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가 2년 만에 부활한다. 기획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시리즈의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단, 공백기 그 이전부터 불거졌던 부상, 팬덤 관리, 반발을 사는 골프 종목 신설 등의 과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전망이다.
20일 오전 '아육대' 부활 소식이 불거졌다. 단숨에 각종 팬덤,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한 소식에 MBC 관계자는 OSEN에 "'아육대'가 돌아온다. 오는 8월 중 촬영을 진행해 추석 특집 방송을 목표로 제작진이 준비 중이다"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 일명 '아육대'는 지난 2010년 추석 첫 선을 보인 MBC의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아이돌 스타들이 육상을 시작으로 수영, 양궁, 승마, 리듬체조, 풋살, e스포츠 등 다수의 종목에서 성적을 겨루는 친선 체육대회를 표방했다.
의도는 친선이지만 출연하는 아이돌들은 진지했다. 각종 종목에서 선방한 아이돌들이 '체육돌', '육상돌'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음악 방송 외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아이돌 스타들의 무대 이외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종 팬덤의 주목을 받았고, 명절 특집인 데다가 화합의 체육대회를 스포츠 중계처럼 선보인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시청자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이에 힘입어 '아육대'는 지난 2022년 추석까지 MBC의 명절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시즌을 거듭하며 후광만큼 그림자도 있었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출연 아이돌들의 부상과 팬덤 관리였다. 평소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운동을 수준급으로 겨뤄야 하는 상황은 아무리 신체 건강한 젊은 청년인 아이돌 스타들이라고 할 지라도 쉽지 않았다. 더욱이 무대를 위해 격렬한 안무를 바쁜 일정을 쪼개 소화하며 평소에도 부상 위험을 달고 사는 아이돌들의 특성상 연례 행사처럼 참여하는 '아육대' 일정에 대한 부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 연습이나 촬영 과정에서 부상을 겪는 아이돌들이 생겨나며 '아육대' 시리즈의 존속이나 제작진의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더해졌다.
더욱이 '아육대'는 팬덤도 함께 하는 행사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 등을 제외하면 장시간 진행되는 녹화임에도 불구하고 체육대회 현장을 팬덤이 각자의 '최애'들을 응원하기 위해 동원됐다. 아이돌 팬덤의 존재는 '아육대' 방송을 위한 방청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졌으나, 막상 이들에 대한 제작진의 대응은 소홀했다. 끼니 지급은 커녕 녹화 시간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최애'를 보고 싶다는 팬덤의 애정에 기대 일방적인 희생과 참여를 요구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로 인해 '아육대' 부활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양가적이다. 내 아이돌의 무대 밖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쁘지만, 부상의 위험과 극악의 현장성을 생각하면 현실적인 불편과 우려가 동반되는 것이다. 마냥 환영할 수 만은 없는 특별 이벤트라는 점에서 '아육대' 진행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시선도 상당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부활하는 '아육대'의 종목도 설왕설래를 자아내고 있다. 골프 종목 신설이 추가되는 것으로 점쳐지며 비판적인 의견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야외 골프장들을 두고 환경위험이 문제시 되는 상황. 10대 청소년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아육대'를 통해 골프를 치는 모습이 등장할 경우 자칫 무비판적으로 어린 팬들에게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물론 이를 고려해 스크린 골프와 같은 대안도 존재하는 바. 2030 청년 계층에게도 골프가 널리 확산된 점을 볼 때 트렌드 측면에서 유사한 테니스 등에 대한 기대감도 거론되고 있다.
다행히 MBC 관계자는 "현재까지 '아육대'와 관련해서는 부활 여부와 8월 촬영, 추석 편성만 확정됐을 뿐 종목 등 그 외 부분들에 대해서는 모두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제작진이 논의 중에 있다. 아직 기획 단계"라며 신중하게 답했다. 적어도 시리즈의 영향력이나 파급력을 고려하면 무관심보다는 비판이 더욱 긍정적인 반응이긴 하다. 부활 소식 만으로도 외면이 아닌 갑론을박을 자아내는 점을 볼 때 '아육대'의 존속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우려 섞인 기대감과 볼멘소리를 확신의 기대감으로 바꿔줄 수 있을까. 명절 부모와 자녀가 함께 '최애'의 선전을 응원할 수 있게 만들어준 '아육대'의 화목한 부활을 고대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