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있어야 인종차별도 고발할 수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두 얼굴이다.
UEFA는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이번 경기가 UEFA의 공식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며 어이없는 입장을 내놨다.
인종차별 정황이 명확한데 UEFA는 조사조차 안 하겠다는 것이다. 가해선수가 이탈리아 구단 소속의 유럽선수가 분명하다. UEFA 주최 경기가 아니라도 조사해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UEFA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UEFA가 프랑스를 인종차별한 아르헨티나 선수단에게는 강경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남미대항전에서 일어난 일이라 엄밀히 따지면 UEFA의 관할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4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콜롬비아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흥에 겨운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경기 후 버스에서 단체로 프랑스를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인종차별 노래를 불렀다. 엔조 페르난데스(23, 첼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생방송했다.
프랑스축구협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스포츠와 인권의 가치에 반하는 충격적인 발언의 심각성을 고려해 프랑스축구협회장은 아르헨티나 측과 FIFA에 직접 연락해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법적 고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가 이렇게 강력하게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프랑스축구협회장 펠리페 디알로가 UEFA에서 집행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표팀이 직접 피해자이긴 하지만 남미대륙 소속의 아르헨티나를 직접 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UEFA의 힘이 막강하다.
반면 동양선수 황희찬에 대해서는 UEFA가 사건을 조사하기는커녕 무마하기에 급급하다. 같은 인종차별이라도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들의 시선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