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된 황인범, 그가 페예노르트를 택한 이유..."UCL은 영광의 무대, 무게감부터 다르다"[오!쎈 시브]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9.09 06: 00

네덜란드 무대를 누비게 된 황인범(28)이 페예노르트 이적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현지 시각으로 8일 오후 6시 오만 시브의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오만전 대비 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은 오는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8일(현지시간) 오만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축구대표팀 황인범이 훈련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08 / rumi@osen.co.kr

첫 승리를 꿈꾸고 있는 홍명보호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훼손된 잔디도 도와주지 않았으나 한국의 결정력과 경기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대표팀은 아쉬워할 틈도 없이 오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5시간에 달하는 고된 여정 끝에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12시경 무스카트 공항에 들어서며 오만 땅을 밟았다. 그리고 숙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알 시브 스타디움으로 이동해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단은 극심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웃음꽃을 피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황인범  2024.09.05 / soul1014@osen.co.kr
이틀 차 훈련을 앞두고 대표팀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이 취재진 앞에 섰다. 팔레스타인전에서도 선발로 나선 그는 구슬땀을 흘리며 오만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황인범은 최근 아빠가 됐다.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뒤 아내가 딸을 출산한 것. 그는 "경기 다음날로 넘어가는 새벽에 아내가 출산을 했다. 다행히도 짧았지만, 딸을 보고 올 수 있었다.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생기기 전 막연히 첫째는 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냥 건강하게만 낳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딸인 걸 알게 되니 내심 또 좋긴 하더라"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그는 "아내의 진통부터 딸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까지 보면서 '정말 새로운 나의 삶이 시작되는구나'라고 느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라며 "지금까지도 열심히 해왔지만, 아내와 딸을 위해 축구선수로서 역할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남편, 아빠가 되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박준형]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진행됐다.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10년 만에 A매치 복귀 무대로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다.전반 황인범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24.09.04 / soul1014@osen.co.kr
아이 탯줄도 직접 잘랐다는 황인범. 그는 "사실 지인들이 아기가 태어나면 울 것 같냐고 많이 물어봤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들 우는데 나만 안 울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안 울 수가 없더라. 그냥 (진통) 소리 들릴 때부터 아기가 나오는 순간까지 계속 바보같이 울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만약 황인범이 오만전에서 골을 넣는다면 홍명보호 1호 골이자 아이를 위한 축포를 쏠 수 있다. 그는 "감사하게도 득점을 하게 된다면 10달 동안 고생해 준 아내와 예쁘게 태어나준 딸을 위해 (배에 공을 넣는) 흔한 세레머니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황인범은 "다만 득점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던 적은 없다. 아무래도 포지션도 포지션이고 하다 보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하는 게 먼저"라며 팀 승리에 집중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황인범은 출산뿐만 아니라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떠나 네덜란드 명문 구단 페예노르트로 이적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3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미드필더 강화를 위해 경험이 많은 황인범과 계약했다. 세르비아 챔피언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넘어온 그는 2028년 여름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황인범은 이적시장 막판 진행된 페예노르트행 비하인드도 설명했다. 그는 "8월 28일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플레이오프 2차전이 있었다. 경기 하루이틀 전에 페예노르트와 보도가 나왔던 한 팀(아약스)에서 연락이 왔다. 일단 그 경기가 내게도 팀에도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했다. 경기가 끝난 뒤 구체적인 금액 얘기도 오갔다"라고 밝혔다.
아약스 역시 명문 구단이지만, 페예노르트를 택한 황인범. 그 차이는 역시 UCL 무대였다. 아약스는 올 시즌 UCL이 아닌 UEFA 유로파리그(UEL)에 나선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UCL 무대를 경험했다 보니 그 무대가 얼마나 영광스럽고 소중한 자리인지 느꼈다. 물론 UEL도 경험해 봤지만, 무게감도 다르고 상대팀들 수준도 굉장히 다르다.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런 영향도 없지 않아 있었다"라고 말했다.
페예노르트는 800만 유로(약 119억 원)가 넘는 돈을 내면서 황인범의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은 "다행히 페예노르트 구단에서 바이아웃 금액을 내면서 날 영입하기로 결정해 줬다. 너무 감사하다"라며 "네덜란드 클럽들은 나이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서 판매하는 기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 뒤면 만 28세가 되는 내게 그런 투자를 하면서 영입했다는 점이 정말 감사하다. 그만큼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라고 했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도 어깨가 무겁다는 황인범이다. 그는 "6월 소집 때 어떤 선택이든 한국 축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이적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래야만 후배들이 네덜란드 다른 팀으로라도 올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라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늘 해온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구단과 팬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브리안 프리스케 페예노르트 감독도 이미 황인범에게 큰 신뢰를 보내고 있는 눈치다. 황인범은 "(이적 전) 감독님께서 내게 '6번, 8번, 10번 어떤 포지션이든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장면을 많이 봤다'고 하셨다. 어떤 포지션이 가장 편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난 팀이 원하는 역할과 시스템이 확실하다면 어떤 포지션에서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런 부분을 소통했다"라고 전했다.
황인범은 감독의 요구만 확실하다면 어느 위치든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포지션보다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원한다는 것만 알게 되면 그 역할에 늘 충실했다. 또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감독님들이 원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좋은 장면도 많이 만들었다는 자부심, 자신감도 있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다 자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으면서 설영우와 짧았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는 "두 달 동안 같이 지내면서 너무 재밌었다. 영우도 팀에 많이 녹아들었고, 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걱정을 덜고 떠날 수 있었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설영우를 향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황인범은 "내가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함께하진 않지만, 즈베즈다가 워낙 좋은 팀들과 붙는다. 영우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아하더라. 그런 경기를 치르면 선수로서 매 경기 발전하게 된다. 나도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몸소 경험했다"라며 "영우를 생각하면 대견하다. 더 잘해줘서 영우와 같은 포지션에 있는 더 많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8일(현지시간) 오만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황인범과 훈련 전 면담을 하고 있다. 2024.09.08 / rumi@osen.co.kr
한편 이날도 대표팀 훈련장 분위기는 밝았다. 선수단도 팔레스타인전의 아쉬움을 조금은 털어낸 듯한 모습이었다. 황인범은 "지난 이틀은 모두 정신없었다. 하루 쉬고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지쳐있는 상태"라며 "선수들이 더 피드백을 주고받고 대화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잘 채워나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원정 경기는 늘 어렵다. 잘 준비해서 실망하신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다시 한번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홍명보 감독은 팔레스타인전을 되돌아보며 전반과 후반 경기력이 달랐다고 평했다. 직접 경기를 뛴 황인범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경기를 하면서도 전반엔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야 상대 수비가 열리고 찬스도 많이 생길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지셔닝이 겹치기도 했고,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황인범은 "후반엔 하프타임 피드백을 통해 조금은 좋아졌다. 3차 예선 레벨에서는 결정을 지어줘야 된다. 그 부분은 잘 안 됐지만, 좋은 장면들을 나름 만들었다. 다음 경기에선 그 횟수를 늘려야 한다. 찬스가 나왔을 때 결정 지으면서 쉽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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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예노르트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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