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0.01% 고등학생을 연구하며 주연의 책임감을 배웠다. '하이라키'에서 활약한 배우 지혜원이 작품을 보내며 소회를 털어놨다.
지혜원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에서 윤헤라 역으로 열연했다. '하이라키'는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에 비밀을 품은 전학생이 입학한 후 견고했던 그들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에 지혜원은 OSEN과 만나 '하이라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19년 드라마 '저스티스'로 데뷔한 이래 '사이코지만 괜찮아', '안나라수마나라',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에 출연한 지혜원은 '하이라키'를 통해 처음으로 극 중 주연으로 활약했다. 이에 그는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는 제가 책임져야 할 게 커진 작품이었다. 공개 전부터 조금 긴장과 떨림이 컸다. 다른 작품보다도. 촬영 후에 반년 정도 있다 릴리즈가 됐는데 반년 동안도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릴리즈 전에 편집본을 볼 때 어느 정도 안심도 되면서 우리나라 분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공개 전부터 너무너무 긴장한 상태였다. 딱 공개됐을 때 긴장이 풀리지 않더라. 여러 반응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왔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공개 당일에는 오후 4시에 바로 보진 못하고 저녁부터 봤다"라며 웃은 지혜원은 "어머니가 바로 보고 계셨는데 같이 보면서 엄마는 저랑 헤라가 너무 다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신기해 하셨다. 저런 면은 어디서 나왔냐고 신기해 하시더라. 특히 할머니 반응이 신기했다. 할머니가 '너 원래도 저래?'라고 궁금해 하시더라. 저런 면을 숨기고 있는 거냐고, 실제 학교에서 그랬냐고 하시더라. 할머니는 연기는 본인 안에 있는 게 나오는 거라 생각하셔서 학창 시절 질문 많이 받았다"라며 웃었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만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의 반응도 뚜렷했다. 지혜원은 "넷플릭스 패트롤 사이트에서 매일 순위 업데이트해서 공유하면서 감독님이랑도 같이 봤다. 떠릴는 마음으로 저희 눈에 직접적인 스코어를 보면서 되게 좋아하기도 했다. 반응 같은 거 보면서 아쉽다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라며 "아쉬웠다는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이고 대사에 대해 오글거리다는 분들도 있었다. 대사는 주어진 대로 하다 보니 저희가 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좋았던 건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재미가 있다는 거라 좋았다"라고 밝혔다.
'상위 0.01%'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배경하는 작품인 만큼, '하이라키'에서는 고등학생의 일상이라고 믿기 어려운 파티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에 지혜원은 "파티가 엄청 나온다. 헤라도 엄청난 파티 피플"이라며 웃었다. 정작 그는 "저는 파티를 열어본 적도 없다. 생일 파티도 잘 안 하는데 '하이라키'에서는 파티란 파티는 다 열고 다녔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드라마 안에서 다양하게 해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했다"라고 밝혔다.
자연스레 헤라의 의상도 화려했다. 지혜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명품으로 휘감아야 했다. 대사 자체에 브랜드가 언급되거나 스타일링을 해야 하는 씬도 있었다. 머리띠, 목걸이, 원피스, 가방, 구두, 심지어 가방 안에 립스틱까지 똑같은 명품 브랜드로 통일한 적도 있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그는 스타일링에 대해 "헤라는 솔직하고 직접적인 캐릭터다. 성격적 특성이 패션에더서도 과감하게 나타나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헤라는 조금 더 과하고 화려해도 타당성이 있으니까 시도를 해본 것 같다. 노랑, 빨강, 핑크를 해도 톤을 맞춰도 되고, 과하다 싶으면 밸런스를 맞추려고 다운 시키기도 하는데 헤라는 헤드 투 토 투머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보는 분들 입장에서 어색하고 소화를 못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실까봐 걱정했다. 촬영 초중반에 캐릭터 만의 특징이 잡히다 보니까 같이 의논 후에 더 디테일을 많이 주면서 패션의 다양성을 넓혀간 것 같다"라며 "미국 드라마 '가십걸'의 블레어 역할이 가진 화려한 결이 비슷해서 참고했다. 그렇지만 헤라는 블레어보다 조금 더 화려한 느낌이 든다. 블레어는 프레피룩에 가깝고 헤라에 비하면 심플하더라. 거기서 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으 살리려 했다"라고 밝혔다.
자연스레 의상 관리도 철저해야 했다. 지혜원은 "고가의 의상은 평소에도 옷을 갈아입긴 하는데 '하이라키' 때는 무조건 벗었다. 평소 같으면 괜찮은 의상 내에선 앞치마를 하고 밥을 먹었는데 '하이라키' 때는 무조건 촬영 시간이 뜬다 싶으면 다 옷을 벗어던지고 편하게 입었다. 제품들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의상팀도 그러길 원하셨다. 저희끼리 후반부로 갈수록 암묵적으로 그래야 저희도 마음이 편했다. 그런 번거로움을 감당할 만큼 가치가 있는 옷이라 그렇다"라며 웃었다.
