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선균의 유작인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언론시사회에서 동료 배우들이 생생한 재난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강조했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약칭 '탈출') 측은 8일 오후 서울 용산에 위치한 CGV 용산 아이파크몰점에서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언론시사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작품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과 배우 주지훈, 김희원, 박희본, 김수안 등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특히 영화는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영황계와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김태곤 감독은 "선균이 형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또 현장에서도 그렇고 어찌됐건 이 대교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장치들이랄지, 공간에 대한 이해도랄지,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저도 놓쳤던 부분들을 선균이 형이 같이 머리 맞대면서 동선이랄지, 혹은 캐릭터의 어떤 감정이랄지에 대해서 굉장히 논의를 많이 했다. 그런 요소요소 하나 하나마다 매번 질문과 답을 하면서 영화 전체적인 답을 찾아갔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태곤 감독은 또한 "극장 개봉을 위해 만든 영화라 개봉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재난 스릴러로서 극장에서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체감적으로 많은 것들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극장 개봉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제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를 돌이켜 보면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의 톤이 일상적인 공간에 영화적인, 이상한 요소들이 작용했을 때 변화하고 관객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까 하는 질문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탈출' 역시 공항에 갈 때 항상 지나던 곳이 어떤 요소로 인해 변질됐을 때 관객들에게 얼마나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안에 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내면 관객 분들이 더욱 즐거워하실 거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일상적인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는 배우들이 출연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렉카 기사 조박 역의 주지훈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굉장히 빠른 전개에 반했다. 또 감독님이 말씀하신 일상적인 곳에서 일상적인 캐릭터가 겪을 수 있는 일에 주목했다. 또 제 캐릭터는 기능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연기하기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양 박사 역의 김희원은 "꼭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재미있었다. 또 저로부터 시작된 일이라 극이 마음에 들어서 하게 됐다"라며 웃었다.
현실적인 자매 미란 역의 박희본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재난을 어떻게 시각화 했을지가 궁금하면서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많은 캐릭터들이 사력을 다하는 장면들이 많다. 연기할 때 사력을 다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궁금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정원(이선균 분)의 딸 사춘기 딸 경민 역의 김수안은 "시나리오 보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또 경민이의 용감한 용기 있는 모습이 저를 이끌었다"라고 덧붙였다.
조박 역을 맡은 주지훈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사정 없이 망가진다. 전작인 '비공식작전'에 이어 다시 한번 장발의 꾸밈없는 연기를 서슴없이 택한 것이다.
정작 주지훈은 "대부분 망가진다고 하시는데 저는 망가진다는 개념이 없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릴 때부터 제가 봤던 영화들, 책들, 여러 매체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들을 잘 즐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 캐릭터가 영화, 극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또 충분히 제가 재미있을 것 같을 때 또는 연기할 때 맛이 그렇게 있진 않지만 극 자체에 도움이 될 거란 판단이 들면 주저 없이 즐기는 편이다. 아주 감사하게도 여러 장르, 드라마 감독님들이 저라는 배우를 간극이 넓게 써주셔서 아주 즐겁게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조박의 이미지에 대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우리 안에 모든 감정이 있지 않나. 좋은 마음도 배려심도 이기심도 있다. 그런데 조박이 생존에 있어서 자기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겉으로 가감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일이다. 90년대 초중반 제가 어릴 때 그런 성격을 가진 동네에 있는 무서운 형들이 떠오르더라. 동대문, 이태원 가면 30cm 자 들고 가방 놓고 둘러보고 오라던 형들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정확한 예가 있던 건 아니다. 그걸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피팅하는 날 여러 스타일을 해보다가 완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다중추돌 장면에서 남다른 박진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실제 대교 같은 세트를 배경으로 촬영된 장면에 대해 주지훈은 "실제 대교를 옮겨둔 것 같은 세트에서 찍었다. 짧게 찍어 이어붙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와 똑같이 50m, 100m 정도 되는 세트를 조성하니 굉장히 도움을 받았다. 억지로 끌어올려지는 게 아니라 몰입할 수 있었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김희원은 "세트에 아스팔트를 깔고 다리를 지을 줄은 몰랐다. 분장실에서 걸어오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영화 찍기 전에 대굘르 실제로 가봤는데 걸어서 가봤다. 가도가도 끝이 없더라. 세트도 가도가도 끝이 없어서 공간에서 그 마음이 되는 연기 도움을 받았다"라고 거들었다.
박희본 역시 "실제 촬영장 세트장에 출근할 때는 모두가 맑은 얼굴로 갔다가 저희가 분장을 하고 세트 문을 여는 순간 이미 안개가 자욱했고 아스팔트 위에 사고 장면을 그대로 구현했더라"라며 놀랐고, 김수안 역시 경이로운 촬영 과정에 대해 호평했다.
