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키더니 '불타는 트롯맨'을 딛고 '현역가왕'과 '한일가왕전'으로 트로트 한일전까지 성사시켰다. 폭발적인 시청률로 계속해서 저력을 입증해내는 크레아스튜디오의 PD들이 계속되는 트로트 신드롬 가운데 도전정신을 밝혔다.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아만티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최근 크레아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방송된 MBN 예능 '한일가왕전'과 '한일톱텐쇼'를 비롯해 근황에 대해 후배 이국영 PD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한일가왕전'은 한국과 일본의 트롯 국가대표 Top7이 펼치는 한일 음악 국가 대항전 예능이다. 앞서 방송된 MBN 예능 '현역가왕'과 일본 예능 '트롯걸 인 재팬(Trotgirl In Japan)'에서 TOP7에 오른 출연진이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해 대결하는 음악 예능으로 최고 시청률 11.9%를 기록하며 트로트 팬들과 중장년층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후속작인 '한일톱텐쇼'까지 인기리에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불타는 트롯맨' 할 때도 트로트 시장 확장성을 생각했다"라고 밝힌 서혜진 PD는 "그 때도 일본 아베마를 통해 먼저 '현역가왕' 여자편부터 런칭을 시도하고 있었다. 플랫폼 잡는 데에 1년 반이 걸렸다"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현역가왕', '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를 선보이는 데에 혀를 내둘렀다.
한국과 일본 사이 문화적 차이도 있었다. 서혜진 PD는 "우리 가수들이 노래를 잘하니까 확 반응이 올 거라는 생각은 했다"라면서도 "우리 시청자들도 귀가 조금씩 변하는데 일본은 더 변해 있었다. '엔카' 시장은 굉장히 좁고, '트로트'를 정의할 때 오히려 일본에서는 1970~90까지의 가요로 정의한다. 그게 그 나라의 트로트인 거다. 그런데다 우리도 일본도 조금 더 편안하게 듣고 감성을 건드리는 '이지 리스닝'의 창법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트로트의 기교나 짜내고 고음을 지르는 건 이제는 트렌드가 아니었다는 걸 많이 느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성인가요를 소비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굉장히 일본 문화를 여유롭게 받아들이더라. '우리가 식민지였기 때문에 쟤네 건 죽어도 안돼'가 아니라 굉장히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여주시더라. 제작진이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였다. '국뽕'에 기댄 대결로 생각한 게 패착이었다. 오히려 굉장히 열려서 화합을 하고 더 넓은 시장으로 교류를 하면서 넓히는 게 맞는 트렌드라는 걸 배웠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저희가 트로트 오디션을 하면서 계속 느낀 건데 트로트 소비층에 나이가 조금 있는데 나이 있는 분들은 마음을 한번 정하면 변하지가 않는다. 팬덤 확장에 한계가 있더라. 라이징 스타가 나와도 기존 스타들의 팬덤을 넘어서거나 비등하게 갈 만한 데에는 한계가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시장을 확장해서 일본이 인구도 많고, 가요로 포커스를 맞출 경우엔 먹힐 수 있는 타겟층이 넓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일본의 J팝을 받아들이면 우리 안에서 트로트 신곡도 굉장히 깊어지고 넓어지겠다는 기대감이 있어서 시작을 하게 됐다"라며 긴 호흡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을 강조했다.
문화 차이를 좁히기 위해 일본 현지 음악감독의 선택에 기대 대중적인 선곡들에 심혈을 기울인 바. 한국에서도 '눈의 꽃'과 같이 리메이크된 일본 노래들 위주로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그런 제작진에게도 스미다 아이코와 같이 한국에서도 호제를 모은 일본 출연자의 등장은 상당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서혜진 PD는 이에 "원래 저희가 포커스를 잡은 건 아즈마 아키였다. 몇 년 전 아즈마 아키가 더 아기였고, 제가 다른 방송국에 있을 때 '엔카 신동'으로 저희 프로그램에 컨택을 했었다. 그러다가 그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아키를 못 데려와서 이번에 꼭 데려오고 싶어서 데려왔다. 실제로 아즈마 아키는 소소하게 한국에서도 팬이 많다. 가수 조용필 씨 곡도 많이 불러서 그렇다. 스미다 아이코는 원래 '트롯걸 재팬'에서 처음에 아무도 주목을 안 했다. 그런데 예심에서 '스테이 위드 미'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상큼했다. 배우 송혜교 씨 중학교 때 얼굴 느낌도 들었다. 나중에 준결승에서는 노래도 너무 늘어서 저도 만점을 줬다"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호평에 힘입어 '한일가왕전'은 최고 시청률 11.9%를 기록했고, 그 모태가 된 '현역가왕'도 최고 시청률 17%를 돌파하기도 했다. 정작 서혜진 PD는 "저희끼리 생각해도 트로트 오디션이 5~6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미 아는 노래는 너무 많이 부르고, 모르는 노래는 너무 모르시고 이런 식으로 선택의 한계를 정말 많이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그는 "'한일가왕전'을 하면서 다른 노래를 불렀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해주실지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라며 "특히 린의 참전이 굉장히 컸다. '현역 가수'는 누구나 참전할 수 있던 조건에 트로트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타장르에 엄청난 자극을 준 것 같다. 남자 '현역가왕'을 한다고 하니 거기도 네임드 가수들이 연락이 오고 있다. 저희가 이런 부분을 봤을 때 트로트 현역을 할 정도에 있지 않고 조금 더 영역을 확장시킨다면 '린의 트로트'처럼 색다른 종류의 노래를 불러드릴 수 있을 정도가 될 것 같다. 남자 편은 두 단계 더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여자 트로트 가수와 남자 트로트 가수 시장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다른 차원이다"라며 "전체적으로 때묻지 않고 깨끗하게 부르는 노래에 대한 니즈가 있다. '한일가왕전'에서도 리에 같은 분 같이 특히 깨끗하고 예쁘게 부르는 분들에 대한 시청 반응이 셌다. 