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가 故김민기의 육성이 담긴 31년 전 라디오 방송 음원을 공개해 고인을 추모했다.
26일 오후 7시 MBC FM4U에는 故김민기 추모방송 '이종환의 밤으로의 초대-김민기 스페셜'이 방송됐다.
1993년 3월 28일 초대석에 참석한 고인의 육성이 담긴 이번 방송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 중인 DJ 배철수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날 배철수는 "가을엔 편지를 하겠다 노래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가을이 오기도 전에 이 여름 우리 곁을 떠났다. 7, 80년대 청년문화의 원형 만든 인물, 포크계 대부 김민기. 철저히 무대 뒤의 삶을 지향하며 방송 출연을 자제해온 그는 31년전인 1993년 마이크 앞에 앉았다. 대학로의 학전소극장 열면서 운영비가 필요했고 그걸 마련하기 위해 네장의 앨범으로 된 전집을 내면서 라디오에 출연하게 됐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전설의 DJ 이종환이 진행했던 '밤으로의 초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부터 들려드릴 내용은 1993년 3월 28일 방송된 '이종환의 밤으로의 초대' 음원이다. 어디에서도 들을수 없는 귀한 음원"이라며 "우스갯소리로 무대 위 사람들을 앞것 무대 아래 사람들을 뒷것이며 자신은 뒷것들의 두목이라 앞에 나서는게 쉽지 않다 말했던 김민기.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뒷것 김민기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소개했다.
이후 31년전 방송됐던 '이종환의 밤으로의 초대-김민기 스페셜' 음원이 공개됐다. 배철수는 "1993년 '이종환의 밤으로의 초대'에 출연하기로 한 김민기는 당시 여의도에 있던 MBC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기로 한다. 하지만 방송국에 들어가는게 쑥스럽다며 근처에있던 녹음실에서 4시간가량 음악과 삶에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에 나간건 2시간 정도였고, 라디오에 출연한 유일한 인터뷰다. 오늘은 그걸 일부 편집해서 들려드리고 있다. 이종환과 김민기의 대화를 통해 당시 40대였던 김민기의 생각을 삶을 고스란히 느껴보시면 좋겠다"고 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김민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서는 것 싫어하고 뒷전에 서있고 싶어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김민기라는 사람한테 거는 기대가 '신화적', '전설적이다' 그런 단어를 쓴다"는 이종환에 "사람들마다 역할이 다르리라고 생각이 든다. 무대 앞에서 라이트 받고 그러는 일이 아무나 하려고 해서 되는일이 아니듯 무대 뒤 컴컴한데서 일하는 사람도 똑같이 소중하단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당시 20여년만에 전집을 발매했던 김민기는 "짧은 형식 노래는 거의 다 모은 셈"이라며 "옹색한 동기였다. 2년전 대학로에 조그만 소극장을 열었다. 열때도 갑자기 열게 됐다. 그래서 자금이 없고 그래서 음반사에서 돈을 좀 빌렸다. 돈을 빌려서 그걸 갚아야하니까 억지로라도 음반을 내게 됐다. 그렇지 않고서는 감히 생각을 못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김민기가 발매한 '아침이슬', '상록수' 등은 군부독재 시절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는 "민중가수, 저항가수라는 말이 싫지 않냐"는 질문에 "제 자신을 얼마만큼 생각하는것에 대해 몇십 몇백 과대포장돼서 부담스럽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또 그는 '학전' 소극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민기는 "콘서트도 하고 공연형태 띄는건 다 하고 있다"며 "지금은 계산이 맞지 않다. 비유를 해드린다면 영화같으면 하루에 조조에서 심야까지 여러 회를 돌릴수 있고 출연자도 없지 않냐. 근데 이건 실제 사람이 하는거니 하루 기껏해야 한두번 정도다. 소극장 공간은 한계가 있고 빤한 계산이다. 그러나 힘들더라도 좀더 버티고 해야한다 생각하는 이유는 아무리 예술의 전당을 크게 지은들 그걸 채울 사람이 어디서 떨어지는건 아니지 않냐. 작은 공간이라도 넘치도록 물건을 만들어야하는게 전단계로서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고생스럽더라도 해봐야할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하고 싶은 작품 중에 무대가 좁아서 못올리는 작품도 있냐"는 질문에 김민기는 "그동안 작업을 못했다. 밀린 작업이 많다. 작건 크건 밀린 일도 마음껏 해보고싶다. 뮤지컬 비슷한 작업도 있다. 그동안은 엄두 못낸게 하려고 하면 뒤틀리고 막히고 해서 못했다. 그런 작업좀 마음껏 하고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심의 등 규제가 심했던 당시였지만 김민기는 "늘 작업하려다가 다른 모양새로 돼야한다 했을때 포기했을 뿐이고 그게 잘못 과장되면 '타협을 거부했다'고 되는것 같다. 거창한 몸짓을 한적은 없다"면서도 "제 생각에 저는 노래에 관해서는 프로페셔널은 못된다 생각한다. 전문가라고 한다면 누가 어떤 용도의 요구를 할때 맞춰줄줄 알아야하는데 제 말버릇 이외것을 해낼 능력이 안되다 보니 그걸 못하고. 못하는 모습이 마치 안하는것처럼 보이고 그랬던 것 같다"고 굳은 신념을 드러냈다.
한편 故김민기는 지난 21일 지병인 위암 증세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배우 황정민, 장현성, 가수 윤상, 이은미, 장기하, 알리, 배우 류승범, 김희원, 김대명 등이 찾아 고인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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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라디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