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에선 정상인데?" 벤탄쿠르, 누가 봐도 인종차별이지만...황당 옹호 등장→토트넘 기자도 할 말 잃었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6.17 05: 40

갈수록 태산이다. 한 우루과이 축구팬이 로드리고 벤탄쿠르(27, 토트넘 홋스퍼)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토트넘 전담 기자도 할 말을 잃고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벤탄쿠르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해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놨다. 그는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해 손흥민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당시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사실상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 유니폼을 달란 뜻이었다. 벤탄쿠르도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었다.

문제는 벤탄쿠르의 다음 발언. 그는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행자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이는 아시아인들 외모에는 차이가 없다는 인종차별적 시각이 드러난 발언이다. 남미에 동양인 차별 의식이 얼마나 만연한지 알 수 있는 방증인 셈. 아무리 익숙지 않은 다른 인종을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당연히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이 커졌고,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잡음을 피하지 못했다. 벤탄쿠르는 게시된 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과문을 올리면서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현재 사과문은 내려간 상황이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Sonny'가 'Sony'라고 적는 실수까지 범했다. Sony는 손흥민의 애칭이 아니라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 이름이다. 무엇보다 벤탄쿠르가 정말 미안했다면 자신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무감각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단순히 '나쁜 농담'으로 취급하며 넘어간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벤탄쿠르가 사과하긴 했지만, 파장은 커지고 있다. 당연히 영국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디 애슬레틱'과 '더 선', '데일리 메일' 등 여러 매체가 이번 사건을 빠르게 전했다. 더 선은 "벤탄쿠르의 충격적인 발언은 손흥민이 웨스트햄전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입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크리스탈 팰리스 팰리스전에서 또 다시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다"라고 과거 피해 사례도 언급했다.
토트넘 팬들도 분노 중이다. '스퍼스 웹'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벤탄쿠르가 그런 발언을 하다니 미친 일이다. 단순한 나쁜 농담이 아니라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다. 손흥민이 이를 마음에 두지 않길 바랄 뿐이다. 둘이 프리시즌을 위해 합류할 때 괜찮길 바랄 뿐"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손흥민은 벤탄쿠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그는 지난해 11월 벤탄쿠르가 십자인대 부상에서 약 8개월 만에 복귀했을 때 "벤탄쿠르는 믿을 수 없는 선수이자 날 웃게 하는 사람"이라며 좋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풋볼 런던'도 손흥민이 벤탄쿠르가 힘들어할 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인 알레스데어 골드도 벤탄쿠르의 발언을 꼬집었다. 그는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관련된 농담을 하며 끔찍한 시도를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으로 사과했다. 처음에 한 말은 정말 어리석었고, 많은 이들을 화나게 했다. 손흥민이 자기 팀 동료들로부터 필요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하지만 한 우루과이 팬의 생각은 달랐다. '스퍼스 우루과이' 계정은 골드의 게시글에 "당신은 이런 종류의 '농담'이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이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벤탄쿠르의 명성에 명백히 해를 끼치는 일을 돕고 있다. 토트넘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라는 답글을 남기며 조롱했다.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골드도 그저 할 말을 잃었다는 듯 포기하는 영상으로 답했다. 다른 팬들도 "너네 나라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토트넘은 잉글랜드고, 손흥민은 한국인이다. 그런 말은 다른 곳에선 정상적이지도 않고 비공격적이지도 않다. 더 나아져라", "이런 말이 평범하다니 너무나 이상하다", "그래서 인종차별이 정상이라고? 대단하다", "와 정말? 우루과이에서 나온 또 다른 '나쁜 농담'이군", "평판이 걱정되면 그런 말을 하면 안 됐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해당 우루과이 팬은 일일히 답글을 남기며 비아냥거렸다. "Nice one sonny, nice one sone"라는 손흥민의 응원가로 비꼬는가 하면 "일단 우루과이에 와서 느껴봐라"라는 황당한 말을 내놨다. 심지어는 "오 미안해! 도덕의 왕이구나"라며 대놓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한편 토트넘 구단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토트넘 소셜 미디어에서는 비판 댓글을 왜 삭제하냐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벤탄쿠르와 상관없는 게시글에도 "왜 벤탄쿠르의 인종차별과 관련된 댓글을 계속 삭제하고 있느냐?"는 댓글이 최상위에 자리했을 정도다.
다만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차원에서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텔레그래프'는 16일 벤탄쿠르가 FA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5년 전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비슷한 일로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소셜 미디어에 동료 뱅자맹 멘디의 어릴 적 사진과 흑인을 연상케 하는 스페인 과자 브랜드 캐릭터 사진을 함께 올리며 '누군지 맞춰 봐'라고 적었다. 논란이 되자 실바와 멘디는 친한 사이에 나온 장난이라고 해명했으나 FA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간주해 벌을 내렸다.
에딘손 카바니 역시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팬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에게 감사를 전하며 '네그리토(Negrito)'라고 불렀다가 3경기 출장 정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7586만 원) 처분을 받았다. 카바니는 애정이 담긴 표현일 뿐이라고 억울해 했지만, F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벤탄쿠르도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놓은 만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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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일리 메일, 토트넘 홋스퍼, 베르나르두 실바, 에딘손 카바니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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