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32, 수원FC)가 언제쯤 중국 축구와 악연을 깨끗이 끊어낼 수 있을까. 여전히 중국축구협회(CFA)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6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 2경기에 나설 A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오는 9월 5일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 9월 10일 오만과 2차전을 치르게 될 홍명보 감독 1기다. 팔레스타인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오만전은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다.
홍명보 감독을 가장 고민케 한 포지션은 중원이었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베테랑 자원 박용우(알 아인)와 정우영(울산)을 재발탁했다. 다른 중앙 미드필더로는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와 정호연(광주FC)도 승선했다.
홍명보 감독은 "과연 전술적으로 4-2-3-1이나 4-3-3에서 멀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가 봤다. 다른 스타일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박용우나 정우영 선수처럼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다른 경쟁자가 있었지만, 둘을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손준호의 발탁은 끝내 불발됐다. 그는 지난 6월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뒤 K리그1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면서 대표팀 복귀 기대감을 높였다. 이제는 체력 수준도 많이 올라왔기에 9월 A매치를 통해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가 싶었다.
손준호도 꾸준히 대표팀 복귀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울산을 잡아낸 뒤 "9월 A매치에 뽑히려면 내가 90분 뛸 체력이 돼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잘 준비해서 10분을 뛰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지난 25일 홈 경기를 마친 뒤에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다. 누구와 경쟁해도 자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대표팀 명단에 손준호의 이름은 없었다. 이유는 바로 실력이 아니라 중국 축구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였다.
홍명보 감독은 "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계속 중국축구협회에 문의를 거쳐야 하는데 조금은 리스크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력 외적으로 사법 문제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
산둥 타이산(중국)에서 뛰었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에서 귀국하려다 형사 구금됐다.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추정되는 혐의를 받으며 약 10개월 동안 조사를 받았고, 3월 말이 돼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되는 것이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인 것으로 전해진다.
손준호는 긴 공백을 이겨내고 빠르게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KFA는 CFA가 발급한 국제 이적 동의서 등을 꼼꼼히 살핀 끝에 선수 등록에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덕분에 손준호는 4월 말 K5리그 용산 건융FC에 입단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6월 말에는 수원FC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인 모양새다. KFA 관계자는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게 징계를 내릴지 아닐지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확인이 안 됐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계속해서 연락을 취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라며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폐쇄적인 중국 특성상 사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건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 KFA 관계자는 "사법 절차가 완전히 종결된 건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징계 수위도 여러 가능성이 있다. 유죄 판결 시 중징계를 내리면 한국 축구에도 적용된다"라며 "답변을 요청하고 있다. 아직 대표팀 발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CFA가 손준호에게 영구 제명 등 예상 밖 징계를 내린다면 대표팀 복귀가 문제가 아니다. 프로 생명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손준호는 올 시즌 K리그1 11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며 최근엔 선발 자원으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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