트로트 역시 '이지 리스닝'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임영웅 씨도 잘 듣고 힐링할 수 있는 목소리 아닌가"라며 트로트 오디션을 연 PD로서 최근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다만 그는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건 노래 실력이 부족하면 안 된다는 거다. 특히 성인가요 시장에서 실력은 '넘사'의 수준이 돼야 시청자 반응이 나온다. 노래를 기본적으로 잘하는 사람에 더해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변치 않는 부분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건 동일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독 시청률 면에서 실패가 없던 크레아 스튜디오. 서혜진 PD는 "저희는 적어도 시청자를 두려워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청률이 안 나오면 저희 아이덴티티가 안 될 것 같다. 0.5% 시청률이 나오면 플랫폼에도 미안하고, 저희한테도 의미가 없다. 최대한 시청자들이 많이 볼 수 있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려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따로 움직이는 콘텐츠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 크레아 스튜디오의 고민도 깊었다. 서혜진 PD는 "결국 시청률이 화제성을 끌고 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일인다. 릴스, 숏츠, 틱톡에서 소비되는 게 많아서 TV 시청률과 화제성은 또 다른 영역인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그렇지만 저희 오디션으로 가져갈 크레아의 미덕은 유지를 하면서 SNS 화제성은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레아 스튜디오에서 새롭게 선보일 'UNDER 15(언더 피프틴)'은 이러한 도전정신을 담은 신규 프로젝트다. 만 15세 이하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보컬 신동을 찾겠다는 오디션 예능으로 하반기 론칭을 준비 중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오디션을 확장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만 5세 최연소 참가자가 등장할 정도라고.
이국영 PD는 이에 "숏 콘텐츠에 포장된 친구들도 많다. 업데이트 되면 없어지는 추세인데 저희는 오디션 자체가 검증 단계가 있다. 그런 친구들과 지원자들을 포함해서 만나 보지만 10초, 30초 잘 부를 친구들은 워낙 많다. 방안의 스타들이 굉장히 많다. 그 중에서도 진짜 재능을 찾을 거다. 모두가 완곡이 가능해야 한다. 걸그룹을 만든다고 4명이 역할 분담을 한다기 보다 완곡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기준을 밝혔다.
특히 그는 "'준 완성체'라고 할까 저희가 발굴을 잘한다. 본인도 모르는 어떤 잘하지 않는 저희 눈에 보이는 원석들이 있다. 저희가 끝까지 스타를 키워낼 능력이 저희에게 있다"라고 자신하며 '원석 발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미성년 블랙핑크를 찾는다고 하면 욕 먹을까"라며 웃은 서혜진 PD는 "5세대를 지향해서 더 어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 재능 발굴은 정말 잘하는 것 같다"라고 거들며 함께 자신감을 보였다.
나아가 서혜진 PD는 크레아스튜디오 만의 강점에 대해 "트레이닝이라는 걸 시청자들 입에 맞게 시키는 게 장점"이라고 자부했다. "묻혀버릴 수 있는 것들도 살려낸다. 예를 들면 김다현은 100번을 나왔다 하면 이 친구가 다시 새로운 외피를 쓸 수 있게 '황금막내'라는 캐릭터를 찾아 일본의 황금 막내 스미다 아이코와 함께 붙이는 식으로 대중에게 쉽게 인지를 시키는 것"이라고.
이어 "출연자들의 재능을 뾰족하게 보이게 콘텐츠에 만들고 썸네일을 잘 붙여서 그 친구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쉽게 인지시키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재능의 발굴 플러스 외피를 효과적으로 내게 하는 부분에 많은 부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게속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 잡을 수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 시대다. 저희 입장에서는 '한일가왕전' 말씀을 드렸지만 아예 저희 걸 TV로 안 보시는 분들도 많다. 저희도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어떻게 유튜브나 SNS로 확장시킬지를 더욱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라며 "시청률 중심이라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저희는 사실 성인가요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를 먼저 했던 제작팀이고 그걸 기반으로 회사를 세운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시청층에 대해서는 놓치지 않으려는 게 저희 사업기조이기도 하고 콘텐츠 기조"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그걸 통해서 다양한 플랫폼에 다른 기법들을 조금 더 고도화된 화제성을 일으킨 기법들을 개발하는 게 저희 숙제라고는 생각한다. 그런 걸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우리가 완성된 건 아니다. 우리도 배워나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저희는 대중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베이스를 시청률 갱신, 경신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을 뿐 그 다음 화제성에 생각을 한다. 저희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갈 모두의 숙제다. 계속해서 플랫폼이 분화하고 있기 때문에.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크레아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