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도 파리 올림픽에서 그렇게 하는데, 저도 액션 자신 있습니다. 관리 해야죠". '폭군'에서 대역 없이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한 배우 차승원이 변함 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차승원은 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감독/각본 박훈정)을 비롯해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차승원은 폭군 프로그램의 걸림돌을 모조리 제거하는 청소부 임상 역으로 활약한다.
영화 '독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 이후 차승원 만의 누아르 캐릭터는 독보적으로 남았다. 우스운 듯 하지만 웃기지 않고, 가벼운 듯 하지만 잔혹한 소위 '신사적인 돌아이'라는 평도 있는 터다.
심지어 "서영락 대리"부터 이미 차승원을 따라하는 패러디가 존재해온 바. 차승원은 "재율이 이 놈의 자식"이라고 웃으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자연스럽게 해줄 캐릭터가 임상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요원이었다 은퇴한 사람이라 '코믹'을 소화할 여지가 많은 캐릭터라 밸런스를 맞추려 한 건 아닐까 싶더라.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이상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임상의 공손함과 무자비함 사이 차승원은 "무자비함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엔 느닷없이 주인집 아저씨를 쏘는데 누군가를 만날 때 어떻게 보면 무기력한 사람인데 갑자기 민첩해지고 머리가 아닌 몸에 익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무자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차 카페 안에서 훨씬 더 잔인했다. 훨씬 더 잔인하게 조리돌림하고 잔인하게 고문을 한다. 아주 좋다고 했다. 임상이 의뢰받은 일을 해내는 것에 있어서 '저 사람한테 걸리면 그냥 끝장 나'라는 말이 나올 것처럼 구성을 하고 싶었다. 아마도 그런 쪽에 더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유들유들하고 애하고 같이 하는 건 확 대비되게 했다. 핫바 꼬치로 찌르는 것 같은 대비를 바로 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액션 씬에서도 대역을 안 쓴 것으로 유명한 차승원은 "대역이 티가 나서 그랬다. 모니터를 보면 티가 나더라. 제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걸음걸이나 톤은 나만 아는 거라고 해도 티가 나서 될 수 있는 대로 하려고 했다. 특별히 너무 위험하지 않으면 배우가 하는 게 맞다고 봤다. 제 키의 대역 배우가 있다. 저하고 아주 친한 친구가 있다. 항상 그 친구가 오면 다 이야기 하고 리허설을 해보는데 '형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 그걸 하는 거다. 일단 그 친구가 하는 걸 본다. '이 정도면 수행할 수 있겠다' 싶으면 내가 한다"라고 했다.
'엘보 부상'을 고백한 차승원은 "지금도 그렇다. 총이 엄청 무겁다. 한번 들고 쏘려면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가고 그러더라. 뭐 어떻게 할 수 없더라. 내가 보기엔 총이 15kg는 나가는 것 같았다. 소음기 무게만 해도 엄청 나가더라. 제작한 총이라 무게감이 있어야 왔다갔다 할 때 리얼하니까 어떻게 안 됐다"라고 했다.
모델 출신의 큰 키와 긴 팔, 다리를 가진 차승원. 그는 "아무래도 유리한 게 없지 않아 있다"라면서도 "내년부터는 액션을 줄여볼까 한다. 엘보가 나아야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예전엔 액션이 있으면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부담된다. 없지 않아 있다. 하다가 다치면 부담스러운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액션 은퇴'에 대해서도 차승원은 "액션 자신 있다"라고 웃으며 "파리 올림픽 폐막식 때 톰 크루즈 형님 보면 그런 건 당치 않다. 할 수 있는 거다. 관리에 따라서. 주어지면 하는 거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액션을 하고 싶다고 하는 직업은 아니다. 그게 오면 할 수 있을 컨디션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운동도 하고 여러 가지 것들을 하는 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품의 디테일을 위해 차승원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나 박훈정 감독의 디테일을 소화한 부분들도 있었다. 먼저 소음기 착용에 대해 그는 "임상의 직업적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할 때 조심스럽고 민첩하고, 비밀스러운 걸 표현하려고 했다. 장총은 소위 투박한데 강력한 캐릭터의 인상을 남길 수 있어서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하고는 그런 이야기는 안 한다"라며 "씬을 찍을 때 캐릭터의 전사가 있을 건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됐고, '기차 카페'를 왜 열려고 하는지. 제작발표회 때도 이야기한 게 세상물정을 몰라서 인테리어 업자한테 사기를 맞고 돈이 모자라서 의뢰를 받는 것 같은 그런 전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캐릭터 빌드업에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행동이나 말투가 정리되는 것들이 있다"라고 했다.
