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출연자의 공백으로 프로그램의 근간이 흔들렸다. 최근 강형욱이 갑질의혹 끝에 하차를 결정하자 ‘개훌륭’이 사라졌고, 과거에는 설민석이 논문 표절의혹 끝에 하차를 결정하자 ‘벌거벗은 세계사’가 멈춰 섰다. 이처럼 이른바 ‘스타 전문가’를 ‘원툴’로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위기를 겪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하며 한계를 보인다.
‘개는 훌륭하다’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반려견과 사람이 행복하게 어우러져 사는 법을 함께 고민해 보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9년 11월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을 필두로 이경규, 박세리가 출연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강형욱의 갑질,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등으로 논란이 불거진 뒤 ‘개는 훌륭하다’는 직격탄을 맞았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를 반박하고 해명했지만, 직원 2명이 사내 메신저를 동의 없이 열람해 단체방에 공유한 혐의로 강형욱 부부를 고소하며 사태가 길어졌다.
이에 ‘개훌륭’은 5월 20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 결방됐고, 이후 강형욱의 빈자리를 남겨둔 채 방송을 재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개훌륭’은 지난 8일 폐지 통한 휴식기를 거쳐 리뉴얼을 선언하고 말았다.
이처럼 스타 전문가 1인을 전면으로 앞세워 생명력을 유지하는 예능은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로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 성격상, 방송의 방향과 색깔이 빠르게 정해지는 점,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간판인 전문가의 얼굴과 이미지가 손상되면 말 그대로 ‘ALL STOP’이 되어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역사 강사 설민석을 대표로 내세웠던 ‘선을 넘는 녀석들’과 ‘벌거벗은 세계사’가 그 예다. 설민석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역사 강사 경력을 시작, 인터넷 강사 1세대로서 주목을 받은 그는 곧 예능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뛰어난 언변을 바탕으로 곧 예능가는 그를 주축으로 역사 예능을 론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 설민석은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논문 표절과 함께 설민석이 출연하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내용 일부에도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포함됐다며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워에 제출한 역사교육학 석사 논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의 표절 의혹도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설민석은 출연 중이던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등에서 하차하며 방송 활동을 잠시 중단했고, 두 프로그램 모두 시즌을 종료해야만 했다. 이후 새로운 MC와 패널들로 돌아오긴 했으나, 새 단장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애통령’ 오은영 박사를 주축으로 한 프로그램 역시 비슷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지난 2022년,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의 출연자가 의붓딸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자, 전문가인 오은영에게도 그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오은영의 직접적인 논란은 아니었지만, 프로그램 간판 이미지의 평판 하락은 곧 방송에도 영향이 미쳤다. 결국 제작진은 물론 오은영까지 사과에 나섰고, '결혼지옥'은 2주간 결방된 후 재개됐다.
한 출연자의 공백으로 흔들리는 프로그램은 어쩌면 기반부터 불안정한 구성으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전문가 ‘원툴’ 예능의 최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작진들의 고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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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MBN 제공,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