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켰다. 클레이튼 커쇼(36)가 LA 다저스에서만 17년을 뛴 역대 최초 투수가 되며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커쇼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지난해 10월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이후 292일 만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11월 왼쪽 어깨 관절와상완 인대와 관절낭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다. 당시 다저스와 1년 계약이 끝나면서 은퇴 가능성도 제기된 커쇼이지만 자신의 SNS로 수술 사실을 알리며 “내년 여름 어느 시점에 복귀할 수 있길 바란다”고 현역 연장을 밝혔다.
다저스와 1+1년 5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고 재활에 매진한 커쇼는 지난달 중순 싱글A에서 재활 등판을 시작했고, 트리플A 2경기 등판을 거쳐 마침내 이날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가졌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수술과 8개월 재활을 거쳐 돌아온 마운드였다.
1회 2사 1,2루 위기에서 패트릭 베일리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3구 삼진으로 복귀를 알린 커쇼는 3회 시작부터 3루타 포함 4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하지만 무사 1,2루에서 베일리, 데이비드 비야, 타이로 에스트라다를 3연속 탈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4회 선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까지 3구 삼진 돌려세운 커쇼는 4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등판을 마쳤다. 3-2로 앞서 선발승 요건이 걸린 5회까지 던질 만했지만 부상 복귀전이라 무리하지 않고 투구수 72개로 마무리했다. 선발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다저스의 6-4 승리에 발판이 된 투구였다.
슬라이더(32개), 포심 패스트볼(24개), 커브(10개), 체인지업(6개) 4가지 구종을 고르게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시속 91.8마일(147.7km), 평균 90.6마일로(145.8km). 변화구의 날카로움이 살아있어 헛스윙 14개를 뺏어냈는데 슬라이더로 8개, 커브로 3개, 체인지업으로 2개를 이끌어냈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커쇼의 노래를 듣고, 그가 땀 흘리며 경쟁하고 타자들을 잡아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그가 돌아오기까지 정말 긴 여정이었고, 이렇게 돌아와서 기쁘다. 그의 가족과 위대한 선수를 보게 된 팬들에게도 기쁜 일이다”고 말했다.
커쇼는 “다저스타디움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이고, 큰 의미가 있었다. 아내 엘렌과 아이들도 구장에 있었다. 정말 흥분됐다. 내가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줬던 사람들이 있다. 고향 사람들도 많이 도와줬는데 정말 멋졌다”며 2008년 데뷔 후 올해까지 다저스 최초 17년 최장수 투수가 된 것에 대해서도 “이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다저스타디움에서 투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대답했다.
로버츠 감독도 “훌륭한 전반기를 보내며 올스타가 되고, 몇 시즌을 훌륭하게 보낼 수 있어도 커쇼처럼 이렇게 장수하는 것은 정말 존경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기록을 세운 건 커쇼라는 경쟁자의 캐릭터를 말해준다. 그는 최고 구위가 아니어도 수년간 여전히 지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꾸준함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커쇼는 복귀전 투구 내용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은 모양. 그는 “재미있었지만 확실히 더 나아져야 할 부분이 있다. 변화구는 좋았지만 패스트볼 제구가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복귀 첫 경기인 만큼 받아들이겠다. 이를 바탕으로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등판에 의지를 드러냈다.
커쇼의 공을 받은 포수 오스틴 반스는 “실점을 내준 것이 불만스럽겠지만 구위는 좋았다. 공 움직임도 충분히 타자들의 밸런스를 흐트릴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며 “커쇼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다. 이게 그의 장점 중 하나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늘 같은 사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