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은 선행, 범죄는 범죄. 노숙자 시설 기부 행위는 절대 뺑소니 혐의를 덮을 수 없다.
18일, 가수 김호중이 지난 5월 서울역 노숙자 임시 보호시설에 1500만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그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 일명 '뺑소니'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자유의 몸이 아닌 상황에서 선행을 베풀어 눈길을 끈다.
보도에 따르면 김호중은 지난 3월 한 교회 관계자와 5월 말 서울역 노숙자 임시 보호시설에 250여 명의 노숙자들을 위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속된 상태라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지자 노숙자들이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비용과 운영비 명목으로 후원금 1500만 원을 대신 전달했다.
김호중은 지난달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차로 반대편 도로에 멈춰 있는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이후 김호중 대신 다른 매니저가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이 김호중의 차량을 운전했다고 자수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호텔로 피신했다가 17시간 뒤 경찰조사를 받은 김호중은 추궁 끝에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김호중이 9일 오후 사고를 내기 전 유흥주점 방문에 앞서 일행과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을 방문해 주류를 곁들인 식사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경찰은 뺑소니 혐의를 비롯해 증거 인멸, 범인 도피 교사, 음주 운전 혐의까지 확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재판부 역시 김호중에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호중 뿐만 아니라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지시한 소속사 대표와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본부장까지 구속됐다.
구속 전 김호중은 팬들에게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음주운전을 하였습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잘못을 시읺냈던 바.
다만 검찰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으로는 사고 당시 김씨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 김호중 측 변호인은 사건 기록 열람등사를 하지 못해 혐의 인정 여부는 2차 공판기일에 밝히기로 했다.
김호중을 둘러싼 혐의와 의혹은 아직 제대로 법의 추궁을 받지 못한 상태다. 본인은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는데 검찰이 해당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대중적 공분이 크다. 김호중이 어떤 처벌을 달게 받게 될지는 재판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연예계 퇴출 위기에 처한 김호중으로서는 옥중 선행이라도 펼쳐 차가운 여론을 돌리고 싶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의 선행을 마냥 순수하게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관련 기사에 이미 쓴소리가 가득한 이유다. ‘예비 살인’이라는 음주 뺑소니 의혹을 받고 있는데다 사고를 낸 후 술을 사서 마신 김호중의 수법이 악용되고 있는 현실이라 더욱 그렇다.
재판부는 이번 그의 선행을 정상 참작과 교화의 이유로 언급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대중에게는 진정성이 의심될 뿐이다. 물론 선행 자체로는 충분히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안일했던 호중적 사고가 불러온 무서운 재앙을 본 대중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숙자 봉사를 못해 죄송하다는 김호중의 말이 진심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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