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사랑해서 썼다" 침묵하던 정몽규 회장, 576쪽 회고록 출간...30년 축구 인생 담았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7.25 11: 50

"나는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다."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다. 침묵을 지키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자신의 30년 축구 인생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한다.
정몽규 회장은 숱한 비판에 휩싸여 있다. 그는 최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KFA 측은 정몽규 회장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전권을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위임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여론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대한축구협회(KFA)가 1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하며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회의결과 발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회의를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사실 정몽규 회장을 향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2월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지만, 외유 논란과 2022 카타르 아시안컵 졸전 끝에 1년도 안 돼 경질을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투명한 절차로 클린스만 감독을 골랐다고 해명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조차 그와 개인적인 만남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고 인정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3월 승부조작 연루자를 깜짝 사면하기로 결정, 무수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셌고, 정몽규 회장도 고개 숙여 사과하며 사면 결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KFA의 졸속 행정은 홍명보 감독 선임 사가에서도 계속됐다. KFA는 클린스만 경질 후 약 5개월을 두 차례 임시 감독으로 버틴 뒤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을 새 수장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유명무실화된 전력강화위원회, 면접 절차 없이 선임한 홍명보 감독에 대한 특혜 등으로 여러 논란을 빚었다. 전력강화위원회로 활동했던 박주호의 폭로를 시작으로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 여러 축구계 인사들이 정몽규 회장과 KFA를 직격 비판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조사를 시작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비롯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대한축구협회(KFA)가 1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하며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회의결과 발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회의를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그럼에도 정몽규 회장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아무 입장도 내지 않았고, 공식 기자회견 일정도 계획하지 않았다. 앞서 "감독 선임이 마무리되면 추후에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시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던 정몽규 회장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조용하던 정몽규 회장의 근황이 들려왔다. 바로 에세이를 출간한다는 것. 출판사 '브레인스토어'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축구 인생 30년을 되돌아보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1년간 집필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한국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고 작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정몽규의 어제: 구단주-K리그 총재 시절을 말하다', 2부 '정몽규의 오늘: 대한축구협회 회장 시절을 말하다', 3부 '정몽규의 비전: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말하다'로 구성돼 있다. 정몽규 회장은 이를 통해 부산 아이파크 인수와 프로축구 승강제, 저연령 선수 의무출전 제도, U-20 월드컵 유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 등 여러 주제를 다뤘다.
576쪽에 달하는 방대한 에세이. 정몽규 회장은 프롤로그에서 "나는 회사에서의 의문이나 문제점들을 축구를 통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축구라는 시각을 통해 보니 통찰력이 생겼다. 내가 축구를 통해 얻었던 이러한 이해와 통찰을 많은 독자와 나누고 싶었다. 앞으로 대한축구협회나 구단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축구를 통해 얻었던 경험과 지혜를 함께 나누는 것이, 축구에서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이하 정몽규 회장 에세이 '축구의 시대' 책소개 전문]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그는 2024년 현재, 아니 어쩌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아온 인물일지 모른다. 반반으로 나뉘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정치권의 인물들도 확고한 ‘내 편’이 있다. 국민 혹은 시민의 절반으로부터는 모멸에 가까운 반의, 적의를 받을지라도, 또 다른 절반으로부터는 뜨거운 사랑과 열렬한 지지를 얻는다. 이렇듯 호감을 표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호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는 것이 인간사, 세상사의 흔한 모습이고, 사실 대부분은 호불호를 떠나, 그저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바로 정몽규가 그런 인물이다.
그러나 정몽규라는 사람을 비난하는 이들 중에서 정작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롭다. 너도 나도 정몽규를 향해 돌을 던지지만, 정작 그가 왜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를 비판하는 댓글을 다는 것이 마치 인터넷 세상의 놀이나 유행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많은 부분이 크고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는 왜 오해의 간극을 메우려 애쓰지 않았던 것일까?
어쩌면 이 책 『축구의 시대』가 그동안 그를 둘러싼 오해와 논란에 대해 답하는 최초의 ‘오피셜 코멘트(Official Comment)’일 수도 있겠다. 물론 이 책은 이런저런 물음에 답변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정몽규라는 사람이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도 우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제법 차가운 온도와 건조한 습도에서 담백하게 써내려간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저 축구인으로 살아온 30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보겠다는 마음이 커다랗게 자라났기에 작년 여름부터 1년이라는 시간을 집필 작업에 몰두한 것이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축구의 시대』는 대중과의 오해를 좁히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이 해왔던 일들과 걸어왔던 행보에 대해 스스로 되짚어 공유하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것들이 축구와 한국 축구를 매개로 한다. 정몽규라는 기업인이 30년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생각하고 고민했던, 도전하고 시도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성공도, 실패도 있다. 완벽에 가까웠던 결과도 있고, 판단 착오에 가까웠던 일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일들에 대해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잘된 것은 잘된 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의미를 찾아 매듭짓는다. 그것이 자신은 물론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애쓸 이들에게 좋은 표식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표식들이 가득 들어 있다.
/finekosh@osen.co.kr
[사진] 브레인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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