이에 김태곤 감독은 "다른 재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갈증이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최고의 스태프들이 붙어서 이런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를 만들 수 있던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대로 CG로 연기해야 하는 부분에선 어땠을까. 주지훈은 "그래도 제가 배우들 중에서 CG 연기를 꽤 해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참 어렵다. 아무래도 실제로 없는 곳에서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하고, 저희 영화는 워낙에 한 그룹이 다같이 움직이니 그렇다. 없는 그림을 상상할 때 서로가 시점이 다를 수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함께 대화하고 CG를 구현해주시는 분들이 베테랑 분들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 부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스태프, 감독님들과 얘기를 많이 하고 상의를 많이 하면서 이야기했다. 그 것 말고는 아직까진 방법이 없고 최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희원은 "개들이 왔다갔다 뛰는데 시선을 따라가야 하는데 개가 어깨를 물었는데 혼자서 해야 하는 그런 연기는 영원히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연기를 하고 CG를 거기에 맞춰주시는 기술이 더 대단한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재미있는 요소라면 계속 자동차를 타고 왔다갔다 하니 카메라가 한정적인데 어느 날은 자동차 위를 잘라놨더라. 카메라를 마음 놓고 찍은 다음에 그 위에 CG를 씌운 게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주지훈은 "제가 188cm가 넘는데 자동차 뒤에 갇혀 있는 걸 생으로 찍었다. 경추와 어깨 쪽에 다량의 부상을 유발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박희본은 "제가 촬영할 때 더미로 촬영했다. 무서워 해야 하는데 실제 저는 강아지를 좋아해서 그 부분이 어려웠다"라며 웃었다. 김수안은 "게속 겹치는 얘기를 하게 된다. 저 역시 가장 어려운 건 시선이었다. 저 혼자 하는 거면 테이프 붙여서 해보겠는데 제가 잘못 봤을까 봐 두근두근하면서도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맞춰 가면서 해보는 게 도움이 됐다"라고 거들었다.
그런가 하면 김태곤 감독은 영화의 전개방식에 대해 "관객들이 이 캐릭터에 몰입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이 캐릭터들의 공감에 대한 구축들을 해야 하지만 뒤편의 사건들에 대해서도 훨씬 더 긴장감 있게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초반부터 재미있게 만들려 노력했는데 어찌됐든 그런 식으로 구조를 짰다. 마지막엔 탈출하기를 원하는 마음들에 공감됐으면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살아있는 개를 실제 있는 개처럼 100% 구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 됐건 이 개가 흔히 보는 개이지만 조작된 개이고,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개이기 때문에 영화적 허용 범위 안에서 개의 위협성이랄지, 힘이랄지, 그런 것들을 잘 분배해서 과하거나 실제 개보다 위협적인 느낌을 많이 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제76회 프랑스 칸 영화제 초청 이후 1년 만에 개봉한 '탈출'. 김태곤 감독의 감회는 어땠을까. 김태곤 감독은 "영광스럽게도 모든 감독님들이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칸 영화제에서 상영을 할 수 있었다. 상영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영화를 봤다. 제가 생각하기에 조금만 더 하면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 다시 한번 후반 작업들을 했다. 그런 후반작업을 하면서 언제 개봉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칸 영화제보다 러닝타임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 바. 김태곤 감독은 "어찌됐건 관객들이 조금 더 긴박하고 조금 더 재난 액션 스릴러로서 생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랄지, 스피드감을 충족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흡이랄지 조금씩 씬을 짧게 전개하다 보니까 런닝 타임이 줄었다. 칸에서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감정이 과잉됐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정리한 게 런닝 타임이 줄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박주현과 자매로 호흡한 박희본은 "박주현 배우를 '인간수업'에서 먼저 봤는데 워낙 에너지가 있더라. 이 친구 잘 따라가면 미란이처럼 우리 앙상블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저희가 세트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촬영장에 와서 술도 마시며 대화도 많이 했다. 저희 팀원들이 대화도 많이 했다. 물론 수안이는 미성년자라 일찍 잤다"라고 했다.
박희본은 "재난 상황에서 함께 캐스팅 되는 선배님들과 어떻게 앙상블을 맞춰서 생존할 수 있을지, 제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자신이 있었다. 저는 실제로 노력을 한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제 역할 미란이었다. 열심히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열심이다.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박주현 배우가 워낙에 좋은 친구라 저를 많이 이끌어줬다. 그 에너지로 잘할 수 있었다. 칭찬에 부끄럽고 수줍다"라며 멋쩍어 했다.
그런가 하면 김수안은 호평받은 영화 '부산행'에 이어 다시 한번 재난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또 다른 재난 영화 '탈출'에서 얼마나 달라졌을까. 김수안은 "'부산행'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들이 저를 성장하게 한다. '부산행'을 찍으면서 성장한 수안이가 '탈출'을 찍으면서 성장했다.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경민이에게 특정 도움을 받은 건 저도 딱 사춘기일 시절에 경민이를 만났다. 경민이의 사춘기가 날카롭게 나오는 거였다면 제 사춘기는 쭈뼛거리는 거였다. 제 별명이 김쭈뼛이었다. 현장에서 제가 많이 쭈뼛거렸다. 그런데 경민이의 용감한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희본은 "저희 영화를 극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뿌듯하고 자신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희원 역시 "저희 영화 즐겁게 재미있게 보시는 영화다. 여름에 딱 어울린다"라고, 주지훈은 "저희 영화 여름에 걸맞는 일종의 팝콘무비다. 관객 여러분께 즐거운 긴장감을 선사해드리고 재미있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부디 즐겁게 즐겨달라"라고 덧붙였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오는 12일 금요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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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민경훈 기자,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