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여름 고시엔’ 우승을 차지한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동해 바다 건너서”라는 교가 가사 때문에 논란이 일었지만 선수들과 팬들은 축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우승을 만끽했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등학교와 연장 10회 승부치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고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선발투수 나카자키 루이는 9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9회까지 홀로 마운드를 지켰고 뒤이어 등판한 2학년 니시무라 카즈카가 2-1로 앞선 연장 10회말 1이닝 1볼넷 1탈삼진 1실점 비자책을 기록하며 마지막 위기를 막아내는 큰 역할을 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교포들이 한국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를 전신으로 세워졌다. 1958년에는 한국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에는 일본 정부에서도 정식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가 됐다.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고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여름 고시엔 결승에 올랐고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교토 지역 고등학교가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을 한 것은 1956년 이후 68년 만이다.
고시엔 대회에는 승리팀의 교가를 제창하는 전통이 있다. 교토국제고 교가에는 “동해 바다 건너서”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미 5번이나 고시엔 구장에 울려퍼졌다. 이날 열린 결승전에서도 교토국제고가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교가를 불렀다. 그런데 결승전 이후 일각에서는 “동해 바다 건너서”라는 교가 가사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결승전을 중계한 방송사들은 교토국제고의 교가의 한글과 일본 가사를 병기하면서 학교에서 제공받은 가사임을 강조하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일본매체 데일리스포츠는 “경기 후에는 베스트 나인이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 한국에서 일본해의 이름으로 주장하고 있는 ‘동해’가 포함된 가사가 전국 중계로 방송되는 것이 관심을 모았다”라고 지적했다.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는 이에 대해 “세상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있다. 나도 솔직히 괜찮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어서 “우리는 야구를 하기 위해 이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솔직히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잘 지도해준 코마니 감독님과 응원을 해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동해 바다 건너서”라는 가사가 일부 사람들에게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일본 야구팬들은 교가 가사 논란보다는 교토와 도쿄의 맞대결에 더욱 주목했다. 교토 지역 고등학교와 도쿄 지역 고등학교가 고시엔 결승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 역할을 한 교토와 현재 수도인 도쿄의 지역감정도 이번 결승전을 향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인터넷상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작 고시엔 구장에서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나올 때는 모든 관중들이 교토국제고 선수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일본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1루쪽의 간토다이이치고 응원단은 교토국제고 교가가 나오자 박수를 보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 역시 응원단에게 인사를 한 뒤 1루쪽 관중석을 향해서도 인사를 했다”라며 축제의 장이었던 결승전 분위기를 전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