노정의, 이채민, 김재원, 이원정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는 어땠을까. 지혜원은 "저희가 다 또래다 보니 불편함이 확실히 없었다. 이렇게 다 또래인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떨리기도 하고 이게 다 과연 배우들이 많은데 '다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저희가 또래다 보니 의사소통 불편함이 거의 없고 유연성이 생기다 보니 소통에 불편함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향 자체가 비슷했다. 계속 붙어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개인 시간 존중하는 편이라 호흡도 잘 맞고 재미있게 촬여했다. 여자 배우가 저희 드라마에 별로 없다. 정의, 바다, 예지 이런 친구들 위주로 여자 친구들이랑 너무 다 친해졌다. 그 후에도 만났다. 남자 친구들은 다같이 만나지 않는 이상 못 봤다. 원정이라는 친구가 저랑 두 작품을 같이 했다. 그 친구랑 더 진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실제 자신의 성격에 대해 지혜원은 "저도 헤라처럼 밝긴 밝다. 에너지가 좋은 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매일같이 표출하는 헤라 같은 타입은 아니다. 에너지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그 에너지를 쓸 때 안 쓸 때가 명확하게 구분 된다. 좋은 사람들과 있을 때, 좋은 사람들과 일할 때 특정 케이스가 아니면 많이 차분해진다. 에너지 분배를 제가 아라서 하는 편이다 성격 자체고 쾌활하고 밝으면서도 차분한 면도 있다. 그런 면이 헤라랑은 많이 다르다"라고 자평했다.
더불어 그는 "아직도 회자되면서 울컥하는 게 4회인가 5회에서 리안이랑 재이한테 화를 내면서 울부짖고 소리 지르는 씬이 있다. 파티를 다 찍고 감정씬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새벽 3~4시에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컸을 때 촬영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 씬이 헤라한테 너무 중요한 씬이고 감정이 고조되는 게 보여야 해서 걱정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준비를 하면 할수록 현장에선 바뀌는 게 많다 보니까 걱정과 스트레스가 불안에 쌓이고 바뀌는게 많을 텐데 달라진 게 없을 것 같더라. 2~3일 전부터는 아예 대본을 내려놓고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 다 찍고 찍게 됐을 때 대본을 안 본 게 대견할 정도로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고 잘 살려서 잘 뽑아져 나왔다. 과정에 있어서 대본을 덜 보면서 구상을 많이 하려고 하고 대본 안에만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가장 애정하는 씬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그는 극 중 강인한 역으로 등장한 배우 김민철에 대해 "헤라와는 마주칠 씬이 없었는데 '하이라키' 초반 도입을 담당하는 역할이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런 중요한 배역의 첫 대사가 다짜고짜 '여기 사람들 다 미쳤어요!'라고 소리치는 거라서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리딩 때부터 너무 잘 소화하셔서 감탄했다"라고 호평했다.
나름의 디테일도 있었다. 같은 상류층 사회에 속했더라도 인물마다 타는 차량이 다르게 설정됐던 것. 지혜원은 이에 "촬영 전에 감독님이 차를 고르라고 하셨다. '헤라라면 어떤 차를 더 선호할까?'라고 물어보셔서 제 생각에 맞는 차를 골랐다. 헤라라면 편안한 차보다 화려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할 것 같았다"라며 독일 외제차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촬영이 끝난 뒤엔 한번도 타본 적은 없지만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반가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보는 재미'는 '하이라키'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지혜원은 "처음부터 스토리와 관계성을 아시긴 힘드니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비주얼적인 부분들과 보는 재미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1회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목적이기도 했다"라며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신중하게 상의한 설정들을 강조했다.
햇수로 5년째 드라마에 출연하기까지, 지혜원은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상속자들'과 같은 인기 드라마 속 인물들의 표정을 따라하는 정도였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원은 연기 명문으로 정평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재원이다. 이에 지혜원은 "평생 운 대입에 다 쓴 것 같더라"라고 웃었다.
단 "연기로 끝을 보겠다"는 마인드는 확고했다. 지혜원은 "제 성격 자체가 '모 아니면 도' 같다. 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연기로 대학까지 왔으니 이제는 물러날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배우로서 꾸준한 활동에 의욕을 보였다.
그런 지혜원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지혜원은 "최대한 다양한 삶을 연기해보고 싶다. 캐릭터의 한게를 안 두고 일상적인 것부터 다양한 연기를 해봤을 때 시청자분들이 봐주셨을 때 오는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맑은 분위기의 청량한 인물이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 등 평범하지만 밝은 분위기의 작품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끝으로 그는 "'하이라키'는 제게 책임과 부담이 많아지며 스트레스도 많아진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모든 면에서 제가 책임지고 부담할 부분도 커지다 보니 생각과 스트레스도 많아지더라. 제가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많이 내려놓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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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이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