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감사 착수' 문체부, "축구협회, 요청 자료 제출 비협조적.. 미흡하면 9월까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4.08.13 07: 15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대한축구협회 감사에 본격 착수했지만, 축구협회가 요구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12일 OSEN과 통화에서 축구협회 감사와 관련해 "그동안 예비 조사를 마친 뒤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실지 감사에 나선 상태"라고 설명하면서도 "하지만 축구협회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감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홍명보 감독의 계약 내용은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 사항이라고 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당연히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료도 변호사를 앞세워 제출하지 않는다. 적극 협조한다는 말이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비롯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또 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실지 감사에 나섰다는 것은 감사할 부분이 확인됐다는 의미다. 감사는 사실상 확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보면 된다"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법률상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축구협회는 감사에 협조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축구협회는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후 5개월 동안 후임 감독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당초 외국인 감독 선임을 약속하고 목표로 했던 축구협회는 지난달 7일 돌연 당시 울산 HD 사령탑이던 홍명보 감독을 내정해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홍 감독을 찾아가 읍소해 선임한 것이 알려져 특혜 논란까지 생겼다. 홍 감독이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달리, 프리젠테이션 등 면접 같은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이 문체부 감사의 단초가 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직접 살펴보겠다"고 밝혀 홍 감독 선임이 축구협회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거센 여론에 응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축구협회 감사 범위와 관련해 "감사 내용이 너무 방대할 수 있는 만큼 국민신문고에 올라 있는 사안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면서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논란부터 홍 감독 선임 절차를 살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축구협회는 수익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다. 하지만 스포츠토토 지원금 등 국민체육진흥기금과 같은 세금성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축구협회는 공직 유관 단체에 포함돼 정부가 기금이 얼마나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다. 
축구협회의 자료 제출 거부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국회 일부 의원들이 클린스만 전 감독 및 코치 선임 관련 계약서, 클린스만 전 감독 출장 내역, 클린스만 전 감독 국내 거주 시 지원 내역 등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4강에서 요르단에 패하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여정을 마무리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클린스만 감독이 입국장을 통과하며 미소짓고 있다. 2024.02.08 / rumi@osen.co.kr
이에 축구협회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감사에 열심히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체부에서 몇 년 치의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가능한 것은 제출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다. 또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이런 경우는 왜 그런지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축구협회 관련 감사에 대해 "곧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번 축구협회 감사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불거진 의혹을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모습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초 감사 계획은 8월까지 축구협회 감사를 마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미뤄지고 있고 미흡할 경우 8월을 넘어 9월까지 감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 선임으로 불거진 축구협회의 특혜와 불공정 논란은 국민적 관심도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10월 예정된 국정감사에 회부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축구계는 물론 정치권, 특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문체부의 감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안컵 부진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이후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지휘할 새 사령탑을 물색하다 논란 끝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선임에 관한 소회를 밝힌 뒤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4.07.29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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