전부는 아닐 거다. 어떤 작품을 볼 때 기대하고 봐야 하는 부분이 다 다를 것"이라며 "'더 에이트 쇼'가 그런 부분에서 생각의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이걸 통해서 많은 분들이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의미에 마음이 열리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나무엑터스,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