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 PD들이 한국과 일본 사이 역사 인식을 극복한 대중에게 찬사를 보냈다.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아만티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최근 크레아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방송된 MBN 예능 '한일가왕전'과 '한일톱텐쇼'를 비롯해 근황에 대해 후배 이국영 PD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한일가왕전'은 한국과 일본의 트롯 국가대표 Top7이 펼치는 한일 음악 국가 대항전 예능이다. 앞서 방송된 MBN 예능 '현역가왕'과 일본 예능 '트롯걸 인 재팬(Trotgirl In Japan)'에서 TOP7에 오른 출연진이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해 대결하는 음악 예능으로 트로트 팬들과 중장년층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후속작인 '한일톱텐쇼'까지 인기리에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서혜진 PD는 이러한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구상에 대해 "'불타는 트롯맨' 할 때도 트로트 시장의 확장성을 계속 생각했다. 그 때도 일본에는 아베마를 통해 여자 편부터 런칭을 시도하고 있었다. 결실을 본 게 '트롯걸 재팬'이다. 플랫폼 잡느라 1년 반 걸렸다. 설립할 때부터 시작을 해서 일본 플랫폼 잡는 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거기를 뚫고 들어가서 오디션 런칭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원래 그림은 '불타는 트롯맨' 기획할 때부터 여자편이 일본에서 제작되나고 해서 어떻게 시기를 맞춰서 우리가 하고 일본이랑 동시 진행을 하고 나중에 '한일가왕전'까지 가자고 기획 단계부터 하려고 했다. 원래는 '현역가왕'이 3주 먼저였다. 그런데 '트롯걸 재팬'이 끝나는 시기와 맞춰야 해서 첫방송을 3주 뒤로 맞췄다. 시기를 맞춰서 결승전 끝나고 나오는 친구들이랑 맞춰서 '한일가왕전'까지 진행을 하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데 그 사이에 일본에서 '트롯걸 재팬'에서 오디션이 트레이닝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았다. 일본이 그렇게 오디션을 좋아하는 나라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우리나라처럼 열광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오디션 진행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자발성에 기초한 연습하고 싶으면 연습하고 자기들끼리 모이고 싶으면 모이는 상태로 진행되다 보니 '트롯걸 재팬' 자체도 헐렁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라며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는데 한국 와서 트레이닝을 3주간 시켜서 내보내느라고 '한일가왕전'에 바로 붙지는 못했다. 그래서 갈라쇼 같은 걸 한달 정도 하고 '한일가왕전'을 내보냈다. 처음에는 4회 정도 했는데 하다 보니까 일본에서 왔으니 녹화를 연이어서 진행해야 했다. 한달 내내 있을 수는 없었다. 연이어 뜨면서 분위기가 두 나라의 아티스트들끼리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회차를 6회로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도 음악에서 묻어나는데 양국 가수들을 함께 섭외하며 느낀 바도 있을까. 서혜진 PD는 "첫 번째로 우리 가수들이 일본에서도 인정을 많이 받았다. 김연자 선생님, 조용필 선생님도 다 인정을 받지 않았나. 노래를 진짜 잘한다는 분들은 인정을 받았다. 우리 가수들이 노래를 잘 하니까 확 반응이 올 거라는 생각을 저희끼리는 했다. 우리 시청자들도 귀가 조금씩 변하고, 일본은 더 변해 있었다. '엔카' 시장은 굉장히 좁고, '트로트'를 정의할 때 오히려 일본에서는 1970~90까지의 가요로 정의한다. 일본애들이 왜 가요 부르냐가 아니라 그게 그 나라의 트로트인 거다. 우리도 일본도 조금 더 편안하게 듣고 감성을 건드리는 '이지 리스닝'의 창법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트로트의 기교나 짜내고 고음을 지르는 건 이제는 트렌드가 아니었다는 걸 많이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두 번째로는 한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성인가요를 소비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굉장히 일본 문화를 여유롭게 받아들이더라. '우리가 식민지였기 때문에 쟤네 건 죽어도 안돼'가 아니라 굉장히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여주시더라. 제작진이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였다. '국뽕'에 기댄 대결로 생각한 게 패착이었다. 오히려 굉장히 열려서 화합을 하고 더 넓은 시장으로 교류를 하면서 넓히는 게 맞는 트렌드라는 걸 배웠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에 서혜진 PD는 "'엔카' 시장은 일본에서도 죽었다. 우리나라에서 트로트는 확장된 측면이 있는데 트로트가 오디션으로 다시 한번 각광을 받은 거고 일본에서는 '엔카'라고 하면 악기 하나로, 특히 전통 악기로 슬픈 곡조에 따라 부르는 노래로 정의가 됐고 굉장히 좁다. 그 엔카를 소비하는 층도 너무 좁다. 우리의 트로트는 일본에서는 가요 시장이다. '가요 시장'을 생각하면 범위가 넓을 거라고 생각해서 처음에 문을 두드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트로트 오디션을 하면서 계속 느낀 건데 트로트 소비층에 나이가 조금 있는데 나이 있는 분들은 마음을 한번 정하면 변하지가 않는다. 팬덤 확장에 한계가 있더라. 라이징 스타가 나와도 기존 스타들의 팬덤을 넘어서거나 비등하게 갈 만한 데에는 한계가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시장을 확장해서 일본이 인구도 많고, 가요로 포커스를 맞출 경우엔 먹힐 수 있는 타겟층이 넓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일본의 J팝을 받아들이면 우리 안에서 트로트 신곡도 굉장히 깊어지고 넓어지겠다는 기대감이 있어서 시작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시장의 확장성이 실질적인 소비 주체의 폭발이나 한국에서 콘서트가 대박이 난다거나 음원이 터진다거나 바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나라가 바뀌니까 여기서 조율해야 할 것들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나라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것도 아니라 굉장히 긴 호흡으로 가야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저희가 배운 거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monamie@osen.co.kr
[사진] 크레아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