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오시멘(26, SSC 나폴리)이 결국 빅리그 대신 튀르키예 무대에 합류한다. 파리 생제르맹(PSG)이 이강인(21)을 지키기로 한 결정이 낳은 나비효과다.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는 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시멘의 임대 이적에 관한 협상이 시작됐다. 프로 축구선수 오시멘의 임대와 관해 선수 및 그의 클럽인 SSC 나폴리와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고 공개 플랫폼에 보고됐다"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오시멘이 공항에 도착한 영상까지 생중계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도 "오시멘이 갈라타사라이로 간다. 거래가 완료됐고, 모든 서류가 승인됐다. 이제 오시멘의 바이아웃 금액은 7500만 유로(약 1112억 원)이며 나폴리와 계약은 2027년까지 연장된다. 갈라타사라이는 그를 2025년 6월까지 임대로 영입하며 급여의 90%를 부담한다. 완전 영입 옵션도, 의무 이적 옵션도 없다"라고 전했다. 이적이 임박했을 때 외치는 'Here we go'도 잊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 역시 오시멘의 갈라타사라이행이 임박했다고 알렸다. 매체는 "오시멘은 임대 이적을 앞두고 갈라타사라이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다. 그는 갈라타사라이 임대 이적에 합의했다. 완전 영입 옵션과 의무 이적 옵션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다만 오시멘이 갈라타사라이 유니폼을 입고 2024-2025시즌을 끝까지 치르게 될지는 미지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나폴리와 오시멘은 갈라타사라이 측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내년 1월 임대를 중단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다른 이적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시멘은 올여름 PSG와 첼시의 러브콜을 받았다. 몇 년간 공격수 고민에 시달려온 첼시가 그를 원했지만, 높은 주급에 발을 뺐다. 오시멘은 나폴리에서 받고 있는 세후 1200만 유로(약 178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깎을 생각이 없었다. 결국 첼시는 오시멘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 영입을 포기했다.
PSG는 첼시보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킬리안 음바페가 재계약을 거부하고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면서 스타 공격수 영입이 필요했고, 개막전에서 곤살로 하무스까지 부상으로 쓰러졌다. 오시멘이 적임자처럼 보였다.
실제로 PSG는 나폴리 측에 공식 문의도 넣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로마노에 따르면 가장 큰 이유는 나폴리의 이강인 요구였다. PSG가 선수 트레이드에 현금을 얹는 방식을 제안하자 나폴리가 이강인을 고른 것.
나폴리 역시 이강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와 인연도 있기에 한국 시장도 잡을 수 있는 카드였다. 이강인은 PSG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기에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PSG는 이강인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로마노에 따르면 PSG 측은 밀란 슈크리니아르나 노르디 무키엘레 등 다른 선수들은 기꺼이 내줄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강인은 '언터쳐블'로 간주됐기에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
PSG는 오시멘 영입을 바로 포기했다. 그들은 지난 여름 오시멘과 연봉, 계약 조건, 구단 프로젝트 등을 두고 개인 합의에 이른 유일한 클럽이었지만, 이강인은 절대 내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협상은 즉시 중단됐고, PSG도 다시는 오시멘에 대한 제안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시멘은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나폴리는 이미 그를 대체할 공격수로 로멜루 루카루를 영입했기 때문. 새로 나폴리 지휘봉을 잡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인터 밀란에서 함께했던 루카쿠를 데려왔고, 나폴리 측은 오시멘을 스쿼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콘테 감독은 '일관성'을 강조하면서 오시멘의 1군 추방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시멘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과거 거절했던 사우디아라비아행을 추진했다. 그는 이적시장 막판 알 아흘리와 연봉 4000만 유로(약 593억 원)에 달하는 4년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나폴리가 욕심을 부리면서 엎어졌다. 나폴리는 갑자기 합의를 깨고 이적료 8000만 유로(약 1186억 원)에 500만 유로(약 74억 원)를 추가로 요구했고, 분노한 알 아흘리는 협상을 취소했다.
오시멘과 나폴리 양측에게 최악의 상황. 졸지에 오시멘은 2군으로 강등돼 한 경기도 뛰지 못할 위기에 빠졌고, 나폴리로서도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기는커녕 오시멘의 고액 주급만 지불해야 하게 됐다.
등번호 9번도 루카쿠에게 내주고 1군에서 쫓겨난 오시멘. 결국 그는 이적시장이 열려있는 튀르키예 무대 임대라는 마지막 해결책을 찾았다. 다른 빅리그는 이미 이적시장이 마감됐기에 내린 선택이다. 바이아웃 금액도 1억 3000만 유로(약 1927억 원)에서 7500만 유로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예상치 못한 행보다. 아무리 갈라타사라이가 튀르키예 명문 클럽이라지만,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이적시장 최대어가 합류할 팀은 아니다. 임대라고 해도 오시멘이 갈라타사라이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상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오시멘으로서는 이강인을 필사적으로 지킨 PSG의 선택이 두고두고 아쉬울 상황. 게다가 이강인은 올 시즌에도 교체 카드로 활용되고 있기에 더욱 미련이 클 수밖에 없다. 이강인은 개막전 선발 출전해 골망을 갈랐고, 2라운드에서도 교체 투입돼 골 맛을 봤다. 하지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3라운드에도 그를 벤치에 앉혔고, 후반 29분에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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