'기차'에 대한 임상의 애착에 대해 차승원은 "감독님만 알 것 같다"라면서도 "정착하고 싶은 마음. 쉴 새없이 달리고 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계속적으로 하다가 어딘가에 정착해서 온전한 마음으로 삶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기차 카페'로 드러난 게 아닐까 싶다. 경양식 집 차리면서 비후까스, 돈까스 그런 거 파는 삶을 살고 싶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유독 피곤해 보이는 임상에 대해 차승원은 "삶의 피폐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설정했다. 나머지 인물들이 다 독이 올라 있다. 거기서 변별력을 주고 싶었다. 툭 치면 관절이 나갈 것 같은 설정을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2대8 가르마'에 대해 그는 "그건 감독님이 설정했다"라고 웃으며 "처음에 보시면 어디일보 기자라고 할 때랑 뒤에 말투가 다르다. 누군가를 속일 때의 말투가 아닐 때와 다른 거다. '2대 8'은 단정함을 넘어 기름진 설정이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요즘 시대에 살지 않는 사람, 한 쪽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고 자기 만의 세상에 갇혀 있고 그런 사람의 머리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요새 그런 머리 잘 안 하지 않나. '전원일기'에서 어디 읍내 나갈 때 할 법한 머리였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상의 차는 1980년대 재규어라고. 차승원은 "시동이 안 걸리는 건 애드리브였다. 시동 안 걸리고 무릎 아프고. 그 차를 봤을 때 왠지 시동이 한번에 안 걸릴 것 같더라"라며 "이 사람만 유독 그런 것 같다. 갓 입사했을 때의 정체성, 조직에 몸담았을 때의 세우러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라 설명했다.
'죽어주세요 그만'과 같은 임상의 존댓말에 대해 "시나리오에 있었다. 중간에 반말을 하려고 했다가 안 했다. 반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톤을 유지하고 가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애정을 갖고 준비한 '폭군'을 위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5년 만에 재출연한 상황. 차승원은 "전엔 찾아오는 서비스였는데 이젠 찾아가는 번거로움이 있다?"라고 유재석에게 말했다고 밝히며 "예전 툴도 참 좋았다. 돌아다니면서 전혀 상관 없는 분과 그 분의 인생을 유추해보고, 녹록하지 않았지만 행복한 삶을 보여주는 게 보는 나로서는 굉장히 위안이 됐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동기부여가 되고. 그게 본질이다"라고 했다.
이어 "'삼시세끼'의 본질도 그거라고 본다. 아무것도 없이 아침 해먹고, 점심 준비하고, 점심해먹고 수다 떨다 저녁 준비하고, 저녁 해먹고 한 잔 하고 수다 떨다가 자고. 그런 걸 보면서 '저렇게 하루하루 사는 거 아냐?'라고 위안을 얻는 게 본질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 '유퀴즈'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나갈 수 있었고, 나가서 오랜만에 재석이랑 가끔 문자도 하지만 나가서 이야기도 해보고 그런 데 나가서 이야기하는 거랑 사적으로 얘기하는 거랑은 또 다르다. 참 좋았다"라고 했다.
'폭군' 외에도 예능 '삼시세끼' 새 시즌을 앞두고 있는 등 쉬지 않고 활동 중인 차승원은 "내년에도 줄줄이 나온다. 항간에는 '왜 그러냐'라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배우가 자기가 쉬고 싶다고 해서 쉬면 되는데 하고 싶다고 하는 직업은 아니다. 저는 요새 좋은 게 다방면에서 뭔가 콜이 온다. 그건 되게 좋다. 재미있다. 여러 감독님들이나 작가님들이 다방면에서 콜을 주신다. 안 할 이유, 마다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 대해서도 그는 "그것도 하고 다른 것도 한다"라며 "어떻게 됐건 기분 좋다. 그걸 어떻게 다 하냐고 하는데 다 된다. 사람 안 만나면 시간 다 나온다. 지금 제 루틴에선 다 가능한 일이다. 저는 쉬면 밖에 안 나간다. '삼시세끼' 할 때 가서 해진 씨하고 한 잔 하면서 얘기하고. 그런 게 저한테 쉬는 포인트다. 그렇다고 '이 많은 스케줄을 어떻게 해요?'라고 하면 안 되진 않는다"라고 했다.
열정 가득한 차승원인 만큼 자연스레 '폭군' 시즌2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개인적으로 '마녀'에서의 액션이 희안했는데 '폭군'에서도 관전 포인트다. 박훈정 감독이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데 액션에 진심인 양반이라 그런 걸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계절이 그런 걸 보기에 딱 좋다"라고 덧붙였다.
'폭군'은 오늘(14일) 오후 4시에 디즈니+에서 4회 전편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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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디즈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