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이자 뉴욕 양키스의 캡틴 애런 저지(32)가 뜻하지 않게 팬서비스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들에게 손 한 번 흔들어주지 않은 비정한 행동을 했다는 맹비난이 나왔지만 양키스 구단이 반박하고 나섰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저니뱅크볼파크에서 열린 양키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 2017년부터 메이저리그가 해마다 편성하는 ‘MLB 리틀리그 클래식’ 경기로 세계 각국 야구 꿈나무들이 빅리거들을 보기 위해 왔다. 양 팀 선수단도 경기 전부터 리틀리그 꿈나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추억을 쌓았다.
그런데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의 사우스 쇼어 리틀리그 감독 밥 라테자가 저지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스태튼 아일랜드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저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가 무시해서 아이들이 실망했다”며 3루측 대기 타석 관중석에서 아이들의 응원을 저지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테자는 저지를 향해 “당신을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뉴욕의 아이들을 향해 뒤돌아서 손 좀 흔들어주는 건 어떨까? 그들은 당신 연봉을 주는 사람들이다”고 저격했다. 경기 전 뉴욕 양키스 애런 분 감독, 에이스 게릿 콜, 외야수 제이슨 도밍게즈 등이 자신의 소속팀 아이들과 만났지만 저지는 그 자리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양키스 구단도 21일 성명을 내고 “스태튼 아일랜드 감독이 공개적인 방식으로 격하게 반응하기 전에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파악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그게 신중한 행동일 테고, 어린 선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이다. 저지는 항상 친절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행동한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ESPN’에 따르면 저지는 2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겠다. 아이들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 “윌리엄스포트에서 많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경기 승패를 떠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그동안 선수 생활 내내 별다른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저지는 청소년을 위한 재단활동으로 지난해 로베르토 클레멘테상도 받았다. 19일 리틀리그 클래식 당시에도 여러 팀의 아이들과 사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대화를 나눈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저지는 리틀리그 선수들과 장비를 교환하고, 경기 후 기자회견 때 리틀리그 모자를 착용하고 나와 “아이들이 날 비틀즈처럼 대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뜻하지 않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지의 홈런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22일 클리블랜드전에도 저지는 3회말 우중월 투런포에 이어 7회말 우월 솔로포로 연타석 홈런을 폭발했다. 개인 통산 38번째 멀티 홈런 경기. 시즌 46~47호 홈런으로 이 부문 양대리그 전체 1위를 질주하며 양키스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까지 저지는 올 시즌 125경기 타율 3할3푼4리(446타수 149안타) 47홈런 103타점 99득점 103볼넷 135삼진 출루율 .465 장타율 .722 OPS 1.187을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AL) 홈런·타점·출루율·장타율·OPS 1위, 타율·볼넷 2위, 득점 4위, 안타 5위에 올라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MVP 수상이 유력하다. AL 역대 한 시즌 최다 62홈런을 터뜨린 2022년에 이어 2년 만에 또 60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어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MLB.com’에 따르면 저지는 22일 경기 후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매년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그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다. 절대 만족하지 않으려 한다. 야구는 내게 많은 것을 줬고, 야구에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