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이 프리시즌 첫 경기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깜짝 변신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PSG는 8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케른텐주 클라겐푸르트의 뵈르테르제 슈타디온에서 열린 슈투름그라츠(오스트리아)와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이강인은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그는 마르코 아센시오, 카를로스 솔레르, 이브라힘 음바이와 함께 중원을 형성했다. 이강인은 측면으로 처지기도 했지만, 솔레르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뛰면서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빌드업 전개를 맡았다. 사실상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낯선 포지션이었음에도 이강인은 이강인이었다. 그는 특유의 탈압박 능력으로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고 패스를 뿌려주면서 중원 사령관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주로 중원에 미드필더 3명을 배치할 때 이강인에게 측면을 부탁했다. 이번처럼 중앙 미드필더가 2명뿐일 때 이강인을 내세운 건 처음이다.
이강인은 후반 27분 아이망 카리와 교체되기 전까지 많은 활동량과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였다. PSG의 두 번째 골 기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12분 원터치 전진 패스 한 방으로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물었다. 공을 받은 랑달 콜로 무아니가 정확한 컷백 패스로 솔레르의 골을 도왔다.
다만 PSG는 신예 선수들이 많은 탓인지 조직력이 부족했다. 전반 15분 유네스 엘 하나크가 수비 지역에서 실수로 공을 뺏기면서 허망하게 만회골을 내줬다. 전반 43분에는 수비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공간을 허용했고, 중거리슛 한 방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강인은 후반에도 그대로 경기장에 나섰고, PSG의 후방 볼줄기로 활약했다. 후반 14분엔 골문 앞으로 예리한 왼발 프리킥을 배달했으나 동료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중앙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이강인은 후반 27분 교체되면서 임무를 마쳤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이강인에게 경기 최고 평점인 7.6점을 매겼다. 그는 패스 성공률 96%(45/47),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률 100%(2/2), 롱패스 성공률 83%(5/6)로 플레이 메이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력도 합격점이었다. 상대가 약팀인 만큼 수비에 집중할 일은 많지 않았지만, 이강인은 지상 볼 경합 승률 83%(10/12), 태클 성공 2회 등을 기록했다. 몸싸움과 경합에서도 밀리지 않는 단단한 활약이었다.
이날 PSG는 코파 2024와 유로 2024에 출전한 선수들 없이 경기를 치렀다. 그런 만큼 유스 선수들도 많았고, 급하게 꾸려진 조합이었기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강인이 보여준 모습은 다음 시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이강인은 2024-2025시즌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PSG는 최근 주앙 네베스를 벤피카에서 데려왔다. 그는 2004년생이지만, 포르투갈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PSG에서도 곧바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전망이다.
자연스레 비티냐나 파비안이 조금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엔리케 감독이 계속해서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면 네베스를 중심으로 비티냐, 파비안, 이강인, 워렌 자이르에메리가 경합하게 된다. 공격 2선 자리에서도 데지레 두에의 합류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 교체 자원으로 활용됐던 이강인으로선 프리시즌 눈도장을 찍으면서 입지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다른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기 전에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기회를 만들거나 새로운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가벼운 컨디션을 보여준 만큼 다가오는 11일 라이프치히와 친선경기에서도 출전이 기대되는 이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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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리 생제르맹, 이강인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